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없는 금,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 단기 전망 엇갈리지만 분산 투자 해볼 만

    입력 : 2025.03.31 17:48:54

  • 금값이 단기적으로
    오를지, 내릴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국제 금값이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등으로 인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했다. <사진 연합뉴스>
    국제 금값이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등으로 인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했다. <사진 연합뉴스>

    올해 3월 15일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주식과 암호화폐 등 여타 자산 가치가 조정 국면에 접어드는 동안 금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 투자를 향한 관심도 나날이 뜨거워진다. 이미 상당한 수익률을 기록 중인 투자자는 언제 매도할지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반면, 금을 조금도 보유하지 않은 개인은 역사상 최고 수준의 상승장에서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린다고 호소한다. 과연 금의 가치는 어디까지 높아질까. 현재 금 가격의 급등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부터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금 투자법은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금값의 질주는 언제까지 지속될지까지 종합해서 살펴보자.

    사진설명

    국제 정세 불안에 주목

    “6·25 때 화폐는 휴지 조각이 됐어도 금값은 꾸준히 올랐지.”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자신이 관리하는 고액 자산가에게 꾸준히 금 투자를 하는 이유를 묻자 이와 같은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금값은 몇몇 역사적 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시기에 꾸준히 오르며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1929년 미국 대공황, 1970년대 오일쇼크에도 가격을 지켜준 것이 금이었다. 이 때문에 금은 ‘안전 자산’으로 선호됐다.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유지해줄 완충 장치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러나 몇 년 새 금을 선호하는 이유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모양새다. 최근에는 가치 급등을 기대하면서 투자하는 수요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지난해 초만 해도 온스당 2000달러 초반이었던 금값이 근래 들어 3000달러 선으로 폭등하면서다. 올해 1월 1일 대비 지난 14일의 수익률만 해도 14% 수준이다. 올해 들어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주요 기업 주가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가치가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낸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금값의 급등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작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전쟁이 발발한 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보유한 외환 중 3000억달러를 동결했다. 러시아가 보유한 미국 달러와 유로, 파운드 등 주요 외화 자산이 순식간에 쓸모없어진 것이다.

    이는 금과 더불어 안전자산으로 선호돼오던 달러에 대해 각국 중앙은행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적대국을 상대로 통화를 무기로 삼으면 달러는 언제든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물론 인도, 튀르키예, 브라질 등 여러 신흥국에서 미국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매집에 나섰다. 금의 위상이 수직상승한 배경이다.

    트럼프 관세전쟁, 금값 밀어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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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더해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터지고, 올해 들어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을 대상으로 관세 전쟁에 돌입하면서 중앙은행의 금 사랑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안전 자산으로서 금의 가치가 나날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국가 간 분쟁이 공급망 불안을 자극해 인플레이션에 속도가 붙는 동안, 실물 자산인 금은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해준다는 신뢰를 받는 것이다.

    실제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은 3년 연속으로 총 1000t이 넘는 금을 매입했다. 지난해 연간 금 투자 수요는 1186t으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 순위는 미국(8133.5t), 독일(3351.5t), 이탈리아(2451.8t), 프랑스(2347t), 러시아(2335.9t) 순으로 나타난 가운데 신규 매입에서는 신흥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대표적으로 중국이 2024년 한 해만 33.9t을 추가로 매입해 총 2279.6t을 보유하며 러시아 뒤를 바짝 쫓았다. 폴란드는 89.5t, 튀르키예는 74.8t, 인도는 72.6t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투자시장 큰손들까지 금 매입에 가세하면서 금값에 날개를 달아주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금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의 투자은행(IB)들은 영국 런던에서 구입해 뉴욕에서 판매하는 차익을 노리고 대서양을 건너는 금괴 수송 작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선 김치 프리미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열풍이다 보니 한국에서도 금이 불티나게 팔렸다. 특히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금에 투자하는 수요가 몰렸다. 금 수요가 세계 시장보다 한국에서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서 글로벌 마켓과 국내 시장 사이에서 괴리가 생기기도 했다. ‘김치 프리미엄’이 생긴 것이다. 지난달엔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서 국내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사상 처음으로 20% 넘게 높아졌다. 일반인이 소액 금을 찾아 금은방과 은행의 문을 잇달아 두드리면서 조폐공사와 금 거래소가 골드바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올 3월 중순엔 국제 금 시세가 최고치를 돌파하는 동안 한국에서는 외려 14%가량 빠지는 일도 있었다. 이는 비상식적인 상황이라기보다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국제 금값이 상승하는 동안 한국에서는 금값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괴리가 줄어든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상승장에 소외되기 싫어서 포모를 이기지 못하고 투자했던 상당수 개인이 여전히 손실 구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국제 정세에 김치 프리미엄까지 고려할 게 많은 금 투자. 지금 진입하는 건 어떨까. 전문가들은 금값이 단기적으로 오를지, 내릴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2년 가까이 금값이 오르는 동안 이미 상승 동력을 일정 부분 상실했다고 보는 시선이 있는 반면, 여전히 지속되는 국제 정세 불안이 금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하는 시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 전문가는 금값의 장기적 추세에 대해서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금이 안전 자산으로서 가지는 장점은 오랜 시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수익을 보겠다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에 안정성을 부여할 목적으로 매입하는 건 추천할 만하다는 의견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WM솔루션부장은 “지난해와 2023년에 금 가격은 이미 많이 올라서 올해는 그 정도로 상승하지는 못할 것 같다”며 “투자 자산 안정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일부를 금으로 가져간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종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진짜 금값이 된 금, 얼마까지 갈까?’란 보고서에서 “현재는 금 강세 요인이 우세하나 금리, 달러 전망 등 변수가 상존하는 가운데, 최근의 투기 수요가 과도한 만큼 금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 존재한다”며 “금 가격이 단기간에 많이 오른 상황에서 단기 차익을 위한 보유보다는 포트폴리오 위험 분산 및 중장기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금 투자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적 IB들은 금값 상승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금값 전망 기본 시나리오를 온스당 3100달러로 전망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온스당 330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값이 3500달러에 이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의 원자재 조사팀은 “금에 대한 수요가 10% 증가하면 금 가격이 3500달러에 이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맥쿼리그룹 또한 올해 3분기 금값이 온스당 35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관측하고, 이 기간 금값이 온스당 평균 315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물과 KRX 등 금 투자 장단점

    본격적으로 금 투자를 결심했다면 투자 방법부터 결정해야 한다. 금은 투자 방법이 다양하게 나뉘어 자신의 성향과 필요에 맞는 것을 꼼꼼히 따져 고르면 좋다.

    먼저, 금은방이나 한국금거래소, 은행을 찾아 현물금을 구입하는 것이다. 금의 영롱함을 언제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엔 하트, 별, 곰돌이, 네잎클로버 등으로 디자인된 ‘콩알금’도 인기다. 보다 일반적인 현물금 형태인 골드바는 10g, 100g, 1㎏ 등의 여러 단위로 판매한다. 단 골드바 매입엔 부가가치세 10%와 거래수수료 3~5%가 따른다. 처음부터 15%의 손실을 떠안고 투자하는 셈이다. 아울러 집에 금고가 마땅치 않다면 분실의 위험도 있다.

    은행에서는 실물을 보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고객을 위해 금 통장도 개설해준다. 금 통장이 있으면 0.01g의 아주 작은 단위부터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금시세 변동에 따라 잔액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통장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단점은 매매 차익이 생겼을 때 15.4%의 배당소득세가 붙는다는 점이다. 현물 금으로 인출할 때는 부가가치세 10%도 내야 한다. 금 통장에서 금을 매도한 뒤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현물 금으로 돌려받는 경우 모두 1%의 환전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주식처럼 금을 사고팔 수도 있다. 증권사에 금 거래용 계좌를 개설해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을 통하면 된다. 매매 단위는 1g이며, 거래할 때마다 온라인 매매 수수료가 0.3% 수준으로 부과된다. 양도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실물로 찾을 땐 이쪽도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한다는 점은 확인하자.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증권사 앱을 통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어 편리하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어 노후를 위한 재원 마련에 유리하다. 향후 퇴직연금으로 수령하면 3.3~5.5% 수준의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낼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일반 계좌를 통해 거래할 시 매매 차익에서 15.4%의 배당소득세를 공제해야 한다는 점은 꼭 체크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보면 KRX를 통한 금 투자가 비용 면에서 가장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또한 시기별로 다를 수 있다. 일례로 국내와 국제 시장 간 금값 괴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를 당시 일부 전문가는 KRX 금 현물 투자보다는 금 선물 ETF 투자가 안전할 수 있다고 도움말하기도 했다. 금 선물 ETF는 국제 금 선물 가격을 추종하기 때문에 금 현물에 투자하는 여타 수단과 비교해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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