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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가입한 뉴딜펀드 중간 성적표 살펴보니…
입력 : 2021.10.27 17: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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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와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이 시작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대통령의 야심찬 선언과 함께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정부주도의 정책형 뉴딜펀드는 물론 민간 금융사들이 운용하고 있는 뉴딜펀드에도 자금을 투입하고 나섰다. 대통령과 투자자들의 뉴딜펀드 중간 성적표를 살펴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올 3월 처음 선보인 정책형 뉴딜펀드 이전부터 민간 금융투자사들은 뉴딜펀드를 운용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월 15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 BBIG K-뉴딜 상장지수펀드(ETF)’,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삼성뉴딜코리아펀드’, KB자산운용의 ‘KB코리아뉴딜펀드’, 신한자산운용의 ‘아름다운SRI그린뉴딜1’,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ETF’ 등 총 5개의 민간 뉴딜펀드에 가입했다. 각각 1000만원씩, 모두 5000만원을 투자했다. 투자한 5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약 7.5%로 나타났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KB코리아뉴딜펀드’로 연초 이후 17%의 수익을 냈다. 다음은 ‘삼성뉴딜코리아펀드’가 14.92%를 기록해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나머지 세 개의 펀드는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TIGER KRX BBIG K-뉴딜 상장지수펀드(ETF)’와 ‘신한아름다운SRI그린뉴딜’은 2~3% 수준에 머물렀고 ‘NH-Amundi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ETF’는 0.23%로 간신히 원금 손실을 면했다.
문제는 이 5개 펀드의 최근 수익률이다. KB코리아뉴딜펀드를 제외한 나머지 4개의 펀드는 최근 한 달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증시를 견인해 온 BBIG 종목들 중에서 배터리(2차전지)를 제외하고 바이오·인터넷·게임 등 3개 업종의 주가가 부진한 데 있다. 빅테크를 겨냥한 정부와 정치권의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18일 기준 현재 ‘KRX BBIG K-뉴딜지수’는 3361.03으로 연중 고점이었던 7월 23일(3887.35) 대비 약 13.6%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약 6.7%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올 초 이후 10%가 넘는 성과를 나타낸 ‘삼성뉴딜코리아펀드’(17%)와 ‘KB코리아뉴딜펀드’(14.92%)는 배터리 관련주 중에서도 올해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한솔케미칼, 천보 등을 각각 주요 구성 종목으로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시장에서는 정부가 뉴딜펀드에 대한 투자를 독려해 놓고 관련 기업의 규제를 강화해 투자 위험을 키웠다는 원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수익률이 정체 혹은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대통령을 따라 뉴딜펀드에 가입한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도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에 따르면 정책형 뉴딜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2019억원이며 이 중 1096억원이 투자됐다. 주요 투자 분야는 그린 564억원(51.5%), 디지털 451억원(41.1%), 기타 81억원(7.4%) 순이다. 총 40개의 뉴딜 분야 중 차세대치료(21%), 에너지저장(18%), 차세대진단(7%) 등 순으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전까지 사모재간접형태로 조성되어 구체적인 투자처가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위 측은 “자본시장 법규 개정에 따라 10월 21일부터 국민참여 뉴딜펀드를 포함한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의 투자내역(최종 기초자산)도 해당 공모펀드의 자산운용보고서 및 영업보고서에 기재될 예정”이라며 “해당 투자내역이 담긴 자산운용보고서는 일반국민 등 펀드상품에 가입한 투자자에 교부되고, 외부에 공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책형 뉴딜펀드는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만기 4년 폐쇄형 구조로 형성됐다. 환금성이 부족함에도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일정 수준까지 손실을 보전해주는 구조 때문이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가 위험을 우선적으로 떠안는 구조로 설계됐다. 손실이 발생하면 정책금융 자금에서 먼저 손실을 흡수해 약 20%의 손실이 발생할 때까지는 일반 투자자들이 원금을 건질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손실률이 20%를 초과하면 일반 투자자들도 10%의 손해를 봐야 한다.
여기서 다소간 논란도 발생했다. 손실이 났을 때 수익 보전 구조 때문이다. 20%를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일반 투자자와 후순위 투자자인 정부, 기관투자자 등이 각각 4 대 6의 비율로 분담한다. 후순위 내에서도 정부와 운용사는 초과수익에 대해 7 대 3으로 나눠 갖는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뒷말을 낳았던 사모펀드의 원금 전액 보상 논란과 맞물려 ‘세금(재정)으로 위험을 떠안는 그릇된 투자 문화를 정부가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함께 친환경 미래차의 현장인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 현대모비스의 M 비전S 미래형 자동차를 시승하고 있다.
앞서 2020년 1월 출시돼 성공적인 성과를 내며 뉴딜펀드의 근간을 마련한 소부장펀드는 40% 내외의 우수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2019년 10월 금융투자협회가 제안해 출시된 소부장 정책형 펀드는 8개 위탁운용사가 각각 운용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자산으로 편입해 골든브릿지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3곳의 공모 운용사가 일반 투자자 대상의 펀드를 출시한 바 있다. 각 사모펀드가 소부장 기업(상장·비상장 포함)의 주식 및 메자닌 등에 펀드 재산의 50% 이상을 분산투자하는 상품으로 30%까지 원금 보전이 된다는 점에서 혜택이 컸지만 증시 상황이 불안정해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만기가 길고 환매가 불가능한 만큼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우려는 적지만 증시 상황이 불안정해 소부장펀드와 같은 높은 수익률을 단기에 기대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분석하며 “손실 위험을 많이 제거했지만 정부의 정책 강도과 업황에 따라 수익률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29일 국민 참여 정책형 뉴딜펀드가 출시된 가운데 서울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에서 개인투자자가 간이 투자설명서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9월 2일 한국성장금융은 지난 1일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오는 16일 주주총회에서 황 전 행정관을 투자운용2본부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투자운용2본부는 정책형 뉴딜펀드와 기업구조혁신펀드 등의 운용과 관리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황 전 행정관의 경력은 자산운용 분야의 전문성과 거리가 멀다. 펀드매니저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도 전무할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기획조정국장을 지낸 그는 2017년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팀장으로 활동한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러한 인사에 앞서 한국성장금융이 투자운용본부를 1본부와 2본부로 나누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점도 황 전 행정관을 위한 자리를 새로 만든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뉴딜펀드 주관 기관(산업은행·성장금융)은 국민참여 뉴딜펀드를 결성·운용하게 될 위탁운용사 모집공고를 시작으로 10월 말 8개 운용사를 최종 선정하고, 펀드상품은 11월 말 또는 12월 초 800억원 규모로 출시되어 시중은행·증권사 및 온라인을 통해 최대 2주간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정부와 뉴딜펀드 주관 기관은 국민참여 뉴딜펀드의 실제 운용 전략 등을 국민들에게 주기적으로 알리고 결성된 펀드의 투자 진행 현황을 꼼꼼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4호 (2021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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