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범 앞둔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 공급 활성화·세금 부담 완화될까

    입력 : 2022.03.30 13:44:06

  •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최대 과제로는 부동산 정책이 꼽힌다. 문재인 정부 시절 규제 강화로 인한 부작용으로 집값이 폭등해 국민들 불만이 높아진 만큼 이를 잠재워야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 역시 후보 시절 다양한 부동산 관련 공약을 내세우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총력전을 펼친다는 의지를 보였다. 일단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강화되는 모양새다. 수도권 노후 재건축 단지가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 매수세 회복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2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 주 대비 0.02% 하락했다. 최근 하락세가 거듭되면서 8주 연속 매매가격지수가 하락했지만 전주 하락 폭 -0.02% 대비 하락 폭이 더 커지지는 않았다.

    특히 재건축 단지들이 밀집한 노원구(-0.01%), 양천구(0%)는 전주 대비 하락 폭이 감소하거나 보합으로 돌아섰다. 강남구(0%), 송파구(0%) 등 강남권도 하락세를 보이던 전주와 달리 보합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같은 추세가 실제 매매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3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27건(17일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 3762건 대비 3.3% 수준이다. 아직 신고되지 않은 거래도 상당수 있지만 지난해와 같은 거래 현황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서울 강북구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서울 강북구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매수세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의 경우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는 재건축이나 한강변 인기 단지는 매물이 소폭 감소하고 호가가 상승했지만 매수세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후 재건축 단지 밀집 지역의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거나 보합으로 돌아선 것처럼 윤석열 정부 초반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재건축 단지를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수요가 많은 서울 등 도심 지역에 충분한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요 재건축 단지 사업 추진으로 연쇄적 집값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규제에 나선 문재인 정부와 완전히 다른 정책 방향을 강조했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으로는 안전진단 항목 중 50%를 차지하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30%로 낮추고 주거 환경 비중을 15%에서 30%로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특히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는 정책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이 대선 후 ‘1호 법안’으로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도 부동산 민심을 달래는 것이 임기 초반 국정운영 동력 확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회, 정치권 등에 따르면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명은 대선 이후인 지난 11일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아파트 재건축 단계에서 반드시 밟아야 하는 안전진단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이같은 공약이 현실화되면 노원·강남·송파·도봉·양천구 등 노후 아파트 밀집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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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 178만5074가구 가운데 연한이 30년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42만8002가구로 전체 물량의 24%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노원·강남·송파·도봉·양천구의 30년 초과 아파트만 23만8634가구로 서울 전체 물량 중 절반이 넘는다.

    실제로 대선 이후 재건축 행보를 재개하는 단지들도 나오고 있다. 정비 업계 등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중계그린아파트는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모금 접수에 나섰다.

    3431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지난해 10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 무렵부터 정밀안전진단 문턱을 넘지 못하는 단지들이 속출하면서 ‘숨고르기’에 나섰고, 정비사업 완화 기조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 출범이 현실화되면서 다시 속도를 높일 것으로 풀이된다.

    ‘30돌’을 맞이한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역시 부동산 공약에 따른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정비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의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는 총 12만3568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44.2%에 달한다. 1기 신도시는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의 행보가 눈에 띄지만 정비사업 규제 완화 공약이 현실화되면 수익성 측면에서 재건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단지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 팀장은 “부동산 공약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서는 부처의 장관을 신속하게 임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변창흠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물러나면서 추진하던 모든 정책이 힘을 잃었던 것을 감안하면 빠른 담당 부처 장관 임명으로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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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소야대 국면 야당과의 협조 절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과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푸는 것은 정부에서 밀어붙이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집값 불안이 문제”라며 “단기간에 예상되는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투기 수요를 어떻게 차단할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국회의 협조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병철 팀장은 “정비사업 규제만 완화한다고 재건축을 통한 공급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서는 초과이익환수제와 같은 규제가 더 민감할 수 있다”며 “이처럼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결국 정치권이 어떻게 협조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비사업을 필두로 한 공급 물량 강화 공약 역시 현실화되려면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당선인은 부동산 공약으로 ‘주택 250만 호 공급’을 내세웠다. 이 가운데 수도권 공급 물량은 130만~150만 호로 집계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수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추진한 1기 신도시의 전체 가구 수는 약 27만6000가구다. 이같은 물량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주택을 수도권에 공급한다는 것은 부지 확보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목표 물량이 더욱 늘어나는 전국을 기준으로 하면 공약 실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특정 지역에 대규모 공급이 이뤄진다고 그 지역에 살지 않던 사람들이 거주지를 갑자기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며 “막연하게 ‘서울에 몇 가구 공급’ ‘특정 단지 재건축 허용’과 같은 공급 계획을 세울 것이 아니라 ‘로드맵’ 마련을 통해 철거·입주 시기를 미리 예측해 물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공약에 따른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1기 신도시 분당 일대 전경.
    부동산 공약에 따른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1기 신도시 분당 일대 전경.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멀리 갈 것 없이 현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공급량과 실제 공급량을 비교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며 “무리하게 숫자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지역에 적재적소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의 ‘바로미터’가 될 세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윤 당선인은 올해 주택 공시가격을 두 차례 가파른 상승이 이뤄지기 전인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는 방약을 앞서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9% 올랐다. 올해도 20% 안팎의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공시가격 환원이 이뤄지면 재산세·종부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이다. 주택의 공시가격이 10억원이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라고 가정하면 6억원이 과세표준이 된다.

    재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해 기준으로 60%, 종부세는 100%로 산정한다. 관련법에 따라 재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0~80%(주택 기준), 종부세법은 60~100% 에서 시행령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법상 한도인 40% (재산세), 60%(종부세)로 낮추면 세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공정시장가액 조정이 시행령 사안인 만큼 정부 주도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윤석열 정부에게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서울 시내 한 중개업소에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 시내 한 중개업소에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택 구입 위한 대출 규제 문턱 낮아져 다만 주택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시키는 세목은 재산세로 한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 생활에 미치는 효과는 재산세가 더 크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부세의 경우 1주택자에 한해 세율을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수준인 0.5~2%로 낮추는 방안이 공약으로 제시됐다. 현행 세율은 0.6~3%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같은 세제 개편이 이뤄지면 현행 기준으로 올해 내야 할 세금보다 재산세는 절반가량 줄어들고 종부세는 약 80%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추정치인 만큼 향후 인수위 등의 행보에 따라 세부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종부세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납부 대상이 늘어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종부세·재산세가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종부세가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될 경우 지자체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종부세법 폐지는 험난한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고, 부동산 세제를 향후 종합 개편하는 과정에서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 자체를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규제 문턱도 낮아질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주택 구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가치의 비율이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 윤 당선인은 LTV 상한율을 8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생애 최초 구입이 아니더라도 지역에 관계없이 LTV를 70%로 통일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다주택 보유자의 경우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차등을 둔다는 방침이다.

    취득세의 경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면제하거나 1% 단일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조정지역 2주택 이상에 대한 누진 과세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석환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9호 (2022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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