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시대에 주목받는 미국 유틸리티 기업들 데이터센터發 수요에 에너지株 급등

    입력 : 2025.02.26 14:14:57

  •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일본에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기 위해 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일본에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기 위해 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진 연합뉴스>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에너지·유틸리티 관련주가 꾸준한 매수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내 생성형 AI(인공지능) 사용이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건설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이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유틸리티 기업들 실적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바로 다음 날인 올해 1월 21일(현지시간) 앞으로 4년간 최대 5000억달러를 투입하는 ‘AI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힌 점도 유틸리티 투자 기대를 꾸준히 자극하는 변수다.

    올해 뉴욕 증시에서 미국 주요 유틸리티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유틸리티 셀렉트섹터 SPDR 펀드’(XLU) 시세는 지난 2월 중순까지를 기준으로 연중 약 3.7%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 주가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투자하는 ‘SPDR S&P500 트러스트 ETF’(SPY)가 약 4.3% 상승한 것에 비하면 저조한 성과다.

    유틸리티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AI 시대 수혜를 입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유틸리티 업종이란 전기와 가스, 수도 등을 공급하는 인프라스트럭처 관련 기업들을 말한다. 다만 이 중에서도 AI 시대 실적성장 기대감을 타고 매수세가 모이는 것은 수도나 가스, 신재생에너지 특화 기업이 아니라 천연가스나 원자력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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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덴버 소재 코뱅크ACB의 테리비스와나스 에너지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동안 꾸준한 전력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대표적으로 보면 올해 연중 넥스테라에너지(NEE) 주가는 약 5% 하락한 반면 비스트라 코퍼레이션(VST) 주가는 같은 기간 약 12% 뛰었다. 넥스테라 에너지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미국 정부가 강조한 친환경 정책과 관련해 신재생에너지 지원 수혜주로 주목받은 유틸리티 기업이다. 비스트라 코퍼레이션은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뿐 아니라 기존 에너지원인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비롯해 배터리에너지저장시설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전력 기업이다.

    남동부 일대 전력기업 관심↑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특히 텍사스주를 비롯한 남동부 일대 기반을 둔 전력 기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 동부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에 이어 데이터센터 건설이 우선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와 함께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앞으로 4년간 최대 5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합작법인 ‘스타게이트’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핵심은 미국 전역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짓는 것이다.

    일례로 트럼프 정부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따른 첫 데이터센터가 지어지는 곳은 텍사스의 작은 도시 애빌린이다. 해당 지역에는 뉴욕 센트럴파크와 맞먹는 875에이커(3.54㎢) 면적의 역대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계획이다.

    앞서 아마존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남쪽 버츠카운티와 서쪽 더글라스 카운티에 모두 110억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올해 1월 7일 발표하기도 했다. 애틀랜타는 데이터 센터 건설이 집중된 지역으로 주목받는 곳 중 하나다. 아마존 외에 메타 플랫폼스나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X 등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이 모두 애틀랜타에서 데이터 센터를 운영 중이거나 건설을 계획중이다.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대표적인 유틸리티 수혜주로 주목받는 4대 기업 중 세 곳도 모두 남동부 일대에 본사를 두고 있다. 4대 기업 중 올해 들어 주가가 가장 많이 뛴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의 경우 메릴랜드 볼티모어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나머지 세 기업은 텍사스 혹은 루이지애나에 기반하고 있다.

    지난해 이어 올해 들어서도 매수세가 집중된 비스트라 에너지는 텍사스 어빙에 본사를 두고 있다. 텍사스 휴스턴에 본사를 둔 탈렌에너지는 2월 중순까지를 기준으로 올해 연중 주가가 약 14% 뛰었다.

    엔터지는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 본사를 둔 유틸리티 기업으로 올해 연중 주가가 약 9% 올랐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본사가 있는 메릴랜드도 데이터센터 급증 지역이기는 하지만, 특히 콘스텔레이션 에너지가 미국 원자력 발전 1위 운영 사업자라는 특수성을 제외하면 나머지 남동부 지역 유틸리티 기업들 세 곳 주가 상승세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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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사스 외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 기반 유틸리티 기업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다. 블룸버그 통신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해 애빌린 외에 텍사스 내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 데이터센터 부지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오픈AI가 이를 포함해 15개 주에서도 잠재적 부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15개 주 중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오리건주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부에 기반한 유틸리티 기업이 모두 주가가 급등한 것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아직 주가가 본격적으로 뛰지 않은 유틸리티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증권매체 시킹알파는 엔터지와 파웰인더스트리(POWL)와 서던 컴퍼니(SO), PPL(PPL) 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원자력 발전 설비를 보유한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엔터지는 올해 주가가 9%가량 오르기는 했지만 시킹알파는 추가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고 전했다. 엔터지는 4개 현장에서 5개의 원자로를 통해 약 5000메가와트(MW)의 원자력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회사는 아칸소와 미시시피, 텍사스 동부에서도 300만 명의 소매 고객을 대상으로 전력을 공급 중이다. 2023년 말 기준 엔터지는 2만3879메가와트(MW) 용량의 발전 자산과 1만6100마일 규모의 고압 송전선, 10만 6415마일의 배전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의 연간 전력 판매량은 118테라와트시(TWh)에 달한다.

    한편 서던 컴퍼니는 원자력 확충에 나섰다. 조지아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서던 컴퍼니는 올해 연중 주가가 약 4% 올랐다.

    회사는 2023~2024년 두 개의 새로운 원자로를 추가해 미국 최대 청정 에너지 발전 시설을 보유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서비스 지역 내 3개의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던 컴퍼니는 총 이익률 49.97%, 자기자본이익률(ROE) 14.6%를 기록해 업계 중앙값 대비 각각 10.84%, 53.33%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본사를 둔 파웰 인더스트리는 올해 연중 주가가 7%가량 떨어졌다. 다만 2025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순이익은 44% 늘어나는 등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시킹알파 선도 영업이익률(EBITDA) 성장률이 48%로 산업 부문 대비 500% 이상 높았으며, 주당순이익(EPS) 성장률도 46%를 기록하는 한편 수주 잔고도 13억달러를 달성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파웰 인더스트리의 브렛코프 최고경영자(CEO)는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이끌어갈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PPL은 올해 연중 주가가 약 5% 올랐다. 회사는 펜실베이니아 앨런타운에 본사를 두고 있다. PPL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PA)와 켄터키(KY) 지역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PA 지역은 2025년 351㎿에서 2034년 8270㎿까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Y 지역도 2026~2034년 동안 데이터센터 요청이 3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사용으로 인해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16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 수요가 2024년 25GW 수준이던 것에서 빠르게 늘어나 오는 2030년에는 80GW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발전 프로젝트 늘어날 듯
    미국 뉴욕주 뷰캐넌에 있는 엔터지의 원자력 발전소 ‘인디언 포인트 에너지 센터(IPEC)’
    미국 뉴욕주 뷰캐넌에 있는 엔터지의 원자력 발전소 ‘인디언 포인트 에너지 센터(IPEC)’

    미국 내에서는 시니어주택이나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보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미국 부동산 서비스 업체 그린스트리트는 미국 전역의 데이터 센터가 2023년과 2024년 각각 연평균 43%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다가구 주택이나 시니어주택, 셀프스토리지 등 기타 부동산 평균 증가율은 3% 미만에 그쳤다. 앞서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데이터센터 건설 투자액은 100억달러에서 280억달러로 180%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위해 AI 도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데이터센터용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틸리티를 넘어 발전소 건설 계획을 따지면 천연가스 발전이 주목받는다. 천연가스는 원자력에 비해 발전소 건설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공사 기간도 짧으며, 풍력·태양광과 달리 꾸준히 가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 있는 전력 공급원으로 평가 받아왔다.

    한편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미국 동부 전력망을 관리하는 PJM인터커넥션의 신규 발전 프로젝트에 대해 패스트트랙 검토를 승인했다고 지난 2월 말 밝혔다. PJM인터커넥션은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로 AI용 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른 전력 수요 집중에 대비해 신규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모닝스타의 트래비스 밀러 분석가는 “예상되는 AI 수요 증가를 감안할 때 미국 동부 지역은 데이터센터 핵심거점이 될 것이며 특히 에너지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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