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아파트 내 커뮤니티시설이 진화하고 있다. 멀리 나가지 않고 단지 안에서 여가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영화관이나 사우나, 골프연습장 등 고급 시설이 단지 안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집값 조정 국면에서 다른 단지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더욱 다채로운 커뮤니티시설을 쏟아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인천 연수구에서 분양한 ‘더샵 송도아크베이’는 단지 안에 두 개의 레인과 유아 풀장을 갖춘 실내 수영장을 앞세워 청약 수요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수영장뿐 아니라 재택근무의 일상화를 고려한 스마트라운지, 반려동물을 위한 펫카페, 사우나 등 다채로운 커뮤니티를 선보였다. 이 단지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486가구 청약 모집에 총 2만2848건이 접수돼 1순위 평균 47.0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분양한 전라남도 나주시의 ‘나주역자이 리버파크’는 929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만590건이 접수돼 1순위 평균 22.1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GS건설이 짓는 대단지 아파트인 데다 단지 안에 입주민 전용 영화관인 ‘CGV 살롱’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청약 열기가 뜨거웠다. 전 타석 GDR(골프존 드라이빙 레인지)가 적용된 골프연습장과 키즈룸, 카페, 시니어클럽 등이 함께 들어서 관심을 끌었다.

아파트뿐 아니라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 커뮤니티시설도 진화하고 있다. 작년 8월 현대엔지니어링이 분양한 생활숙박시설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은 160실 모집에 13만8000여 건이 몰리며, 평균 862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호텔식 서비스가 특히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새벽 배송이 가능한 조식 배달 서비스를 비롯해 청소, 세탁, 방문 건식 세차, 파티 서비스 같은 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 차별화했다.

▶생활형 숙박시설·오피스텔도 ‘고급화’ 지난해 3월 루시아홀딩스가 공급한 도시형 생활주택 및 오피스텔인 ‘루시아 도산 208’은 총 92가구가 완판됐다. 피트니스·클럽 라운지·코트 야드 등 입주민 간 사교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급 커뮤니티 공간이 단지 곳곳에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진화하는 커뮤니티시설에 대한 수요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이후 생활 반경이 크게 줄어들자 멀리 나가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문화·여가활동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차별화된 커뮤니티시설로 단지에 고급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아파트 단지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실제 KB부동산시세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의 ‘SK뷰파크 2차’ 전용면적 84㎡의 매매 시세는 올해 1월 기준 8억55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5억8250만원보다 약 2억7250만원 상승했다. 전국적인 집값 상승세에 힘입어 가격이 오른 영향도 있지만, 1500㎡ 규모의 커뮤니티시설에 실내 골프연습장, GX룸, 도서관, 스터디룸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마련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단지는 2017년 7월 입주한 준신축 단지다.

또 초대형 스파와 야외 가족 캠핑장, 실내 클라이밍존 등 차별화된 커뮤니티시설로 이목을 끌었던 경기도 평택시의 ‘평택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1단지’ 전용면적 84㎡의 매매 시세는 올해 1월 5억2000만원으로, 지난해 1월 3억6750만원보다 1억5250만원이나 뛰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이 경로당과 피트니스센터 정도에 국한되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취미부터 자기계발, 업무 등 생산적인 활동까지 단지 안에서 누릴 수 있는 다채로운 시설이 각광받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멀리 나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로 주택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커뮤니티시설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만큼 올해 더욱 다양한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커뮤니티시설 더 쏟아질 것 대통령 선거에 따른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정해지기 전까지 분양 일정을 미루는 건설사들이 많은 가운데, 올봄 분양하는 곳들 중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을 갖춘 단지는 어떤 곳이 있을까.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루프톱 수영장이 있는 오피스텔 ‘디오페라 서초 해링턴 타워’와 ‘아끌레르 광진’, 생활숙박시설 ‘한화 포레나 천안아산역’을 주목할 만하다.

효성중공업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93 -1번지 일원에 짓는 오피스텔 ‘디오페라 서초 해링턴 타워’는 지하 7층~지상 20층, 2개 동, 전용면적 58~63㎡, 총 266실 규모로 조성된다.

이 단지는 2개 동을 하늘다리로 연결해 서초의 새로운 트윈타워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상층에는 루프톱 수영장과 파티 공간을 마련해 입주민들은 도심 조망을 누리며 여유로운 주거생활을 즐길 수 있다. 피트니스, GX룸, 스크린골프 등 체육시설과 홈파티를 위한 공유주방, 개별 업무가 가능한 비즈니스센터 등도 갖춰진다. 종합 주거 서비스 전문 회사의 위탁운영을 통한 다양한 컨시어지 서비스도 제공될 예정이다.

월송홀딩스가 공급하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 252-95번지 소재 ‘아끌레르 광진’은 지하 5층~지상 16층, 1개 동, 전용면적 45㎡, 총 154실 규모로 조성된다. 1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들어서며 루프톱 수영장과 루프톱 정원 등 스카이라운지가 마련된다.

한화건설은 충남 아산시 배방읍 장재리 1733, 1734번지(아산배방택지지구) 소재 ‘한화 포레나 천안아산역’을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70층, 3개 동, 전용면적 99~226㎡, 총 1166실 규모로 조성된다. 충청권 내 최고층으로 건설되는 생활숙박시설로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단지 최상층인 70층에는 스카이라운지가 조성되고, 각 단지 입구에 로비가 꾸며진다. 피트니스센터, 스크린골프장, 시네마·VR룸, 카페테리아, 비즈니스센터 등의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이 마련된다.

한국자산신탁이 시행하고 호반건설이 시공해 선보이는 ‘호반써밋 제주’도 눈길을 끈다. 호반써밋 브랜드로 처음 제주도에 선보이는 이 단지는 제주시 용담2동에 위치하며 전용 84·113㎡ 총 213가구로 구성된다. 제주서초와 제주사대부중·고 등이 인접해있고 실내 골프연습장과 GX룸, 남·여 샤워실 등 커뮤니티시설이 풍부하다. 단지 중앙부에 물놀이형 수경시설을 갖춘 중앙 테마 공간 ‘워터플레이가든’과 어린이 놀이 공간 ‘키즈액티브가든’이 조성된다.

부동산 정보 업체 포애드원의 박준표 본부장은 “강남권에 고급 주거시설이 대거 들어서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데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단지 내에서 누릴 수 있는 편의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분양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최고급 커뮤니티시설을 갖춘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한울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9호 (2022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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