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부동산 시장 전망 “전세난이 집값 밀어 올릴 수도”

    입력 : 2026.10.02 17:46:05

  •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 연합뉴스>

    가을 이사철을 맞은 부동산 시장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급감했지만 집값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강남권이 세금과 대출 규제 여파로 주춤한 사이 서울 외곽과 경기 주요 지역은 상승세를 이어간다. 전월세 시장도 심상찮다. 입주 물량과 전세 매물이 동시에 줄면서 전셋값과 월세가 함께 뛰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가을 이후에도 거래량 회복은 제한적이지만 공급 부족과 임대차 시장 불안이 집값을 떠받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서울 외곽과 수도권 핵심지는 선별적인 상승세가 이어지는 반면 지방은 수요 부족으로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거래절벽에도 가격 쉽게 안 꺾여
    서울 외곽 ‘갭 메우기’ 이어질 듯

    가을 이후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거래와 가격의 디커플링’이다. 거래량은 감소하지만 가격까지 함께 떨어지는 전형적인 침체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 등으로 주택을 사고 싶어도 자금 조달이 어려운 수요자가 늘어난 점을 주목한다. 매수세가 사라졌다기보다 시장 진입 통로가 좁아졌다는 진단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빠르게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2887건으로 집계됐다. 7월 5829건보다 50.5% 감소했다. 실거래 신고 기한을 고려해야 하지만 4월 8661건, 58967건과 비교하면 거래 열기가 크게 식은 것은 분명하다. 반면 9월 초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 건을 넘어섰다. 거래 감소와 매물 증가가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통상 거래가 줄고 매물이 늘면 가격 하락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는 분석이 많다. 매수자는 대출 규제에 막혀 있고 매도자는 급하게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는 ‘엇박자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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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금 거래 감소는 집값이 내려갈 것 같아서 안 사는 것이 아니라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 등으로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성격이 강하다”며 “거래량은 줄어도 상승 거래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가을 이후 서울 주택 시장은 거래량이 제한되는 가운데 가격은 강보합 내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역별 흐름은 더 복잡하다. 그동안 시장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권이 주춤하는 반면 서울 외곽과 경기 주요 지역이 강해지는 모습이다. 9월 둘째 주 부동산R114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9%, 수도권은 0.26% 상승했다. 경기·인천 상승률은 0.35%였다. 비수도권 5대 광역시 상승률은 0.06%에 그쳤다. 9월 첫째 주 경기도에서는 수원권선구가 0.48%, 영통구와 하남시가 각각 0.47% 상승했다. 대출 규제로 서울 고가 지역 진입이 어려워진 실수요가 교통과 교육 환경이 갖춰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 강남권 약세를 서울 전체 집값 하락의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견해도 나온다. 강남권에서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중저가 지역에서는 실수요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거래량 감소 추세 속에서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며 “6억원, 9억원, 15억원 등 정책대출이나 규제 기준이 되는 가격대와 가까운 주택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활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을 이후 지방 시장은 상황이 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지방에서는 미분양과 수요 부족이 동시에 발목을 잡는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7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217가구였고, 이 가운데 지방이 4만8758가구를 차지했다. 준공 후 미분양도 전체 2만9152가구 가운데 약 85%가 지방에 몰렸다. 함영진 랩장은 “지방은 미분양 적체와 수요 부재로 일부 전셋값 상승을 제외하면 매매시장 회복이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인구 감소와 청년층 유출, 일자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금리나 정책 변화만으로 주택 수요를 회복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입주 가뭄에 전세부터 ‘들썩’
    전세서 밀려난 수요, 월세로

    가을 부동산 시장의 더 큰 불안 요인은 매매보다 임대차다. 대출 규제로매매 수요가 줄어도 주거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집을 사지 못한 사람이 전세나 월세에 남으면서 오히려 임대차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입주 물량 감소가 겹쳤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4174가구다. 전월 2만390가구보다 30% 줄었다. 2021년 4월 이후 5년 5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수도권 입주 물량도 9514가구로 전월보다 24% 감소했다. 입주 물량 감소는 임대차 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준다. 새 아파트가 준공되면 입주자가 살던 기존 주택이 임대차 시장에 나오거나 잔금을 마련하려는 집주인이 새집을 전세로 내놓는다. 입주 자체가 줄면 이런 연쇄적인 공급 효과도 약해진다. 전세 매물도 줄고 있다. 9월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902건으로 한 달 전 2만1146건보다 5.9% 감소했다. 1년 전 2만2966건과 비교하면 12.8% 줄었다. 가격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첫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7.61%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9%보다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르다. 김인만 소장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로 전세 매물이 줄고 기존 세입자들이 계속 눌러앉으면서 전세 물량 회전도 잘되지 않고 있다”며 “입주 물량을 크게 늘리거나 민간 임대 공급을 확대하지 않으면 전월세 불안을 해소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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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에서 밀려난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는 현상도 뚜렷하다. 국토교통부 통계상 올해 1~7월 전국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한 비중은 68.3%로 전년 동기보다 6.5%포인트 높아졌다. 서울은 69.7%에 달했다. 함영진 랩장은 “서울에서는 가을 임대차 가격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 매물 감소와 전셋 값 상승, 월세 전환 증가를 거쳐 월세 가격까지 오르는 경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임대차 공급을 단기간에 늘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새 아파트를 착공해도 입주까지 수년이 걸린다. 정비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경우에는 오히려 기존 주민의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발생해 주변 전세 시장을 자극할 수도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소장은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역시 민간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월세 공급 역할을 한다”며 “매매시장 규제뿐 아니라 임대주택을 누가 공급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려해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급대책 효과는 결국 ‘시간 싸움’
    무주택자, 가격보다 상환능력 따져야

    정부가 내놓은 8·13 주택 신속 공급 방안은 가을 이후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변수다. 정부는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기존 75%에서 70%로 낮추고 금융·세제 지원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 정비사업 약 23만4000가구의 정상 착공을 지원하기로 했다. 도심 공급의 핵심인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높여 공급 부족 우려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방향을 놓고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 자체는 필요하지만 당장 가을 전월세 시장과 집값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적잖다. 재개발·재건축은 조합 설립과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이주·철거, 착공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8·13 대책의 방향 자체는 맞지만 발표된 공급과 시장에서 체감하는 공급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중요한 것은 공급 물량의 총량보다 실행 속도와 실제 입주 시점”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은 “부동산 공급은 원래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당장 입주 물량을 만들어낼 수 없는 부분은 불가피하다”며 “실제 착공과 준공으로 이어진다면 3~4년 이후 입주 물량이 가시화될 때 전월세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은 신규 택지를 대규모로 확보하기 어려워 정비사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수민 전문위원은 “수도권은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서는 획기적인 공급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공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와 민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정상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을 이후 집을 구해야 하는 무주택자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집값이 부담스럽지만 전세와 월세 역시 빠르게 오르고 있다. 기다리면 집값이 조정될 수 있다는 기대와 임차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생긴다. 전문가들은 실거주 목적이고 자금 계획이 안정적이라면 무조건적인 기다림보다는 선별적인 매수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핵심은 가격 전망보다 상환능력이다. 대출 규제로 원하는 만큼 돈을 빌릴 수 없고 향후 금리 변동에 따라 원리금 부담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인만 소장은 “수도권처럼 공급 대비 수요가 많은 지역은 전월세난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내 집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가 더 오르고 원리금 부담이 증가하더라도 1~3년 정도 버틸 수 있도록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 선택에서는 직주근접과 교통, 학군, 생활 인프라처럼 장기간 실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중요하다. 단순히 서울이라는 이유로 구축 아파트를 무리해서 사거나 서울보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수도권 외곽 주택을 선택하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책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무주택자는 활용 가능성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윤수민 전문위원은 “디딤돌대출 등 정책대출 대상자라면 이를 활용해 내 집 마련을 검토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금리와 실제 상환 부담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거나 소득 전망이 불확실하다면 전월세 시장에 조금 더 머무르는 전략도 선택지가 된다. 함영진 랩장은 “실거주 목적이고 자금 계획이 안정적이라면 선호 지역에서 좋은 물건이 나왔을 때 선별적으로 매수할 수 있다”며 “대출 비중이 높거나 향후 소득이 불확실한 경우에는 임대차 시장에 머물며 3기 신도시 분양 등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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