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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돈은 어디서 와서 왜 저곳으로 흐르는 걸까
입력 : 2011.06.10 10: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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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를 업으로 하는 직업병 때문인지 피땀 흘려 번 소중한 돈을 관리하고 불려가는 결정 앞에 많은 이들의 유연하지 못한 판단을 보게 된다. “한 종목만 찍어주세요!” 직업을 프라이빗뱅커라고 소개하면 대개 이런 질문이 돌아온다. “저는 그 한 종목을 찍어서 매번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라고 웃으며 넘기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러한 상황이 투자에 대한 잘못된 자세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게다가 최근까지 한국에선 부동산을 제대로 사고팔면 훌륭한 재테크를 할 수 있었다. 대출받아 집을 사면 금융비용 감당은 물론 충분한 수익을 안겨줄 만큼 집값이 뛰었고,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으로 빌린 대출을 갚을 계획만 세우면 충분했다. 그러다 보니 투자의 개념이 한탕주의처럼 인식되는 안타까운 상황에까지 오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 예전만큼 정기예금도 이자가 높지 않아 이젠 좋든 싫든 내 돈 굴릴 새로운 재테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또 공부해야 하는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시장에는 <적벽대전>의 동남풍과 화공을 예견하고 고안한 참모들 같은 소위 프로페셔널이 넘쳐난다. 그들은 막대한 자본과 엄청난 정보력을 무기로 남들보다 빠르고 냉철하게 승리를 향해 움직인다. 그럼에도 이렇게 치열한 전쟁터에 어떤 사람들은 그냥 감으로 또는 잘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아니면 내 옆에 누군가도 그러더라는 휩쓸림 때문에 뛰어들고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무기를 들고 싸워야 하는 것일까. 미국 및 원자재 시장에 주목 많은 사람들이 분산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의심의 여지없이 맞는 말임은 분명하지만 난 그 네 글자 앞에 하나의 중요한 문장이 생략돼 있다고 믿는다.
‘돈이 어디로 그리고 왜 흘러가고 있는지 파악하라. 그리고 그에 맞게 분산투자하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에 단순분산(Naive Diversification)이란 말이 있다. 사고자 하는 모든 대상에 동일 비중을 투자한다는 뜻으로 사람들은 이렇게 하고서 심리적으로 만족하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이는 엄격히 말해 분산투자라고 하기에는 미흡하다. 또 다른 개념으로 홈 바이어스(Home Bias)라는 것도 있는데, 자신이 잘 아는 곳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게 된다. 이 역시도 올바른 투자 방법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게 되면 우선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할 수 있고, 또 자신이 판단한 정도에 따라 투자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어떠한 전략도 모든 발생 가능한 내·외부 충격에 대해 최선일 순 없다. 미국의 경기 턴어라운드, 유럽 국가들의 재정문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시위, 유가 급등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일본에서 일어난 대지진 등.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각양각색의 경제변수들을 놓고 보면 이것이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답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충분히 고민하고 계획한 분산투자는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선행돼야 한다.
2010년 코스피 지수는 기업의 이익증가 등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화된 것과 더불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정부가 행했던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시중에 풀린 달러화가 신흥시장으로 유입되었던 것이다. 최근 만난 많은 고객의 경우 자산의 대부분을 국내 시장에만 투자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향후 매우 큰 위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작년 말을 기점으로 미국기업들의 영업이익 및 경제지표들이 개선되고 신흥국으로 유입되었던 자금들이 다시 미국시장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감안하면 미국시장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
또한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고 중국, 인도 등 거대인구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을 예상한다면 원자재 시장에의 투자도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돈이 어디로 그리고 왜 흘러가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게 분산투자’ 한다면 당신은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심도현 / 삼성증권 SNI 호텔신라점 CFA dohyun.shim@samsung.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호(2011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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