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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김정식 수집뱅크코리아 대표, “초보자는 주화세트 수집이 첫걸음”
입력 : 2011.06.10 10: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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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화폐업에 뛰어든 것도 수집에 대한 매력이 크게 작용했다. 화폐 수집은 잘 몰라도 큰 문제가 없다. 가짜가 비일비재하게 나돌지 않아서다.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앞으로 대중화 될 수 있는 분야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대중화 돼 있다.”
이런 가능성을 보고 화폐 사업을 시작했다. 먼저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며 오프라인 점포를 내기 위한 준비과정을 밟았다. 국내 화폐시장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우리나라 통틀어서 30여 개가 안 된다. 화동양행이 제일 크고 역사도 오래돼 우리나라 화폐상 시초다. 수집뱅크코리아가 화동양행 다음 정도 되는 규모다.
반면 수집 인구는 점점 늘고 있다. 김 대표가 예측하는 현재 수집가들은 5만 명 정도다. 관심을 가지고 한 달에 한번이라도 수집뱅크코리아 사이트를 둘러보는 인원수다. 요즘에는 인터넷 동호회가 많다. 젊은 층은 네이버 카페, 연령대가 높고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은 다음 카페에 몰려있다.
화폐 수집인구가 늘어나는 건 재테크로서 메리트가 있어서일까. 한참 전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을 꺼냈다. 김 대표는 난감한 얼굴로 운을 뗐다. “반드시 돈을 벌겠다는 마음으로 화폐 수집에 접근하는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것도 많지 않나. 주식이나 펀드 투자라든지. 우선은 내가 먼저 즐겨야 한다. 이득이 되냐 못 되냐는 수집하는 데 있어서 따라오는 금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즐기면 마음이 좋아져 하는 일도 더 잘될 거고.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한 자세”라고 말했다. 다음 말을 재촉하는 시선을 보내자 김 대표는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르는 게 있긴 하다. 그 중 몇 년 주기로 발행하는 주화세트가 있다. 10년 전에 5만원 했던 게 지금은 140만원이 됐다. 그런 것들을 모으다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재테크가 되는 거지”라고 덧붙였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한다.
“우선 화폐 자체를 즐겨야 수집도 즐거워진다. 그러려면 어떤 취향의 화폐를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 지폐 혹은 주화로 할 건지. 우리 사이트에 들어가면 정리가 잘돼있으니 참고하라. 초보자들은 인터넷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판매인에게 구입했다가 손해를 보곤 한다. 반드시 검증되고 믿음이 가는 곳에서 구입해야 한다. 단골 거래처를 만드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 자주 들려서 정보도 교환하고 대화도 나누며 교류를 하다보면 좋은 수집이 가능하다. 자연스레 공부도 된다. 또 조심해야할 게 미사용으로 꾸며 판매하는 사람들이다. 이럴 경우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다.”
성공적인 화폐 재테크 비결에 관한 김 대표의 조언이다. 위 단계들을 거치면 재테크를 준비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수집이 아닌 재테크를 위한 품목들이 따로 있어 원하는 방향에 맞춰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귀한 화폐 기준은 세 가지다. 희소성, 인기도, 수집상태. 누구나 갖고 싶어 해야 가격이 오른다.
수집가들이 좋아하는 화폐 도안도 그 중 하나다. 예를 들어준다며 김 대표가 모자상 백환을 꺼내왔다. 낡은 지폐에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아이가 그려져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숙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김 대표는 아이 엄마를 “출산휴가를 받은 한국은행 직원”이라고 귀띔했다. 저축 장려 운동에 열을 올리던 때라 저축통장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 화폐 역사상 최초로 민간인 모델이 그려진 도안이라 인기가 높다. 1930년부터 해방 전까지 우리나라 동전이 거의 없다.
일본에서 화폐발행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이후 1960년대 들어 한국은행에서 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10원짜리 미사용 동전은 4~50만원 정도로 값이 배로 뛰었다. 더욱 휘귀한 1970년 미사용 동전은 100만원 정도다.
김 대표는 케이스에 넣어진 1969년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내민다. 케이스 앞에 미국 회사가 매겨준 화폐 보존 상태 등급이 표시돼 있다. 김 대표는 “만약 등급이 65였다면 100만원 줬을 거다. 하지만 63이라 반값인 59만원이다. 나올 리 없겠지만 70정도면 부르는 게 값이다”고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에 혀를 내밀 수밖에 없다.
귀한 화폐들 중 요즘 찾을 수 있는 건 1998년도 500원짜리 동전이다. “재테크를 떠나서라도 이 동전만 찾아내면 큰 이익을 본다. 문제는 찾기가 어렵다. 1998년에는 외환위기가 닥쳐 동전발행을 거의 하지 않았다”며 가격이 높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500원짜리는 극히 소수로 동전 세트를 만들려고 8000개만 발행했다. ‘정말 있냐’는 말에 김 대표는 “최근에 인천공항 자판기에서 찾은 사람이 다녀갔다. 사용한 상태라도 50만원 정도 지불해준다. 과거에는 30만원 정도였으니 많이 오른 거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발행 수에 따라 화폐의 가치는 달라진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화폐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시간이 훌쩍 흘러가 있었다. 아쉬움에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김 대표는 “법인기업으로 상장하고 싶다. 나중에 내가 여기를 나가더라도 회사가 유지되는 게 내 희망”이라며 말했다.
[장인지 jindalring@naver.com, 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호(2011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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