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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ysis] 또 나온 부동산대책, 새해 약발 있을까
입력 : 2012.01.26 14: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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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동안 강남3구는 지속적인 가격 조정과 침체 양상을 보여 왔다. 투기과열이 진정된 지 한참이나 지난 상태로 사실상 투기냉각지구의 중심에 서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이번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를 전격 해제한 것은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또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영구 폐지(추진 예정)는 주택수요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주택을 추가로 매수하려는 심리에 더 이상 제동을 걸지 않는 효과를 내면서 그동안 양도세 중과 폭탄을 우려해 2주택 이상 추가 주택 매수를 시도하지 않으려 하던 수요자들이 점차 저평가된 지역과 낙폭이 컸던 서울과 수도권 단지들의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설 수 있게 후방에서 지원해주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1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다주택자 중과 배제의 시한이 현재 계속 유지 중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매수세를 유입하기엔 다소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다주택자들을 징벌시하는 과도한 규제였던 다주택 양도세 중과가 2012년 상반기 국회에서 통과되어 영구 폐지된다면 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강남권 재건축 초과이익금 부과를 2년간 한시 중지하는 이번 대책으로 강남3구 재건축단지들의 수익성이 높아져 이로 인한 매수세 유입이 어느 정도는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한다는 큰 틀에서 지금 당장 폐지하진 못하지만 사실상 분양가의 현실화를 통해 분양가 상한제도, 종국적으로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 폐지해야 한다는 의지를 시장에 보여줬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 역시 부동산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 이후 서울 수도권 주택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 온 탓에 추가하락을 기대하고 내집마련을 미루던 무주택자들은 당혹감을 표시했다. 새 서울시장 출범 이후 거래동결과 시장 참여자들의 전면적인 관망세로 인한 공포감에 휩싸였던 주택보유자들과, 혹은 손절매를 감행하려 했던 매도자들은 일단 한숨 돌리면서 시장 추이를 지켜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그러면서 급매물은 다시 들어가거나 최소한 급하게 팔지는 않겠다는 심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또한 12.7대책 이후 가락시영아파트의 종상향 결정과 종상향을 추진하는 강남권 주요 재건축단지들의 움직임 등이 본격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그동안 철저한 매수 우위시장이었던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매도자가 오히려 매도를 관망하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매수자 우위시장은 일단락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기적으로는 계절적 비수기인 연말연시와 구정 전후까지는 이번 12.7대책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양도세 중과 영구 폐지법안이 아직 국회통과를 남겨둔 상태라 급격한 매수세 유입이나 가격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12.7대책은 그동안 냉탕 일색이던 수도권 주택시장에 어느 정도 뜨거운 온수를 부어 온탕으로 바뀌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냉탕에 들어간 사람은 온수를 부어도 갑자기 냉탕이 온탕으로 바뀌는 것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온수가 일정 정도 이상 꾸준히 들어오면 적어도 냉탕은 미지근한 물로는 바뀌기 마련이다.
더구나 정책효과는 통상 대책이 나온 지 3개월 정도는 지나야 가시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2010년 지방선거 이후 8.29대책이 나오자 시장이 바로 반응을 하지 않고 3개월 정도가 지난 11월 초 무렵에서야 정책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이것을 보더라도 이번 대책이 나온 지 불과 보름도 안 된 상태에서 효과가 없다거나 ‘12.7대책 무용론(無用論)’을 거론하는 것은 난센스에 불과하다. 이것은 마치 동지섣달 시집온 며느리에게 며칠 후 해가 바뀌자 시어머니가 “얘야, 시집온 지 햇수로 2년째인데 아직 아이 소식은 없는 것이냐?”고 재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내 부동산시장은 냉탕과 온탕을 너무 자주, 너무 많이 오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온탕에서 냉탕으로 바뀌거나 냉탕에서 온탕으로 바뀌는 정책을 펴면 대부분 정책효과는 일정 정도 이상 나타나기 마련이고 지금까지 그래 왔다.
따라서 이번 12.7대책은 차갑기만 했던 비합리적이고 반 시장적인 냉탕 일색에서 온수를 들이부어 냉탕을 온탕으로 변경하는데 일정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책들이다. 본격적인 효과는 구정 이후 총선체제로 접어들고,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2011년 대비 43% 정도로 급감하기 시작하는 2012년 2분기 이후에 나타날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번 처방전에서 가장 중요한 DTI규제 완화라는 약재가 빠져, 처방전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와 부합되지 않은 취득세 감면 시한 연장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물론 약효는 있지만 약효가 반감된다는 의미이며, 이 부분은 향후 정부에서도 계속 논의 및 검토를 할 것으로 보여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약효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풀 것은 과감히 풀어야 한다. 풀고 나서 부작용이 나타나면 처방전을 다시 고치면 되기 때문이다.
[김부성 / 부동산富테크연구소장 boo-tech@hanmail.net]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6호(2012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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