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t Market] 최근 1년간 거래를 통해 예측한 하반기 미술시장 트렌드

    입력 : 2011.09.15 16:50:07

  • 미술과 금융의 시장 상관관계는?
    김환기 [대기와 음향] / 이우환 [점으로부터]
    김환기 [대기와 음향] / 이우환 [점으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미술시장과 금융시장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미술시장의 흐름을 주식시장과 같이 지수화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지수를 바탕으로 금융시장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려는 시도다. 여러 가지 결과가 있는데 그 중에서 흥미로운 건 미술시장과 금융시장이 동조한다는 분석이다. 미술품 가격지수인 ‘메이-모제스 아트 인덱스(Mei-Moses Art Index)’를 만든 전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모제스 교수는 “미술시장은 주식시장을 6개월에서 18개월의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최정표 한국아트밸류연구소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자체적으로 만든 한국미술가격지수(KAPIX)와 코스피변동지수의 변화를 비교한 결과(서울옥션이 창립한 해인 1998년의 두 지수를 모두 100으로 봤을 때) 2010년까지 미술가격지수는 360, 코스피지수는 349로 비슷한 상승률을 보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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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미술시장과 주식시장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거나 역의 관계에 있어서 미술품이 최적의 헤지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어떤 분석이건 미술품을 투자 대상으로 보면서 미술시장을 금융시장과 연관 짓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연구들은 보통 거래기록이 공개되는 경매시장의 데이터로 분석된다.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지난 1년간 국내 경매시장을 분석하는 것은 향후 미술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다시금 활발해지고 있는 미술경매
    박수근 [줄넘기하는 소녀들] / 이대원 [농원]
    박수근 [줄넘기하는 소녀들] / 이대원 [농원]
    2010년부터 국내 미술경매시장은 낙찰률과 거래량, 낙찰총액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 국내 미술경매시장은 총 8227점의 미술품이 출품돼 5389점이 낙찰됐다. 낙찰률 66%, 낙찰총액 약 9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총 5863점 중 3781점이 낙찰돼 낙찰률 64%, 낙찰총액 약 702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미술경매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연평균 낙찰률에서도 소폭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미술경매시장의 악재로 작용했던 미술품 양도세가 2010년 12월9일 2년간 유예됐다는 소식이 나온 5일 뒤 진행됐던 14일 서울옥션 제3회 옥션쇼의 낙찰률은 72%였다. 2011년 상반기 국내경매시장 낙찰률이 70.9%대로 올라섰다는 점을 볼 때 전체적으로 작년 이후 낙찰률이 5%가량 높아졌다.

    거래량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경매에 출품되고 낙찰되는 작품의 수가 전체적으로 40% 가량 증가했다는 점 역시 국내 미술시장이 양적으로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낙찰총액 면에서는 좀 더 확실하다. 2008년 약 1167억원에서 2009년 40% 가까이 감소했던 경매낙찰 총액이 2010년 다시 31% 상승했다. 낙찰총액이 2007년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였던 미술경매시장이 조정기를 겪다가 2009년 바닥을 치고 2010년 다시금 상승하는 모습은 코스피시장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지난 4월 사상최고점을 경신했던 점을 본다면, 국내 미술시장도 곧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도 있다.

    미술 경매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원인 국내 경매시장의 최근 활발한 흐름을 주식시장과 연관 지어 인과관계로 분석할 수는 없다. 국내시장이 이렇게 활성화되는 데는 미공개 작품 등 퀄리티가 높은 작품의 출현, 그동안 저평가돼 있던 고미술에 대한 주목, 미술품 양도세 시행의 유예 등 내적인 원인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서울옥션의 119회 정기 경매에 출품된 이대원의 '농원'은 경합 끝에 낮은 추정가 1억4000만원의 배 이상을 상회하는 2억9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1978년 작으로 산과 들, 나무와 원두막 등 작가가 즐겨 다루는 소재들이 한 화면에 자리 잡고 있는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2007년 7월 K옥션에서 최고점이었던 2억4000만원에 낙찰된 기록보다 5000만원 상승한 금액에 낙찰되면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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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품은 유니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소장하고 싶어하는 단 한 점의 미술품은 시장 상황이 좋던지 나쁘던지, 이대원의 '농원'처럼 경매시장에 공개되면 좋은 결과를 낸다. 2010년 6월 서울옥션의 117회 경매에서 미공개작이었던 이중섭의 '황소'가 35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3년 만에 30억원이 넘는 낙찰가를 기록하며 작가의 기록과 미술품 경매 2위 기록을 경신한 것도 이 같은 원인에서다. 고미술 또한 미술경매시장에 활기를 주고 있다. 2010년 9월 서울옥션 가을경매에 출품된 소정 변관식의 '금강산 사계' 10폭 병풍은 낮은 추정가 8000만원의 3배가 넘는 2억5500만원에 낙찰됐다. 그동안 치열한 경합을 끌어내어 추정가를 훨씬 상회하는 결과를 낸 고미술품이 간혹 있었지만 억대의 결과를 낸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퀄리티가 높은 고미술품을 위주로 이 같은 결과를 내고 있다는 건 그동안 저평가돼 있었던 고미술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고미술 전문 경매회사가 새롭게 문을 열고 있으며 고미술 최고가 기록도 연달아 경신되고 있다.

    2011년 하반기 미술시장의 전망
    도상봉 [라일락]
    도상봉 [라일락]
    지난 6월 이중섭의 '황소'가 좋은 결과를 내면서, 미술애호가들로부터 언제든지 퀄리티가 높은 작품들이 출품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에 앞으로 미술경매시장은 더 좋은 기록들을 내며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김환기의 작품이 기대된다. 김환기의 작품은 ‘미술경매의 블루칩’이라고 불려진다. 미술경매에서 거래액을 기준으로 볼 때 2009년 54억여 원, 2010년 84억여 원을 기록하며 낙찰총액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또 최근 출품작마다 억대의 낙찰가를 형성하고 있다. 경매 최고 기록은 2007년 5월 서울옥션 106회 경매에 나온 1950년대 작품인 '꽃과 항아리(정물화)'가 세운 30억5000만원이다. 이중섭의 '황소'에 2위를 내줬지만 아직 3위의 기록을 지키고 있다. 경매시장이 활성화된 2005년부터 228점이 출품돼 176점이 낙찰(77%)됐다. 이 같은 기록에 힘입어 퀄리티 높은 작품들이 속속 경매시장에 소개되고 있으며 모두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외에 폭넓은 시장이 존재한다. 오는 6월24일부터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 이우환이 주목된다. 이우환은 최근 사단법인 한국미술품시가감정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경매 낙찰총액을 기준으로 약 467억원의 낙찰액을 기록해 작품이 가장 많이 팔린 미술가로 분석되기도 했다.

    물론 고가에 거래되는 미술시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는 시장이 있는가 하면 아직 저평가돼 있는 시장도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해외시장에서는 활성화돼 있으나 우리 시장에서는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판화나 드로잉 작품이다. 그리고 이제 시장에 나온 역량 있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과, 높은 가치로 오랜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우리 고미술품 시장일 것이다. 미술품의 가격이 곧 미술품의 퀄리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금은 저평가돼 있는 작품일지라도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면 곧 그 가치를 찾아가리란 것이다.

    [신승헌 / 서울옥션 기획팀 책임 sh@seoulauction.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호(2011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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