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부동산 규제 이렇게 풀린다…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세금 감면이 핵심

    입력 : 2023.01.10 10:59:13

  •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다. 규제를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풀어나가서 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지난 12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부동산 규제를 바라보는 정부 시각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전 정부에서 강화된 부동산 규제를 한꺼번에 풀 때 맞이해야 할 부작용을 우려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한 가운데 규제 완화를 강하게 푸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이에 2023년 부동산 규제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시장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출범 이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유예를 실시했다. 최근에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를 통해 2020년 수준으로 세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2023년에는 고정금리 정책금융상품인 보금자리론을 기존 6억원 이하 주택에서 9억원 이하 주택까지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대출 한도도 최대 3억6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어난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여야는 앞서 종부세 중과세율(1.2~6.0%)을 적용하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해 중과를 폐지했다. 대신 일반세율(0.5~2.7%)을 적용하는 방식에 합의한 상황이다. 서울과 경기 4곳만 남은 규제지역의 추가 해제가 단행될지도 관심이다.

    정부가 취득세 부분을 어떻게 건드릴지도 관심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11월 초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등록임대사업제 정상화 방안 골자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23년 1월 중에 재건축을 희망하는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이 안전진단을 받을 때 적용되는 구조 안전성 점수 비중이 50%에서 30%로 낮아진다.
    2023년 1월 중에 재건축을 희망하는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이 안전진단을 받을 때 적용되는 구조 안전성 점수 비중이 50%에서 30%로 낮아진다.
    등록임대사업제 정상화

    11월 10일 열린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제 정상화 방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한마디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임대사업자’ 제도를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뜻이다. 고금리 시대에 집을 살 수 있는 계층은 한정적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여력이 되는 자산가의 ‘자금 물꼬’를 부동산으로 틀어 경기가 최악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겠다는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등록임대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주도로 활성화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이후 집값이 큰 폭으로 뛰자 등록임대는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취급을 받으며 혜택이 대거 축소됐다. 지금은 사실상 명맥만 남은 상황이다. 아파트를 제외한 단독·연립주택에 대해서만 10년 등록임대사업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12월 15일 기준으로 등록임대 정상화 방안 세부사항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소형 아파트를 등록임대 범위에 넣는 내용은 확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4만7217가구로 1년 전(1만4075가구)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수의 아파트 보유자도 임대사업을 통해 세 부담을 낮추면서 주택을 보유할 가능성이 생겨 시장에 투매성 매물이 쏟아지는 걸 방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4년짜리 단기 임대 제도가 부활할지도 관심사다. 세입자 입장에선 등록임대 4년짜리 집에 전세로 살 경우 계약갱신청구권까지 행사해 6년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주택을 보유하다가 집값이 회복된 4년 이후에 집을 팔면 투자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몇 년 후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찍고 지금보다 올라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투자자로선 시장에 들어올 여지가 있다.

    신규 취득 주택에 대해 종부세 합산과세를 배제하고,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빼주는 등 등록임대 각종 혜택도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세제 혜택이 없으면 부동산 하락장에서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는 극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혜택을 제공한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주택 시장으로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등록임대 활성화를 위해선 향후 정부의 무리한 ‘소급 과세’에 제동을 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시장 참여자가 당초 예상됐던 세제 혜택이 중간에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제도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당정은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부칙을 개정해 2009년 3월 16일부터 2012년 말까지 취득하는 비사업용 토지는 양도 시기에 상관없이 중과세를 적용하지 않도록 한시적으로 예외를 둔 바 있다. 이 같은 선례에 착안해 앞으로 취득하는 등록임대용 주택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대대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법에 담아 과세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설명

    재건축 공급의 마지막 걸림돌로 꼽히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도 완화됐다. 새해 1월부터 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재건축 희망 단지들은 안전진단에서 ▲구조 안전성 ▲주거 환경 ▲설비 노후도 ▲비용 편익을 따져 A~E등급 중 D(조건부재건축) E(재건축)등급을 받아야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시절 재건축 활성화를 막기 위해 2018년 3월 구조 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로 크게 상향하고, D등급의 경우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안전진단 통과 건수가 급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5년 5월부터 2018년 2월까지 34개월 동안 전국 139건(서울 59건)에 달했던 안전진단 통과 건수는 기준이 강화된 2018년 3월부터 올해 11월까지 56개월간 단 21건(서울 7건)으로 줄어들었다.

    이번 윤석열 정부는 재건축 판정 여부가 구조 안전성 점수에 크게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을 기존 50%에서 30%로 다시 낮췄다. 대신 각각 15%, 25%였던 주거환경, 설비노후도 점수 비중을 모두 30%로 높였다. 주거환경 항목은 주차대수·생활환경·일조환경·층간소음·에너지효율성 등을 평가하고, 설비노후도는 난방·급수·배수 등 기계설비·전기소방설비 등을 주로 평가한다. 주민 불편 해소 관련 요구를 평가에 크게 반영하게 된 것이다.

    또 현재 합산 점수 30~55점에 내리는 D(조건부재건축) 등급 판정의 점수 범위를 45~55점으로 조정했다. 45점 이하는 E(재건축) 등급을 받고 바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도록 판정 기준을 변경했다. 기존 제도하에서는 D등급 구간 범위가 넓어 사실상 30점 이하의 점수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또 조건부재건축이라도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치지 않고, 지자체 요청 시에만 예외적으로 한 번 더 필터링 작업을 거치도록 했다. 시장·군수·구청장이 1차 안전진단 결과 중 기본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사항만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평가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적정성 검토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재검토 의견이 있더라도 1차 안전진단 내용 전부가 아닌 지자체가 미흡하다고 판단한 사항만 한정해 적정성 검토를 하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 2018년 3월 이후 안전진단이 완료된 단지(46개) 중 54.3%(25개)는 ‘유지보수’ 판정으로 재건축이 어려웠다. 45.7% (21개)만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 방침이 변해 ‘유지보수’ 판정이 23.9%(11개)로 크게 줄고, 26.1%(12개)는 ‘재건축’ 판정을, 50%(23개)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토부는 평가항목 배점 비중, 조건부 재건축 범위, 적정성 검토 등의 이번 개정규정을 현재 안전진단을 수행 중인 단지에도 모두 적용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2월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2월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2023년부터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를 월별로 정리해 알아보면 유용하다. 최근 부동산R114는 2023년부터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새해에는 증여로 인한 취득세 부담도 늘고, 절세 요건도 까다로워진다. 먼저 증여로 부동산을 취득할 때 취득세로 ‘시가 인정액’이 적용된다. 2022년까지는 증여로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 과세표준은 시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시가표준액(개별공시가격 등)’을 적용했다. 시가인정액은 취득일 전 6개월부터 취득일 후 3개월 사이의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공매가격 등을 시가로 본다. 증여도 취득세 기준이 실거래가 수준으로 적용되면서 취득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된다. 2022년까지는 배우자 또는 자녀 등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후, 이월과세 적용 기간(현행 5년)이 지나고 매도할 때 증여자의 취득금액이 아닌 수증자가 증여받은 가액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했다. 이 경우 취득금액은 높이고, 양도차익은 줄어 양도세를 절세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양도세 이월과세 적용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 이 요건을 맞추기가 어려워진다.

    민간분양이 면적에 따라 청약가점제가 개편되는 점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투기과열지구 내 중소형 면적(전용 85㎡ 이하)에 추첨제가 새로 생기는 것이다. 지금까지 투기과열지구 내 중소형 면적은 가점제 100%로 공급됐다. 가점이 낮은 청년층의 당첨 기회가 적었다.

    2023년부터는 규제지역 내 전용 60㎡ 이하 주택은 ‘가점 40%+추첨 60%’를 적용한다. 60㎡ 초과~85㎡ 이하 주택은 ‘가점 70%+추첨 30%’로 추첨제 비율이 는다. 반면 대형 면적(전용 85㎡ 초과)은 가점 쌓기가 유리한 중장년층을 위해 가점 비율을 높였다. ‘가점 50%+추첨 50%’였던 투기과열지구 내 대형 면적은 ‘가점 80%+추첨 20%’로 가점제 비율을 높였다. 조정대상지역 내 대형 면적은 ‘가점 30%+추첨 70%’에서 ‘가점 50%+추첨 50%’로 각각 조정됐다. 비규제지역에서는 현행 규정이 유지된다. 전용 85㎡ 이하는 ‘가점 40%+추첨 60%’, 85㎡ 초과는 추첨 100%를 적용한다.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 허용

    보유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규제도 완화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돼 왔던 별도의 대출한도(2억원)를 없앴다. 기존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내에서 대출을 관리한다.

    2022년 12월 1일을 기점으로 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가 허용됐다. 이에 따라 임차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목적의 주담대도 허용된다. HF(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운영하는 임차보증금 반환 대출 보증한도도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된다.

    서민·실수요자 주거안정을 위한 ‘특례보금자리론’도 새해 나올 예정이다. 기존 보금자리론보다 주택가격 및 소득 요건 등을 완화한 정책 모기지 상품이다. 안심전환대출(주택가격 6억원 이내·대출한도 3억6000만원)과 적격대출(주택가격 9억원 이내·대출한도 5억원)을 기존 보금자리론에 통합한 개념이다. 9억원 이하 주택 구입 시, 연 4%대 금리로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새해에는 경·공매 시 임차보증금을 세금보다 우선 변제한다. 지금까지는 전세 사는 도중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세금이 먼저 변제되고 남는 금액을 배분해 전세금을 돌려줬다. 따라서 집주인 세금 체납이 많을 경우 세입자는 피해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앞으로는 국세 우선변제 원칙에 예외를 적용해 세입자의 확정일자 이후 법정기일이 도래하는 세금이 있다 해도 세입자의 보증금을 먼저 변제하기로 했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8호 (2023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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