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t Business] 미술품 투자의 세 가지 기본 원칙

    입력 : 2011.07.01 14: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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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잠잠했던 미술시장이 꿈틀거리면서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결국 문화에 대한 투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미술관 관람 인구는 77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미술을 즐기고 향유하는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미술시장과 미술품 투자의 저변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미술경매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미술품은 무엇일까. 미술품에 대한 투자 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가 미술품이 품은 가치 국내 미술경매의 최고 낙찰가 순위를 보면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 국내 근현대 미술사 대표 작가들의 작품과 빈센트 반 고흐, 앤디 워홀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기록이 작성된 시기를 보면 대개 미술시장의 호황기였던 2007년 수립됐다. 낙찰가 10위인 박수근의 '공기놀이하는 아이들'은 국내 미술시장이 한창 조정기를 겪고 있던 2009년 초 수립된 기록이며 낙찰가 2위인 이중섭의 '황소'는 지난해에 수립된 기록이다.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좋은 가격에 거래가 되고 고가 경매기록이 시장 흐름을 긍정적으로 만들기도 하는 이들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는 건 미술품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이 한번쯤 거쳐 가야 할 과정이다.

    2010년 전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연이어 최고 낙찰가 기록이 경신되면서 미술시장의 회복을 이끌었다. 크리스티 뉴욕 경매장에서 지난 2010년 5월4일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 녹색잎과 상반신'이 1억640만 달러에 거래됐는데, 이는 우리 돈으로 무려 1189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2월3일 소더비 런던 경매장에서 1억340만 달러, 우리 돈 약 1163억원에 거래돼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쟈코메티의 '걷는 사람1'의 기록을 재차 경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6월 국내 미술시장은 이중섭의 '황소'가 과연 얼마에 낙찰될 지 관심이 몰렸다. 결과적으로 '황소'는 2010년 6월29일 서울옥션 119회 경매에서 35억6000만원에 낙찰되며 박수근의 '빨래터'가 갖고 있는 45억2000만원의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은 경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환기의 '꽃과 항아리'가 2007년 5월 수립했던 30억5000만원의 기록은 경신했다. 또 2007년 이후 3년 만에 낙찰가가 30억원이 넘었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투자의 관점에서 분석한다면 이중섭의 '황소'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먼저 '황소'는 소 그림으로 잘 알려진 화가 이중섭의 대표작이다. 이중섭은 “소와 같이 산다. 소와 입 맞춘다”는 이야기가 회자될 만큼 일찍부터 소를 열심히 그렸다. 이중섭의 소 작품은 작가가 겪었던 고난에 비춰 자전적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가 살다간 시대를 감안한다면 근대사의 굴곡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해온 우리 민족의 역동성을 상징하고 있다. 또한 쉽게 볼 수 없는 희소한 작품이다. 소를 주제로 한 유화 작품은 현재 개인 소장품과 박물관, 미술관에 있는 10여 점만이 알려져 있을 만큼 매우 희소하다. 더구나 서울옥션에 출품됐던 작품은 이중섭 작가와 알고 지내던 소장자가 1955년 선물 받은 작품으로 1972년 전시된 이후 약 40년 만에 처음 공개됐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한 마리 소가 힘차게 땅을 내딛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중섭 특유의 발색과 속도감 있는 붓질이 대표작으로 꼽기에 손색없다. 크기 면에서도 세로 35.3㎝, 가로 52㎝로 대형작품이다.

    첫째, 미술사적으로 검증된 유명 작가의 대표작. 둘째, 그 중에서도 희소한 작품. 셋째, 뛰어난 작품성 등 세 가지 요소는 이중섭의 '황소'가 미술품 경매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요인이 됐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최고 낙찰가를 기록하고 있는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 녹색잎과 상반신'도 이 같은 관점에서 살펴보면 동일한 결론에 이른다.

    이 작품은 1932년 작으로 피카소의 정부(情婦)였던 마리 월터가 옷을 벗은 채 누워 있는 모습을 입체파 특유의 터치로 표현한 작품이다. 피카소의 전성기 시절에 그려진 주요 작품으로 자선 사업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였던 한 부부가 1951년 피카소에게 직접 1만9800달러에 구매했다. 이 부부는 50년간 이 작품을 공개적으로 전시한 적이 없어 그 희소성이 더 높았다. 또 피카소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마리 월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그 동안 미술시장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는데, 이런 점이 최고가 수립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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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품 컬렉션과 투자의 요점 앞서 살펴보았듯 국내 미술경매에서 이처럼 수백억이 넘게 거래되고 있는 미술품들은 미술시장에서 꾸준히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작가의 대표작, 그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소재나 시장에 소개된 적이 없는 미공개작 등이다. 이들 작품은 미술품 컬렉터들이 소장을 열망하기 때문에 미술시장이 호황이든 불황이든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좋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다. 지금은 저평가돼 있을지라도 향후 10년 후 또는 20년 후에 어떤 작품들이 이 같은 반열에 오를지 전망해보는 것도 미술품 컬렉션과 투자의 요점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구매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소장품전에 어떤 작품이 있는지 살펴본다거나 세계적인 미술시장분석기관인 아트프라이스가 집계한 거래 작가 리스트를 분석하고 대형 화랑들이 초대전 등 관리하고 있는 작가들이 어떤 작가인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미술시장 정보를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미술품을 구매하기 위해선 안목과 정보가 중요하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서화수장가였던 김광국(1727~1788이후)은 중국 송원대의 그림을 비롯해 서양의 판화와 일본 우키요에까지 수집했을 만큼 폭넓은 컬렉션을 갖고 있었다. 김광국의 화첩인 석농화원의 발문에 당대 지식인이었던 유한준은 이렇게 썼다.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知卽爲眞愛),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며(愛卽爲眞看),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저 모으는 것은 아니로다(看卽畜之而非徒畜也).”

    이 문장은 몇 세기가 흘렀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미술애호가들에게 미술품 컬렉션에 입문하기 위한 과정을 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승헌 / 서울옥션 기획팀 책임 sh@seoulauction.com│사진 =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호(2011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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