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에서 읽는 트렌드] ④ 강릉항 안목해수욕장 커피거리

    입력 : 2011.05.13 1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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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어삼킬 듯 불어오는 바람에 온 몸 시린 겨울 바닷가. 탁 트인 동해바다를 향해 손짓하듯 뻗은 항구 끝자락 빨간 등대가 외롭다. 외롭거나 말거나 그곳을 찾은 이들은 웬만해선 외로움과 거리가 멀다. 아베크족 뒤로 두서넛, 혹은 네댓이 몰려다니며 겨울바다 경치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여기까지가 여느 바닷가의 겨울 풍경이라면 강릉시 송정동에 자리한 강릉항은 따스한 정취를 더했다. 강릉항에서 걸어서 3분. 안목해수욕장을 둘러싼 식당과 회집 사이사이에 10여개를 훌쩍 넘긴 커피전문점이 그렇다. 자그마한 테이크아웃 점포부터 도심에서나 봤을 법한 대형점포까지 찬 기운 거부한 이색적인 분위기가 구수한 커피향을 흘리며 절로 호객하고 있다. 강릉을 비롯해 강원도 내에 커피거리로 이름 자자한 그곳을 찾았다. 평일 오후였지만 테이블이 모자랐다. 마을 앞 길목, 커피거리로 변신하다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이 바다 전망에 통창으로 마무리 돼 있다.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이 바다 전망에 통창으로 마무리 돼 있다.
    ‘강릉항 커피거리’로 유명한 이곳은 2008년 5월 강릉항으로 개칭되기 전까지 안목항(安木港)이라 불렸다. 원래 마을 앞 길목을 뜻하는 ‘앞목’이 제 명칭이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인들이 발음하기 쉬운 ‘안목’으로 고쳐 부르게 됐다. 강릉IC에서 강릉역과 강릉경찰서를 지나면 모습을 드러내는데, 강릉의 젖줄인 남대천 하류에 자리했다. 덕분에 앞쪽은 해변이요, 둑 너머 뒤쪽은 강변이다. 잘 닦은 남대천변 산책로를 걷다가 둑 아래 해변으로 내려서면 강과 바다의 경치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명소다. 이곳이 터전인 이들은 약 90여 가구. 바다에서 먹고살며 명태, 가자미, 오징어, 도루묵, 문어, 어패류 등을 잡는다. 어로 시기인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어둑어둑 해가 바다 밑으로 사라지면 수평선을 훤히 밝힌 어선 한 무리가 장관을 이룬다.

    커피거리의 명성은 1980년대 커피 자동판매기에서 유래됐다. 당시 안목항 거리에는 갖가지 커피 자동판매기가 늘어서 바다를 찾는 젊은이들이 잠시 머무는 쉼터가 됐다. 안목해수욕장에서 20년간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목씨는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땐 자동판매기가 많았는데 10여 년 전 해변에 커피숍이 들어서며 지금은 10여개만 남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실 강릉항 커피거리는 강릉 시민의 커피사랑이 낳은 명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 로스팅 전문가들이 많은 강릉은 서울에선 건물 곳곳에 자리한 별다방이나 콩다방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크고 작은 커피전문점만 100여 곳이다. 강릉항 커피거리에 자리한 대형 커피전문점도 강릉 토종 브랜드가 많다.

    커피 보관에 용이한 강릉의 지중해성 기후도 한몫했다. 실제로 강릉시 왕산면에선 국내 최초로 생두 수확에 성공했다. 커피 마니아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바리스타들의 커피전문점도 명성을 더한다. 지금도 커피공장을 운영하는 김용덕씨의 ‘커피팩토리 테라로사’와 일본식 핸드드립 커피의 장인이라 불리는 박이추 선생의 ‘커피 보헤미안’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10월 커피축제에 30여만명 몰려 이러한 기운을 전국적으로 홍보하려는 의지는 커피축제로 연결됐다. 2010년 10월22일부터 10일간 강릉항과 주변 커피전문점에서 진행된 제2회 강릉커피축제(www.coffeefestival.net)는 강원도민을 비롯해 전국에서 30여만 명을 불러 모았다. ‘커피성지순례’를 테마로, ‘커피도시로의 신나는 여행’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마침 강릉항 앞에 바다를 바라보고 우뚝 솟은 ‘강릉항 요트마리나’ 건물이 완공되며 축제의 메인홀 역할을 했다. 바다 방향으로 탁 트인 건물 옥상에는 안목해수욕장과 강릉 앞바다 전경에 커피향이 더해졌다.

    주식회사 시마스터가 마리나와 커피숍 운영을 기획하고 있는 강릉항 요트마리나는 제2회 커피축제를 계기로 강릉항의 명물이 됐다. 시마스터의 최종남 상임고문은 “강릉지역 93개 커피전문점이 축제에 참여했는데 메인홀이었던 이곳 정문에서 방문자 수를 세보니 3분에 100명 꼴이었다”며 “2011년 상반기에 마리나가 문을 열면 건물 4~5층에 커피전문점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강릉항 커피거리 15곳, 강릉시내 33곳, 솔올지구 16곳, 경포권 8곳, 주문진, 연곡·사천권 14곳, 정동진을 비롯한 기타지역 7곳의 커피전문점이 참가한 커피축제는 각 커피전문점이 주축이 돼 운영되는 것도 색다르다. 일반인들에게 간단한 핸드 드립이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커피 제조법을 알려주고 마니아에겐 참여 프로그램을 따로 제공했다. 이밖에도 세계 커피 시음행사장, 커피 관련 마임행사장, 나만의 커피잔 만들기 행사, 커피나무 나눠주기 등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관광객을 모았다. 축제를 주최한 강릉시 관계자는 “강릉을 대표하는 축제 단오제와 함께 커피축제를 매해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강릉항 커피거리의 3가지 성공요인
    대형 커피전문점
    대형 커피전문점
    강릉항 커피거리의 성공요인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자동차와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강릉시내 교통편이 용이하다. 커피거리에서 강릉시내까지 10분 거리다. 둘째, 강릉시내에 젊은 층이 모이는 거리가 부재한 것도 한몫했다. 강릉의 명동이라 불리는 옥천오거리 등이 존재하지만 거리가 좁고 짧아 젊음의 거리로 입지가 부족하다. 덕분에 시내가 아니라 해변에서 여가를 즐기는 생활패턴이 굳어지며 “바닷가에서 커피 한잔하자”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강릉 시내에서 학원강사로 근무하는 이민영씨는 “자동차가 있는 젊은 직장인들은 대부분 해변도로를 따라 여가를 즐긴다”며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바닷가에서 커피 한잔하며 데이트하는 커플을 많이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강릉항 커피거리를 찾는 이들의 평균 연령은 20~40대. 남녀 비율은 6:4 정도로 여성이 높다. 마지막 강점은 2011년 1월부터 예정돼 있는 강릉항~울릉도, 독도 여객선 취항이다. 이를 위해 강릉항은 이미 접안시설과 여객 터미널을 완공했고, 400대 규모의 주차장도 확보했다. 동해시 묵호항과 경북 포항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배 시간이 단축돼 강릉시는 서울, 수도권 지역 관광객 유치와 화물 증가 등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관광객으로 인한 1차적 수혜는 ‘강릉항 커피거리’에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러시아 요트 관광객 유치를 노리는 ‘강릉항 요트마리나’가 문을 열면 외국인 관광객 유입도 기대된다.

    현재 커피거리에 자리한 커피전문점은 15곳. 3층 건물 전체가 커피전문점인 대형점포도 곳곳에 자리했다. 커피전문점의 특징은 야외 테라스 시설. 단독 건물의 경우 바다전망에 옥상까지 개방된 곳이 대부분이고 임대한 건물의 경우 1층은 회집, 2층은 커피전문점, 3층은 숙박 등의 시설이 자리해 있다. 임대의 경우 평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평균 월세는 100만원대. 10년 전 커피거리에 처음 커피전문점을 열었다는 ‘모래 위에 쓰는 편지’의 남궁철 대표는 “버스나 자동차를 이용하면 강릉시내까지 10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평일 200여명, 주말에는 2배 이상의 손님이 이곳을 찾는다”며 “커피거리에 있는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이 월 매출 약 2000만원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커피거리는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현재 지가상승이 진행 중이다. 인근 부동산엔 6층 상가건물(991㎡)이 매매가 21억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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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형 기자 / 사진 = 정기택 기자 / 도움말 및 자료협조 = 강릉시청, 강릉항 요트마리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호(2011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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