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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10대책 이후 주택시장에 무슨 일이
입력 : 2012.06.01 17: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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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뿐만 아니다. 가락시영, 잠실주공 등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몸값을 1000만원 전후 낮춘 급매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급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오르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주택시장을 살리겠다고 거래지원 대책까지 쏟아낸 직후다. 도대체 주택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전매제한 완화 등 정부는 5·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 일대 투자제한을 풀고 양도세 등 세금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다분히 얼어붙은 주택거래 심리를 풀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적용되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은 현재 3년 이상 보유에서 2년 이상 보유로 1년이 줄어든다. 또 1가구 1주택자가 이사 등의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해 일시적인 2주택자가 된 경우,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종전주택 처리기한을 구입 후 2년 내에서 3년 내로 1년의 여유시간을 더 갖도록 했다.
단기 보유 시 부담해야 할 양도세 중과율도 줄어든다. 주택을 2년 미만으로 단기 보유 후 양도할 때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세율을 1년 이상 보유했다면, 종전 40%에서 아예 없어져 기본세율(6~38%) 적용을 받게 된다. 1년 미만 보유한 경우에는 50%에서 40%로 10% 완화된다. 집값 상승기인 지난 2004년 단기 보유 시 중과세율 제도가 도입된 지 6년 만에 완화되는 것이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는 지정 9년 만에 투기지역에서 풀렸다. 강남3구 주택구입시 담보를 인정해주는 비율(LTV)과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DTI)이 기존 40%에서 50%로 올라 더욱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고, 3주택자 대상 10% 포인트 양도세 가산세율도 폐지됐다. 강남3구에서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할 때도 저리 정부 지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강남3구는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도 해제돼 거래시 신고의무기간이 종전 15일에서 일반지역과 같이 60일 이내로 완화됐다. 임대사업용 주택을 구입할 때 60㎡ 이하는 취득세 면제, 60~85㎡ 이하는 25% 감면 혜택을 받는다.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공공·민간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대폭 축소된다.
재건축 사업성도 개선된다. 1대1 재건축 때 기존의 10% 이내에서 주택 면적을 넓힐 수 있던 데서 범위가 확대된다. 또 면적 증가만 가능하던 데서 축소도 허용함으로써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는 등 조합원 부담 축소안도 내놨다.
정부는 또 18대 국회에서 사실상 폐지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중지 등의 안도 19대 국회 개원 후 정부입법 형태로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종상향 호재를 안고 있는 가락시영 2차 43㎡은 대책 발표 후 하루 만에 5억5000만원으로 호가가 오히려 500만원 떨어졌다. 56㎡도 6억7500만원에서 500만원 떨어진 6억7000만원 선이 됐다.
잠실 지역 또한 마찬가지다. 잠실주공5단지 119㎡ 역시 호가가 대책 발표 전에 비해 1000만원 이상 빠졌다. 한 달 전 10억8000만원에 급매물이 거래된 이후로 좀처럼 매수세가 붙질 않고 있다.
강남 일대 대표적인 저층 재건축 아파트 밀집지로 통하는 개포 일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개포주공1단지 42㎡는 총선 이후 가격이 7000만원 가량 뛰면서 호가가 6억9500만원을 찍은 뒤 대책 발표 후인 5월 11일엔 6억7000만원으로 최대 2000만원 이상 주저앉았다.
총선 이후 거래와 시세가 회복세를 보이며 조심스럽게 ‘바닥론’이 제기되던 주택시장은 대책 발표 후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다. 이에 관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큰 것 한방’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간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과 관련해 DTI 규제를 풀고 취득세 부담을 완화해 줄 거란 기대감이 컸다.
이 두 가지 대책은 주택 수요자들의 실질적인 구입부담을 낮춰준다는 차원에서 침체된 주택시장을 회복시킬 ‘백기사’로 주목받았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두 가지 건은 모두 제외됐다. DTI 규제완화의 경우 가뜩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계 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고, 각 지자체 세수 상황상 취득세를 감면할 수 없었다는 게 제외 이유다.
주택시장 전문가들과 현장에서는 해당 사안들이 제외된 타격이 예상외로 크다고 진단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DTI 규제 완화나 취득세 감면 등 핵심 대책이 제외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부동산 시장의 기대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전매제한 완화 등 이번 대책에 담긴 굵직한 내용들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미리 공개된 것들이다. 시장에서의 기대감이 대책 발표 전 선 반영돼 정작 대책 발표 후 효과가 반감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상황이 단순한 정부의 정책적 규제가 아닌, 사회 구조 변화에 따른 보다 근본적인 데 이유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2인 가구가 늘고 집에 대한 소유욕구가 줄어든 상황이라 정부정책이 갖는 효과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대책 이후 시세 추가하락을 점치기도 한다. 실망매물에 더해 전매제한 완화에 따른 매물들이 추가될 경우 공급과잉에 의한 가격하락세가 자연스레 예상된다는 것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이번 정부 대책이 거래 회복에 주는 효과는 제한적이긴 하겠지만 추가하락을 막는 장치는 될 것”이라며 “거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지속적으로 회복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명진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1호(2012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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