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연구원 공동기획/이슈진단]⑥ 멀고 먼 동아시아 금융통합

    입력 : 2012.09.07 17: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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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위기 이후 동아시아에서는 위기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금융협력은 문화적 유사성에 기대어 유럽에서와 같은 경제통합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그동안 이뤄진 동아시아의 주요 금융협력을 되돌아보고 금융부문의 통합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외환위기 이후의 동아시아 금융협력 동아시아에서 금융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이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경험한 동아시아는 위기재발 방지를 서둘렀고 아세안(ASEAN)과 한중일은 2000년에 아시아 국가들 간의 통화스왑 협정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역내 공조를 통한 위기대응이라는 기치 하에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가 체결됐고 이후 동아시아의 금융협력은 아세안+3 체제에서 이뤄지게 됐다.

    CMI는 양국가 간 개별 협정들의 집합체에 불과해 지역차원에서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없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 CMIM(CMI Multilateralization)이다. CMIM은 CMI를 다자간 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수년간의 논의 끝에 2010년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한중일이 80%(한국 16%·중국 32%·일본 32%), 아세안이 20%를 분담하면서 총 1200억 달러 규모의 약정금액을 조성해 필요시 회원국이 이를 인출할 수 있는 협정이다. CMIM은 아세안+3 회원국들로 구성된 의사결정체제를 가지고 있으며 위기 시 통화스왑을 통한 자금지원이 지역적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CMI 보다 진전된 형태의 지역협력이다.

    동아시아 금융부문의 협력문제는 기본적으로 이 지역에서의 국제자본의 흐름과 연관된다.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미국 및 유럽 국가들에 대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 그런데 경상수지 흑자로 축적된 자본은 역내 자본시장의 미발달로 역내에서 유통되지 않고 미국 및 유럽으로 유출되고 있으며 유출된 자본은 동아시아 지역의 금융기관 및 기업으로 되돌아오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동아시아로 유입되는 자본흐름이 서구권의 금융회사에 의해 주도되면서 동아시아의 국가들은 자국 경제사정과는 무관하게 외화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하에 동아시아 지역의 경상수지 흑자로 축적된 자본이 역내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고 금융인프라를 구축하자는 것이 또 다른 동아시아 금융협력의 축으로 제안됐다. 이것이 아세안+3에서 2002년 이후 진행 중인 ABMI(Asian Bond Market Initiative)이다. 동아시아 역내 채권시장의 발전을 수요, 공급, 규제, 인프라의 4개 영역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아시아채권포럼을 설립해 역내 채권시장에 대한 분석, 제도 및 규제에 대한 연구 등을 실행하고 있다. CMIM을 통한 지역 금융협력이 위기대응 방안이라면 ABMI는 본질적인 차원에서 위기해소에 접근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유로화 출범을 계기로 동아시아 지역의 통화통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미래 공동통화의 창출을 위한 지역통화단위(Regional Currency Unit)의 필요성이 2006년 아세안+3에서 제기됐다. 외환위기 이후 역내 환율을 안정시키고 금융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역내의 지역통화단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구체화된 것이었다. 역내 무역 및 금융 거래의 기준이 될 지역통화단위로 ACU(Asian Currency Unit)의 구성을 희망했으나 각국 통화의 가중치 설정 등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 유로화의 경우에서 보듯이 통화통합이 이뤄지더라도 국가 간 경제여건의 차이, 생산요소의 역내이동 제한, 거시경제정책의 사용 제한 등이 역내 불균형을 야기하고 경제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동아시아 지역통화단위 출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24호에서 계속... [김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4호(2012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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