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훈 기자의 非상장기업 원석 찾기] 오렌지바이오메드 혈액 한 방울로 가능한 당화혈색소 측정

    입력 : 2025.01.20 18:10:09

  • 글로벌 5억 명 당뇨병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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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뇨병은 전 세계적으로 5억 명 이상의 환자가 앓고 있는 대표적 만성질환이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방치하면 합병증과 치료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당뇨 관리는 단순히 매일 혈당을 재는 수준을 넘어, 일정 기간(2~3개월) 평균 혈당 수치를 반영하는 ‘당화혈색소(HbA1c)’ 검사가 필수다. 당화혈색소 지표를 활용하면 혈당 변동을 장기적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어, 환자 스스로 혹은 의료진이 중장기적 치료 전략을 세우기 쉬워진다. 문제는 이 당화혈색소 검사가 기존에는 병원 방문, 숙련된 전문인력의 혈액 채취, 냉장 유통 및 관리가 필요한 단백질 시약 관리 등 여러 제한 요소가 많아 일반인들이 가정에서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데 있다. 오렌지바이오메드(각자대표 고웅현, 박예슬)는 이러한 기존 진단 체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들고나왔다. 이들이 개발한 ‘OBM rapid A1c’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미세유체 기술(microfluidics)을 활용한다. 한 방울의 혈액만으로, 시약 준비나 까다로운 관리 없이,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당화혈색소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

    고웅현·박예슬 대표
    고웅현·박예슬 대표

    오렌지바이오메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세유체 채널 안에서 적혈구 하나하나를 단일세포 단위로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높은 정확도를 구현한다”라고 설명했다.

    병원 찾지 않아도 검사할 수 있어

    오렌지바이오메드는 ‘누구나 쉽고 정확하게 당화혈색소를 측정할 수 있도록’이라는 미션 아래, 당뇨병 관리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한다. 전통적 방식의 당화혈색소 검사는 단백질 정량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복잡한 전처리 과정과 전문적 숙련이 요구되었다. 또한 시약의 냉장 유통 및 보관 문제, 주기적인 기기 영점 조정(Calibration), 정확한 혈액량 확보를 위한 전문인력 투입 등 제약이 많았다.

    반면 ‘OBM rapid A1c’는 단백질 시약 없이 당화혈색소 수치를 측정할 수 있도록 고급 미세유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혈액 한 방울이면 충분하고, 기기 유지보수 없이도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기존 검사방식이 지닌 높은 진입장벽을 낮춰, 개인 이용자나 1차 의료기관에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직접 병원에 가지 않고도 몇 분 안에 당화혈색소 수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당뇨병 관리를 위한 핵심 지표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면, 합병증 예방과 치료 전략 수립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다”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당화혈색소 검사법과 달리 OBM rapid A1c는 단백질 시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냉장 유통 및 보관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장비 자체의 주기적인 영점 조정과 같은 까다로운 유지보수 작업이 필요 없음을 의미한다. 혈액 채취량에 대한 정교한 관리도 필요 없어, 일반 사용자나 1차 진료 기관에서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전문인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검사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효율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특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나 원격 의료 수요가 높은 곳에서 이 기기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 개발 이면에는 우수인력들이 포진해 있다. 오렌지바이오메드는 미국 듀크대학교와 카이스트, 서울대학교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학문적 자양분을 갖춘 석·박사 출신 5인의 공동 창업자들이 주축이 되어 2021년 설립되었다. 이들은 생명공학과 의료공학, 미세유체 기술, 품질관리 및 생산 기술 등 다방면의 전문성을 결합했다. 현재 약 8명의 팀원이 경영, 연구개발, 생산 및 품질관리까지 전담하고 있다.

    KHF 혁신상 수상 및 글로벌 전시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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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렌지바이오메드의 이러한 혁신성은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하는 ‘KHF 혁신상(KHF Innovation Awards)’에서 이 회사는 OBM rapid A1c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혁신적인 의료산업 기술 및 서비스로 의료환경 개선에 이바지한 기업에 수여되는 것으로, 오렌지바이오메드가 구축한 새로운 당화혈색소 측정 패러다임이 국내 의료업계에서도 인정받은 셈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렌지바이오메드는 미국 당뇨병기술학회(Diabetes Technology Society, DTS)에서 혁신 스타트업으로 선정되어, 2024년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당뇨병 기술 회의(Diabetes Technology Meeting, DTM)’에 초대받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오렌지바이오메드는 최신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OBM rapid A1c를 직접 시연함으로써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플레이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 MEDICA의 스타트업 파크에도 참가해 세계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을 더욱 넓혀나가고 있다.

    시리즈A 포함 총 81억 원 투자유치 성공

    오렌지바이오메드는 설립 4년 만에 누적 투자 유치액이 81억 원을 넘어서는 쾌거를 달성했다. 특히 최근 완료한 시리즈 A1 투자 라운드에서 약 30억 원을 추가 확보하며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제품 상용화와 미국 FDA 승인 준비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FDA 인허가는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관문 중 하나로, 미국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다. 오렌지바이오메드는 이 과정에서 임상시험 및 인증, 품질관리 시스템 강화, 현지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통해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업체로 거듭날 계획이다.

    고웅현 대표는 이에 대해 “이번 투자 유치로 인해 상용화와 FDA 승인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며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 시장 정조준, 글로벌 무대 장악을 향한 행보

    오렌지바이오메드가 미국 시장을 주요 목표로 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의료접근성이 비교적 낮고, 의료비용이 비싸 자가 진단 및 관리를 할 수 있는 휴대용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가 큰 시장이다. 특히 당화혈색소검사는 미국당뇨병학회(ADA)가 2024년 지침에서 당뇨병 진단의 최우선 요소로 규정하는 등 점점 중요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OBM rapid A1c’와 같은 간편하면서도 정확한 기기에 대한 수요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회사는 이미 시애틀에 자회사를 설립, 미국 내 팀원을 두고 현지 시장개발 및 FDA 인허가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2025년 1월에 개최될 세계적인 IT·가전 전시회 CES의 ‘유레카파크’에 참가를 확정하며, 혁신적인 헬스케어 디바이스로서 세계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낼 채비를 마쳤다. CES 유레카파크는 글로벌 기술 혁신 스타트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무대인 만큼, 여기서 확보할 파트너십과 인지도는 미국 진출 전략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2025년 또 다른 도전의 해

    회사는 미래를 준비하는 의미에서 2025년 인허가 전문가, 전략 책임자, 마케팅 세일즈 디렉터, 박사급 연구원 등 인재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 확장기에 대비한 포석이기도 하다. 이제는 단순히 혁신적인 기술로 주목받는 것을 넘어, 그 기술을 세계 시장 곳곳에 안착시키고 주도적으로 판매하며, 상표 가치를 높이는 기업 운영 전략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렌지바이오메드는 2025년 초에 시리즈 A2 라운드를 소규모로 열어 추가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FDA 인허가용 임상시험이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시리즈 B를 진행해 대규모 양산 체계 구축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진출을 위해서는 양산 체계 구축은 품질 안정화, 원가 절감, 공급망 관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 역량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오렌지바이오메드는 이미 독일 MEDICA, 미국 DTM, CES 유레카파크 참가 등 국제무대 경험을 쌓고, FDA 승인 프로세스에 대비하면서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헤쳐 나갈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 시장에서 당뇨병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생활 습관 관리 영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인구 증가로 인해 당뇨병 환자 수는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이렇듯 장기 관리가 요구되는 질환에서는 정확하고 편리한 진단 및 모니터링 기술이 핵심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오렌지바이오메드의 OBM rapid A1c가 이러한 경향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이유다.

    박예슬 대표는 “전 세계 5억 명 당뇨인들이 합병증 예방에 있어서 정확한 당화혈색소 측정을 활용해 두려움을 덜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2호 (2024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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