• [Real Estate]대선후보 부동산 정책 3인3색…부동산, 대규모 개발보다 주거 안정에 무게

    입력 : 2012.11.12 11: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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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정책은 지금까지 대권의 향배를 가르는 가장 민감한 이슈였다. 보유자산 중 70%가 부동산에 편중돼 가격 하락이나 개발 이슈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건설 경기에 따라 수만 명의 일자리가 생기기도 사라지기도 하며 최근에는 가계부채와 연관돼 중산층의 최대 고민거리로 떠오르기도 했다. 지금까지 부동산 공약은 ‘규제 완화’와 ‘대규모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택 보유자의 자산 가치를 올려주고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준다는 식이다.

    그러나 강력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선 후보의 공약은 점차 ‘서민 주거 안정’과 ‘주택 거래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뉴타운’식의 대규모 개발 공약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살려낸 뉴타운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조합이 그동안 쓴 비용을 어떻게 메우는가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이와 함께 집 있는 사람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해 빚 감당에 허덕이고 집 없는 사람은 전세난으로 고통 받는 ‘렌트푸어’가 되는 현실을 어떻게 풀어내는가가 오는 12월 대선의 표심을 가르는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세 후보 모두 시장판단은 대체로 비슷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과거와 같이 부동산 가격이 뛸 일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 등 집값 상승기에 도입된 대책은 폐지해도 좋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비싸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면 많은 문제가 생기니 장기적으로 연착륙 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끝내는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 성공했다”면서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버블 붕괴에서 우리나라가 비껴간 것도 참여정부가 막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부동산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세계적 불황이 겹쳐 한꺼번에 위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안 후보는 경제부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언급하면서 빈부격차 다음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경제문제에 있어 ‘하우스푸어 해결’ 등 부동산 비중이 크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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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 발빠른 움직임 부동산 이슈에 대해 가장 빠른 대응을 보여준 사람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다. 박 후보는 9월 23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통 받고 있는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박근혜 후보는 당초에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정부와 공감대를 이루는 대책을 주로 거론했었다. 주택공급과 건설업계의 활발한 투자를 위해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서둘러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는 가계부채를 더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내놓은 대책에서는 변화가 감지된다. 주택 업계와 정부의 요구를 반영하기 보다는 서민주거대책에 더욱 주력하는 모습이다. 재정자금이 되도록 안 들어 가도록 하고 금융기관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재정학자 출신인 나성린 정책위부의장의 손길도 느껴진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집주인이 집을 새로 임대하거나 기존의 전세금을 올릴 때 전세보증금을 금융기관에서 저금리로 대출해 조달하고, 세입자는 그 이자를 금융기관에 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못할 경우에는 공적금융기관이 이자 지급을 보증해 집주인 부담감을 덜게 했다. 그러나 집주인에게 빚을 자발적으로 지게 한다는 점에서 현실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철도부지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그 곳에 아파트와 기숙사, 교통(역), 상업시설을 건설하는 신개념 복합주거타운을 건설하는 정책이다.

    또 공공임대주택처럼 5년, 10년 후에 분양하지 않고 40년간 장기임대한 뒤 리모델링해 재임대하도록 했다. 다만 재원마련과 건설비용은 여전한 논란거리다. 철도부지 상부에 지어진 신정동 양천아파트의 경우 얼마의 비용이 들어갔는지에 대한 정확한 추계가 나와 있지 않다. 때문에 아이디어는 좋지만 경제성은 낮다는 비판도 나온다. 약 15조원의 자금을 국민주택기금에만 기대는 것 역시 검증해 봐야 할 문제다.

    하우스푸어 회생을 위한 지분매각 제도와 주택연금 사전 가입제도는 대체적으로 평가가 나쁘지 않다. 김덕례 주택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지분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 등의 문제가 남는다”고 말했다. 지분매각 제도는 집주인이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지분 일부를 공적금융기관에 매각한 뒤 매각대금으로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는 제도다. 집은 공동명의가 되므로 집주인은 공적금융기관에 매각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지급하면서 자신의 집에 계속 거주하는 형태다.

    공적금융기관은 사들인 지분을 기초로 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는 현재 주택연금 제도의 가입조건을 현재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주택연금 사전가입자는 60세부터 받는 주택연금 일부를 일시금으로 인출해 부채를 상환하고, 60세가 되면 인출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게 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공공임대에 관심… 종합대책은 안보여 문재인 후보는 주거복지 대책으로 △임대주택으로 사용하는 모든 주택의 임대전용주택화 △임대료 인상률 제한과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충 △대학부지 내 기숙사 건립 장려 △공공원룸텔 확대 △LH공사의 역할 재정립 등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대선출마 선언문에서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주거복지를 늘리는 것은 가장 좋은 전월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우스푸어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하우스푸어 문제와 관련 금융권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저서 <사람이 먼저다>에서 “하우스푸어의 주요한 원인은 약탈적 대출”이라며 “금융권이 무책임한 대출로 채무불이행의 위험을 모두 가계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낮은 이자의 대출 상품으로 옮기도록 금융권이 지원하고 상환 기간도 연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무 재조정 같은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무주택 가구에 대한 특별한 대책도 보이지 않으며 여전히 ‘복안’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 후보는 특히 전·월세 대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전·월세 계약 2년이 만료된 후 임차인이 원하면 계약을 1회에 한해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세입자는 최소 4년간 거주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세기간만 늘려준다고 전세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집주인의 반발, 전세난의 원인은 부동산 가격 하락 예상에 따른 매매 수요 실종이라는 점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서울 광진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청년들과의 타운홀미팅’에서 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복안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문 후보는 “공공원룸텔을 많이 짓겠다는 공약을 했다”며 “임대주택을 해마다 10만 가구씩 늘려나가겠다는 정책인데 10만 가구 중 1만 가구 이상은 공공원룸텔로 만들고, 대학생들을 위해서는 공동기숙사를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인 가구 가운데 여성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도 필요하다”며 “요즘 치안이 불안한데, 여성들을 위해 한 동 전체를 여성들을 위해 공공 원룸텔 같은 것을 입주시킨다면 여성들이 보다 안심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문 후보는 현 정부가 내놓은 하우스푸어 대책과는 완전히 선을 그었다. 정부 대책은 실수요 보다는 투기 수요를 유발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임대사업자 지원 확대, DTI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실수요자를 위해서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 자금 지원제도를 확대할 뜻을 밝혔다. 이를 통해 소득수준이 낮은 가구에 장기 대출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실수요를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문 후보의 시각 자체가 더 문제”라면서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유리된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교과서 대책’ 실행력 두고 봐야 안 후보가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부동산 정책 7대 원칙은 △경기 부양보다 서민 주거 안정 △공공임대주택 건설 활성화 △아파트 대신 민간 다세대주택 매입 △공공, 임대 전환 정책 △국민연금의 임대주택 투자 △임대주택 임대료 책정 현실화 △전·월세 임차기간 3년 연장 △전세보증금 상한제 도입 등이다. 안 후보는 공공 주택 건설이 보금자리주택 같은 분양주택 보다 임대주택 공급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가 급증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 등 외부투자자를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안 후보는 책에서 “우선은 서민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꼭 아파트를 새로 지으려고만 하지 말고 민간의 다세대주택을 사들여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정책 같은 것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많은 재원을 갖고 있는데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가지고 미래가 불안정한 오피스빌딩을 매입하기 보다는 국가 보증 하에서 안정적이고 공공성이 높은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밝혔다.

    하우스푸어를 위한 대출 연장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안 후보는 하우스푸어를 위해 대출기관이 만기를 연장하고 변동금리를 장기고정금리로 바꾸는 등 부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주택 대출도 선진국처럼 20~30년 만기의 장기대출 형태로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DTI·LTV 규제 완화 등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한 대책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책을 통해서는 “DTI, LTV 등 규제 완화는 거래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가계 부채를 더 늘릴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론을 분명히 했다. 하우스푸어 구제를 위한 대출한도 완화 등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시각이다. 또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이 경기부양이 아니라 서민의 내 집 마련 등 주거 안정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안 후보는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서울처럼 수도에 모든 것이 집중된 나라가 드물다. 행정수도를 세종시에 건설하는 것은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각 지역의 특색을 살려 중요 시설을 분산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서 결과적으로 산업 시설이 수도권에 더 밀집되도록 하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연구기관 관계자는 “안 후보의 부동산 대책은 그동안 업계나 연구소 등에서 내놨던 대안 중 장점만을 ‘짜깁기’ 한 듯 보인다”면서 “교과서적이고 원론적인 대안보다는 현실적인 실행방법에 대한 고민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욱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6호(201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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