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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머니’ 몰리는 AI IPO
입력 : 2026.08.21 14: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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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속도 내는 앤트로픽
2027년 저울질하는 오픈AI6월의 월스트리트에는 일주일 간격으로 두 건의 비공개 상장 신고서가 도착했다. 앤트로픽은 6월 1일, 오픈AI는 6월 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비공개 S-1 초안을 제출했다. 두 회사 모두 공개시장 진입을 위한 절차를 시작했지만, 실제 상장 시점과 공모 조건은 결정되지 않았다. 앤트로픽은 오픈AI보다 먼저 서류를 냈고, 오픈AI는 이후 2027년 상장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를 직접적으로 ‘상장 강행’과 다른 쪽의 ‘IPO 포기’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비공개 S-1은 시장 상황을 살피면서 상장 여부와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차이는 상장 의지보다 공개시장에 재무제표와 지배구조를 언제 공개하는 것이 유리한지에 대한 판단에서 나타나고 있다.
극명하게 갈린 두 회사의 행보
SEC의 비공개 심사제도는 기업이 재무정보를 즉시 외부에 노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 준비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신고서 제출 자체가 공모 일정이나 상장 가격의 확정을 뜻하지 않는 이유다. 앤트로픽도 공식 발표에서 IPO가 SEC 심사뿐 아니라 “시장 여건과 기타 요인에 달려 있다”라고 밝혔다. 오픈AI 역시 “시점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며, 비상장 회사일 때 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픈AI의 공식 입장만 놓고 보면 상장 철회보다는 선택지를 확보한 상태에 가깝다. 다만 로이터는 오픈AI 자문단이 경영진에게 기업가치 1조달러를 목표로 2027년까지 기다리는 방안과 목표가치를 낮춰 더 일찍 상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회사가 당장 현금이 부족해 상장을 서둘러야하는 상황이라기보다 비상장 시장에서 확보한 높은 가치평가를 공개시장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기업가치는 얼마나 될까? 앤트로픽은 5월 투자라운드에서 650억달러를 조달하며 투자 후 기업가치 9650억달러를 인정받았고, 오픈AI는 3월 1220억달러의 투자 약정을 확보하며 852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제시했다. 다만 두 수치는 소수 투자자가 참여한 비상장 거래의 가격이어서 실제 공모가치와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앤트로픽이 먼저 공개할 ‘프런티어 AI의 원가’앤트로픽의 선행 제출은 공개시장의 투자 수요를 먼저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지만, 반드시 유리한 선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업의 S-1에는 매출 증가율뿐 아니라 모델 학습과 추론에 투입되는 컴퓨팅 비용, 클라우드 사업자와의 거래, 주식보상비, 장기 구매계약, 현금소진 규모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비상장 시장에서는 제한적으로만 알려졌던 숫자가 공개되면 AI 기업의 매출이 어느 정도의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연결되는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로이터는 앤트로픽의 신고가 “빠르게 성장하는 이 분야의 가치평가 기준을 누가 세울 것인가”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피치북의 해리슨 롤프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앤트로픽은 공시 위험을 먼저 떠안았고, 오픈AI는 기관투자자의 반응을 지켜볼 선택권을 얻었다”라고 진단했다.
먼저 상장하면 프런티어 AI 기업의 이미지와 회계와 가치평가 기준을 선점할 수 있지만, 예상보다 낮은 마진이나 큰 투자 부담이 드러날 경우 높은 비상장 기업가치가 조정될 위험도 있다.
돈은 넘치지만 넓게 흐르지 않는다앤트로픽과 오픈AI의 선택을 이해하려면 미국 벤처시장의 기록적인 투자액과 그 이면의 자금 집중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PitchBook-NVCA의 2026년 1분기 벤처 모니터에 따르면 미국 VC 거래액은 2672억달러로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상위 5개 거래를 제외하면 전체 거래액은 73.2% 줄어든다. 전체 거래액의 88.8%는 AI·머신러닝 기업에 투입됐으며, 보고서는 “자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집중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는 모든 기술기업이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한다기보다 오픈AI와 앤트로픽처럼 시장 선도 후보로 평가받는 소수 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보고서는 동시에 대부분의 벤처시장에서는 유동성이 여전히 부족하고, 과거의 높은 기업가치와 불확실한 공개시장 여건이 부담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소수 대형 기업은 비상장 시장에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 상장 시기를 조절할 수 있지만, 초기 투자자와 직원에게는 장기간 누적된 지분을 현금화할 출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IPO는 신규 자금조달뿐 아니라 비상장 시장에 집중된 가치평가를 공개시장에서 검증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두 회사의 기업가치가 모두 수천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비슷한 시기에 공모가 진행되면 기관투자자의 자금배분과 위험 선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음 단계에서 확인할 것은 어느 회사가 먼저 상장하느냐보다 공개 S-1에 제시될 총마진, 컴퓨팅 비용, 주식보상비, 현금흐름과 의결권 구조다. 이 숫자들이 공개돼야 앤트로픽의 선행 전략과 오픈AI의 속도 조절 가운데 어느 판단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는지를 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