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per Rich] 글로벌 백만장자는 자수성가형, 16%만 세습부자

    입력 : 2011.05.27 15:23:41

  • 슈퍼리치 면서 기부에도 적극적인 빌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오른쪽).
    슈퍼리치 면서 기부에도 적극적인 빌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오른쪽).
    “재력만으로 성장한 글로벌 리더들의 시대는 지났다.” 돈보다는 브레인 파워와 네트워크로 세계를 움직이는 ‘글로벌 엘리트’에 대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렇게 말한다. 일명 ‘슈퍼리치’라 불릴 만한 거부들은 전 세계에 몇이나 될까. 기업컨설팅 전문업체 캡제미니(capgemini)는 백만장자를 ‘투자가능 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개인자산가’라고 정의한다. 이대로라면 전 세계에는 약 1000만 명의 백만장자가 있다고 캡제미니와 메릴린치는 추정한다. 크레디트 스위스가 정의하는 백만장자의 범위는 조금 더 넓다. 이들이 말하는 백만장자는 집, 미술품과 같은 소장품, 심지어 현재 현금화하기 어려운 연금까지 포함해 그 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 되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지난해 중반 통계로 전 세계 2420만 명이 백만장자로 분류되고 이는 전 세계 성인인구의 0.5%에 해당한다. 호주의 인구보다 전 세계 백만장자의 수가 더 많은 셈이다. 이들은 전 세계 자본의 1/3 이상을 쥐락펴락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69조2000만 달러 정도. 국가별로 백만장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전 세계 백만장자의 41%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체 백만장자 중 단 16%만 세습부자고 대부분 자수성가형이라는 점이다. 또 47%가 기업가로 자신의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 경영인이 아닌 연봉이 높은 전문경영인 백만장자도 23% 정도로 세습부자보다 그 비율이 높았다.

    점점 불평등해지는 세계 물론 금융위기는 부자들의 자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2008년 전 세계의 개인 고액 자산가는 15% 줄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의 총계 역시 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000만 달러 이상 자산가인 슈퍼리치들의 경우 이보다 많은 24%의 자산 감소를 경험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과 함께 부자들도 돌아왔다. 2009년 거부들의 총 자산은 19% 늘었고, 특히 아시아 부자들의 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처음으로 아시아 부자들과 유럽 부자들의 수가 비슷해진 것. 총 자산으로는 아시아 부자들의 자산 총액이 9조7000만 달러로 유럽 부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총 자산을 넘어섰고, 북아메리카 부자들의 자산 총액인 10조7000만 달러를 추격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시아와 같은 신흥국 부자들의 부는 늘어났지만 이들 국가에서 소유의 불평등은 더 심화됐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통계를 근거로 전 세계 부는 바닥은 넓고 위는 뾰족한 형태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위 1% 부자는 전 세계 부의 43%를 차지하고, 상위 10%는 8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 소득 하위 50%는 단 2%를 움직일 뿐이다. 소득분배의 불평등지수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만 보면 1980년 전 세계 0.66이었던 지니계수는 2000년대 중반 0.61로 떨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미국의 지니계수는 0.34에서 0.38로, 독일은 0.26에서 0.3으로 올랐다. 중국은 무려 0.28에서 0.4로 불평등한 정도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 컬럼비아대의 자비에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같은 개도국의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높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통계로는 불평등 정도가 완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재력보다 능력을 세습하는 글로벌 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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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난 재능으로 부를 축적한다는 것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슈퍼리치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프로축구선수나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톱 가수들 역시 자신의 재능을 통해 부를 쌓았다. 그러나 슈퍼스타들과 달리 브레인 파워로 성장한 글로벌 엘리트들은 재력과 함께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구별된다. 이들은 은퇴 후에도 과거에 누렸던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해 재력뿐 아니라 높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때문.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아마쿠다리(amakudari)’를 대표적인 예로 든다. 아마쿠다리란 정부의 고급 관료가 퇴직하고 관련기관의 간부 등으로 채용되는 낙하산 인사 관행을 말한다. 미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통신, 제약 등 정부 규제가 많은 산업일수록 그렇지 않은 산업에서보다 전직 정치인들을 고용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하게 그들의 능력을 높이 샀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간 쌓아온 네트워크를 이용해 정부 규제망을 피하거나 느슨하게 하기 위한 계산도 숨어 있다. 지능 및 능력에서 오는 빈부 차이는 심화되는 추세. 1991년 조사에서 대졸자의 평균 임금은 고졸자의 2.5배 수준이었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이보다 더 커진 3배 수준이 됐다. 대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대졸자가 될 확률이 높아 학력과 재력이 동시에 대물림된다. 이는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도 연관이 있다. 1970년대 미국에서 여성 변호사의 비율은 5%가 채 안됐지만 지금 로스쿨에서는 절반이 여학생이다. 여성들의 학력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고학력 부부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 고학력 부부 사이에서 아이들은 TV보다는 책을 더 자주 접하는 등 지적인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사용하는 어휘 수준 역시 일반 가정보다 높을 수 있다. 교육비의 상승도 이런 학력세습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명문대에서 수학한 엘리트 유목민
    MIT 동문들이 창업만 2만5800개로 이기업 들은 330만명을 고용하고 매년 2조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MIT 동문들이 창업만 2만5800개로 이기업 들은 330만명을 고용하고 매년 2조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위대한 두뇌레이스(The Great Brain Race)'의 저자인 벤 윌다브스키(Ben Wildavsky)는 “글로벌 대학들이 세계를 재구성한다”고 했다. 중국 상하이 교통대가 발표한 세계대학순위에서 상위 20개 대학은 모두 미국 학교로 이 학교들은 부자학교이면서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미래의 글로벌 엘리트들은 국적을 막론하고 국외 명문대학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을 받고 싶어 한다. OECD조사에 따르면 2000년에 200만 명이었던 국외 수학 중인 학생 수가 2008년 330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 조사는 영어권 국가의 인기가 특히 높으며 미국이 19%로 1위, 다음으로는 프랑스, 독일의 순이었다고 전한다. 글로벌 인재들의 유입에 따라 글로벌 명문 대학들의 모습도 바뀌었다. 미국의 산업화에 큰 역할을 했던 매사추세츠공대(MIT)는 기업가 정신이 강한 대학문화를 자랑한다. 2009년 카프만재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MIT 동문들이 창업하고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기업의 수는 무려 2만5800개로 이 기업들은 총 330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매년 2조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대학은 정부 지원뿐 아니라 글로벌 대기업들로부터 3억 달러의 기금을 받고 있다.

    또 하나의 명문 하버드 케네디 스쿨 재학생의 절반 이상도 외국 학생들이다. 이 학교를 대표하는 동문들은 반기문 UN사무총장,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총재,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등 글로벌 리더 중에서도 리더들이다. 이 밖에도 멕시코, 몽골, 리베리아, 콜롬비아 등의 리더들이 케네디 스쿨에서 리더십을 익혔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글로벌 명문대학 출신의 학생들은 세계 취업시장에서도 단연 1등급으로 분류된다. 능력을 검증받았을 뿐 아니라 동문 인맥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cole Nationale d'Administration)의 에나르크(Enarque)라고 불리는 동문 가운데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 등 2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있다. 에르나크들은 졸업 후 바로 정계와 관계 및 국영기업체 등에 진출해 국가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권한을 갖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엘리트 유목민… 네트워크가 힘이다 오늘날 글로벌 리더들의 활동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뉴리더들의 출현이 기대되는 인도와 중국만 봐도 전 세계적으로 2500만 인도인과 6000만 중국인이 국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소위 글로벌 엘리트 유목민이라 불리는 이들은 본국과 자신들이 활동하는 국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자신들끼리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믿음을 바탕으로 서로의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인도와 중국과 같은 신흥국 엘리트들은 글로벌 인맥뿐 아니라 자국민들과의 인맥을 활용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세계적인 명문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지만 자신만의 분야에서 최고로 성장하는 데 민족만한 ‘백’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거부들 중에는 이민자 출신이 많다.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적인 거부 반열에 오른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은 레바논 출신의 멕시코 이민자였고,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의 창업자 로빈 리 역시 미국에서 공부한 글로벌 인재다. 특히 중국에서 사업을 할 때는 중국의 문화를 알아야 하고 ‘관시’에도 능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 경험과 자국의 뿌리를 모두 갖춘 이민자나 교포들이 유리하다.

    한편 정기적으로 열리는 글로벌 리더들의 모임은 슈퍼리치들의 결속력을 다지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자리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글로벌 모임은 다보스포럼이나 매년 중국 하이난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과 같은 공개 모임 등을 꼽을 수 있다. 빌더버그 그룹 모임과 같은 비공개 모임도 있다. 미국, 유럽의 글로벌 리더들을 중심으로 매년 5~6월에 열리는 이 모임은 참가자들이 매우 제한적이다. 지난해에는 이 모임을 통해 빌 게이츠,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이 요제프 아커만 도이치방크 회장 등과 환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는 내 방식대로
    인도의 최고 갑부 무케시 암바니(가운데).
    인도의 최고 갑부 무케시 암바니(가운데).
    전 세계적인 리더들의 모임을 통해 글로벌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은 이를 해결하는 데도 힘을 보탠다. 기존의 단체에 기부하기도 하지만 자기 이름으로 된 재단을 설립하고 뚜렷한 목표를 가진 꾸준한 기부에도 열심이다. 아내와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한 빌 게이츠가 대표적. 요즘의 글로벌 슈퍼리치들은 자신의 성공을 측정하는 척도로 자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고,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느냐를 따지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기업이나 발명품들이 전 세계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이바지하고 있으며, 자신이 베푼 것들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빈곤에서 구해내고 삶을 발전시켰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 신흥국 엘리트들 무엇이 다른가 인도… 우리끼리의 리그
    중국… 기업인 위에 공직자
    사진설명
    지난 2008년 뭄바이 호텔 테러 당시 인도 상류층의 대다수는 친구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테러가 일어났던 타지마할 호텔과 오베로이 호텔은 인도 상류층이 사교모임을 자주 갖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인도 상류층은 일종의 섬과 같은 자신들만의 영역 안에서 부를 누린다. 자녀들은 모두 같은 사립학교에 보내고 자신들이 따로 만든 인프라로 물과 전기를 사용한다. 정부가 공급하는 전력, 수도, 교육서비스가 얼마나 열악한지 알 길이 없다. 인도의 대표적인 거부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 회장의 초호화 저택의 가격은 무려 1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대저택은 총 27층으로 헬기장 3곳에다 16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이 있고, 고대 바빌론에 있었다는 공중정원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렇게 폐쇄적이고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음에도 인도의 거부들은 대부분 영웅으로 칭송받는다. 이들은 아무것도 없었던 인도를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만들고, 인도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은 기업가보다 여전히 공권력을 가진 정부 고위관리의 영향력이 큰 사회다. 대부분 대기업이 공기업이며 사기업이라 할지라도 거대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서는 정부 관료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 이 때문에 종종 고위 관료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지난해 중국 한 경찰 고위 간부인 리강의 아들이 뺑소니 교통사고로 피해자를 죽게 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가해자인 리치밍은 반성은 커녕 “우리 아버지가 리강이다”고 외쳐 고위 공직자와 그 권력을 과신하는 일가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정고은 / 자유기고가 kony0923@gmail.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호(2011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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