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al Estate] ‘뜨는 해’ 세종시, ‘지는 해’ 과천시

    입력 : 2011.06.10 10:56:02

  • 과천 주공1단지
    과천 주공1단지
    작년 1월 정부가 이전 부처를 대폭 줄인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라는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오자 충청권은 들끓었다. 결국 수정안이 폐기되고 원안이 통과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세종시 논란이 불거진 지 1년. 민심은 물론 이 지역 집값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떳다방, 분양권, 이주자택지 편법 거래 등이 활개를 칠 정도로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은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 사실상 세종시가 이 지역 ‘부(富)의 지도’를 그리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세종시가 ‘뜨는 해’라면 경기도 과천은 ‘지는 해’ 신세다. 부동산 경기 한파와 함께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과천 일대 부동산 값은 좀처럼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부처 36개 기관과 1만여 명이 내년 말부터 2014년까지 대이동을 한다. 빠져나가는 과천과 들어오는 세종시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case 1. 세종시 지난달 말 세종시 인근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 시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금남면사무소까지 1km도 안 되는 길가에 부동산중개업소만 50여 개가 몰려 있다. 작년 10월 세종시 첫마을 1단계 분양에 ‘떳다방’까지 활개를 치는 등 ‘청약 광풍’이 몰아치면서 20여 개 업소가 새로 들어섰다. 첫마을은 세종시에 들어서는 주택 중 첫 분양으로 이 지역 집값 향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1차 분양 때 2.4대1에 그쳤던 청약 경쟁률이 잔여분인 204가구 2차 분양 땐 무려 1만여 명이 몰려 38대1을 기록했다. 현재 단 12가구만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5000만원 이상 프리미엄 붙기도 이처럼 인기몰이를 하면서 분양권 편법거래도 공공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2월 입주를 앞두고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있지만 현재 일부 로열층의 경우 3.3㎡당 100만원 수준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토지 공인중개사무소는 “112㎡형은 2000만~3000만원, 162㎡형의 경우 프리미엄이 5000만원 이상 붙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호가만 높을 뿐 실제 거래 건수는 그리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세종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편의시설,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전무해 당장 수요자들의 구미를 잡아당기기엔 무리라는 평가다. 오히려 주목받는 건 이주자용 택지 분양권 거래다. 330㎡(1필지)당 분양가는 1억6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프리미엄이 5000만원을 넘나든다. 지난 2006년 부동산 시장 활황기 때는 프리미엄만 1억2000만원까지 올랐지만 3000만원 수준까지 빠졌다가 작년 세종시 원안 통과 이후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게다가 세종시 1-2, 1-4공구 이주자택지 소유자들이 제기한 분양가 인하 소송도 관심이다. 이들은 LH(토지주택공사)로부터 3.3㎡당 160만원 수준에서 분양을 받았지만 너무 비싸다며 분양가를 낮춰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1심판결에서 주민들이 승소해 그 결과에 따라 이주자택지에 대한 인기가 더 치솟을 수도 있다. 이주자택지는 택지개발지구 내 거주하던 원주민의 토지를 수용하는 대신 제공하는 토지로서 단독주택 등을 지을 수 있는 땅이다. 현재 숨고르기에 들어간 이 지역 집값은 오는 5~6월로 예정된 세종시 첫마을 2단계 3500가구 분양을 ‘변곡점’으로 또 다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충남 연기군은 작년 10월 세종시 첫마을 분양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자 집값이 급격히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작년 연말에는 1.25%나 뛰었다.

    세종시는 물론 맞닿은 대전 노은지구 집값도 춤을 췄다. 작년 6월 -0.49%까지 빠지던 노은지구 집값은 6월 말 수정안이 최종 폐기되면서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1월엔 1.16%나 상승했다. 노은2지구 반석마을 5단지 112㎡형은 현재 3억30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06년 최고가를 경신하며 3.3㎡당 1000만원에 달한다.

    노벨 공인중개사무소는 “세종시와 인접해 있어 그동안 대전 지역에서 높은 가격을 유지해온 지역이지만 작년 10월 첫마을 분양 이후 더 오르더니 올해 1~2월에 집값이 기존 최고가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사철 전세 품귀 현상 탓도 있지만 세종시 여파로 전셋값도 고공비행 중이다. 작년 12월 2.47%, 올해 1월 1.29%로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석마을 5단지 예미지 129㎡형은 이달 들어 2억6000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전셋값이 7500만원이나 올라 상승률이 40%에 달했다. 인근 A부동산은 “단지별로 매물이 5가구 안팎에 불과하고 그마저 나오자마자 금세 계약된다”고 말했다. 노은2지구는 둔산지역과 함께 대전의 노른자위 지역으로 가장 집값이 비싼 지역으로 손꼽힌다.

    노은지구 중 가장 먼저 개발된 1지구 역시 작년 말부터 집값 상승에 탄력이 붙었다. 열매마을7단지 현대1차 95㎡형은 작년 1월만 해도 1억8750만원에 그쳤지만 올해 2월에는 2억3500만원으로 1년 만에 5000만원 가까이 올라 상승률이 25%에 달한다.

    인근 노은지구 집값도 가파르게 상승 노은3지구는 보금자리지구로 전환됐지만 교통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 노은4지구는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그다지 주목을 끌진 못하고 있다.

    노은지구에 세종시는 ‘양날의 칼’이다. 세종시 덕에 떴지만 최근 첫마을 분양이 큰 호응을 얻은 것을 보면 중장기적으로 세종시에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첫마을 1단계 평균 분양가는 3.3㎡당 639만원으로 노은지구나 둔산동의 800만~1000만원보다 훨씬 싸다.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세종시의 가격경쟁력은 월등하다. 공사 중인 청사와 아파트를 제외하면 아직 허허벌판이지만 기반시설이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연말까지 대전유성 연결도로가 완공되고 내년 중 오송역, 정안IC연결도로 등이 개통된다. 올해 6개교를 비롯해 2014년까지 26개 학교가 들어선다. 최근 농협이 하나로마트를 지을 부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당분간 서울서 내려온 공무원이나 연구원들이 기반시설이 우수한 노은지구에 거주하겠지만 세종시 입주가 본격화되는 올해 12월 말, 공공기관 이전이 시작되는 내년 말 등 단계적으로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종시 첫마을 청약열풍이 깜짝흥행이란 지적도 있다. 세종타운 중개사는 “가수요가 붙은 것일 뿐 기반시설도 없는 세종시 분양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만큼 인근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다.

    주택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현재 LH로부터 택지를 분양받은 12개 민간 건설사들은 땅값 인하를 주장하며 공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2012~2014년까지 총 36개 기관, 1만여 명의 공무원이 세종시에 내려와 상주하게 된다. 계획대로라면 2012년 말까지 1만2000가구를 공급해야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진 이들 건설사들이 착공에 들어가야만 내년 말부터 시작되는 공무원들의 이주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세종시 개발에 따른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고 인근의 값싼 아파트들도 따라 오르고 있다”며 “하지만 아파트 건설이 계획대로 진행될지, 기반시설이 예정대로 들어올지에 따라 가격 부침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시 첫마을 공사현장.
    세종시 첫마을 공사현장.
    case 2. 과천 “눈에 안 보이던 게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거죠. 전세난 여파로 전세매물은 여전히 나오기가 겁나게 사라지는데 거래는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에요. 1월에도 거래된 게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니 뭐 말 다했죠.”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3월 초순. 과천연 일대 부동산 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가시지 않았다. 원문동에 위치한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를 묻는 기자에게 손사래를 치며 분위기를 전했다.

    과천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면적 60㎡ 매매가는 지난해 1월 7억원이었지만 지금은 5억6000만원까지 ‘뚝’ 떨어졌다. 1년 사이 1억4000만원이 증발한 셈이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전세난 틈바구니에서 반짝 2000만원 안팎 회복하는가 싶더니 12월~1월 비수기 들어서면서 다시 거래가 동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5월 안전진단이 통과됐던 과천지역 재건축 4개 아파트 단지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빠른 속도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원문동 주공 2단지 59㎡는 지난해 초만 해도 8억5000만원 안팎에서 실거래됐다. 그러나 지금은 7억원을 약간 웃도는 선에서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인근 부림동 주공8단지 89㎡는 올 초 7억8000만원 안팎에서 1억원 가까이 가격이 떨어져 6억9000만~7억원 수준이다.

    가격 하락에다 거래 건수마저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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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림동 H공인 관계자는 “그나마 지난해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규제를 완화한 이후 기대심리가 살아나 2000~3000만원 회복된 가격”이라며 “이달 말 정부가 다시 DTI규제를 강화하게 되면 거래는 또 동면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청사 이전 시점이 다가오면서 가장 불안해하는 이들은 지역 상인이다. 최근 과천 일대에서는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민서명운동이 계속되고 있고 청사 이전 이후 공동화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토론하는 세미나를 알리는 내용의 현수막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천에서 15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오모(59)씨는 “가장 타격받는 사람들은 빌딩 주인들이겠지만 여기서 십수 년 장사를 해온 우리 같은 세입자도 당장 어디로 가서 호구지책을 찾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일부 상인들은 공무원들을 따라 아예 대전으로 옮긴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과천시와 과천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정치권 최대 화두가 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다. 정부과천청사와 공공기관 이전으로 공동화 위기를 맞게 된 과천시에 반대급부로 과학벨트를 달라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담긴 과천지원특별법 제정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과천시도 입장을 바꿔 우선 과학벨트라도 유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천시청 관계자는 “과천은 과학벨트특별법안에 있는 접근성, 안정성, 주거환경 등 여러 가지 선정 조건을 모두 만족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인들의 여론을 수렴한 결과 과천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과천의 과학벨트 지정 당위성을 주장했다.

    경기도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과천에 과학벨트를 유치하기 위해 조만간 경기도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의 과학자 등으로 구성된 과학벨트 유치추진단을 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이온 가속기를 관악산에 설치하는 방안의 타당성과 안정성, 구체적인 과학벨트 조성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3월까지 마무리한 뒤 교육과학기술부에 유치제안서를 전달할 방침이다.

    한편 과천시의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 6개 부처와 중앙공무원교육원 등 3개 기관이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한다. 현재 과천시 인구는 7만2000명으로 이전 부처 및 공공기관 근무자는 6200여 명에 이른다. 정부부처 이전 이후 고용 인원은 1만230명이 감소하고 1조1375억원의 생산 감소 효과가 예상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7년간 3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과학벨트 유치는 과천의 공동화를 막을 유력한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임성현/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einbahn@mk.co.kr]
    [이지용 /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sepiros@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호(2011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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