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를 17.60초에 달린다?

보통 남자들은 이 기록에 콧방귀를 뀔 것이다. 우사인 볼트가 기록한 9.58초를 생각하면 이 속도는 아주 쉬운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게 마라톤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케냐의 패트릭 마카우의 기록은 2시간 03분 38초다. 42.195km의 거리를 시속 20.46km로, 100m를 17초60의 속도로 2시간 3분 동안 달려야 가능한 기록이다. 여고생의 100m 달리기 평균기록이 18초대인 것에 비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평균적 여성들이 전력질주를 하는 속도로 2시간여 동안 쉬지 않고 달려야 하니 외로움과 포기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낸 마라토너들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게 전체 인생에서 볼 때 반드시 투자의 성공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투자 성공사례나 투자의 바이블이라고 칭하는 책들을 보면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기법이나 재능보다는 분석과 자신감 그리고 인내와 끈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요즘 같은 상황에선 특히 단기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법을 찾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성과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 유럽 재정위기가 스페인, 이탈리아로 번져가며 글로벌 경제의 앞날이 점점 혼미해지고 있다.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기대되던 중국마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도 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18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심해지는 상황이라도 다음 전략에 따라 자신의 장기 투자계획을 세울 수 있다.

우선 일반적 적립식 펀드 투자에 저가 매수 전략을 활용해 보자.

지난 10년간 기본 투자금액을 10만원이라고 가정하고 시장이 3% 이상 하락 시 익일 10만원을 다시 투자한다고 가정하니 일반 적립식 펀드에만 투자했을 때보다 28.5% 정도의 추가 수익이 발생했다. 일반 적립식 투자에 비해 저가매수활용전략이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투자자들도 이런 방식을 활용하면 기존의 적립식 투자보다 안정적이고 우수한 투자성과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적립식 투자의 기간이 2~3년 정도가 넘은 펀드는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

적립식 펀드도 시간이 지날수록 거치식 펀드가 되어 간다. 매월 쌓이는 적립금이 2~3년 정도 지나면 목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분리 운용해 적립금은 계속 쌓아가고 거치금액은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로 전환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인덱스 투자를 고려해보자.

인덱스 투자의 장점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시장과 함께 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상승할 수도 있고 하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시장과 함께 가므로 물가상승의 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 둘째 상품 전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수 수익률을 받는 전략이므로 간단명료하게 상품을 인식할 수 있다. 셋째 수수료가 저렴하다. 투자기간을 장기적으로 본다면 낮은 보수의 상품이 수익률에 기여한다. 10년간 연평균 7% 상승을 가정한다면 매년 수수료 1% 차이가 17% 정도의 성과 차이를 가져 올 수 있다. 노후자금이나 퇴직금 재원으로 20년이나 30년 이상 투자한다면 이 차이는 엄청나다.

재테크는 평생에 걸쳐 이뤄지는 마라톤과도 같다. 마라톤 선수가 구간별로 속도와 힘을 안배하듯 투자도 시장 상황에 맞는 정기적 포트폴리오 점검을 해야 한다. 이렇게 꾸준히 점검해 나간다면 마라토너들이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며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느끼듯 투자의 희열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고범수 교보생명 교보타워지점 Executive FA]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3호(2012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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