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정리·파업에 어수선한 카카오 카카오톡 AI 플랫폼 전환으로 돌파구
입력 : 2026.08.12 17:58:42
-
지난 6월 10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 아지트 사옥 앞,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가 ‘고용안정 쟁취’와 ‘무책임한 경영진 퇴진’이라는 문구와 함께 집회에 나섰다. 이날은 카카오 본사 노조가 2006년 창사 후 최초의 파업에 나선 날로 기록됐다. 카카오 노조는 오전 10시부터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섰으며,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이 참여했다. 카카오 노조는 앞선 임금협상에서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조정이 결렬된 끝에 쟁의권을 확보했고, 노조 내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까지 단행했다. 10일 부분파업에 이어 카카오 노조는 6월 29일 조합원들이 연차 또는 ‘오프’를 사용해 업무를 하지 않는 ‘로그아웃 데이’까지 진행했다. 카카오 구성원과 경영진 간의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분위기다. 아이러니한 점은 카카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외형상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카오는 연 매출 8조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으며, 올해 1분기에도 역대 1분기 중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노조의 불만은 성과 보상과 고용 불안에 있다. 우수한 실적만큼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불만과 함께, 잇단 계열사 정리로 인한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파업까지 이르게한 주요 원인이다. 반면 사 측은 갈 길이 바쁘다. 매년 실적은 좋아지고 있지만 성장세는 둔화되고, 인공지능(AI) 시대를 위한 투자와 서비스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카카오 노사는 연초부터 2026년 임금·단체협약을 두고 협상을 이어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5월 초 카카오 본사를 포함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의 협약이 결렬된 후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다만 카카오 본사를 제외한 4개 계열사는 5월 중 조정이 중단되며 파업을 위한 쟁의권을 확보했고, 카카오 본사 또한 같은 달 27일 2차 조정이 최종 결렬되면서 쟁의권을 확보했다.
지난 6월 부분파업에 들어간 카카오 노조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노사 간 교섭의 최대 쟁점은 성과 배분 구조와 보상 기준이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 노조가 카카오의 연간 영업이익의 13~15%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사 측은 노조의 ‘n%’ 성과급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카카오는 본사 차원 입장문에서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성과 보상안의 총 규모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고려할 때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주주 가치를 높여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라고 말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임금 교섭 결렬 후 사내 공지를 통해 “여러 우려와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점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아직 서로의 입장 차이를 충분히 좁히지 못한 상황이지만 우리는 결국 카카오 안에서 함께 일하며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할 크루”라며 직원들에게 사과하기도 했지만 파업을 막지는 못했다. 파업 찬반 투표를 찬성으로 가결한 카카오 노조는 6월 1일 입장문을 통해 “지속적인 경영 실패로 인한 매각, 분사, 구조조정을 멈추고 고용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요구”라며 6월 10일 오전 10시부터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섰다. 10일 진행된 부분파업에는 노조 추산 카카오 본사 기준 1000여 명, 5개 법인 합계로는 1500여 명이 참여했다.
덩치 큰 계열사도 판다이 같은 갈등의 이면에는 성과급 요구에 대한 시각차뿐만 아니라 카카오가 꾸준히 계열사와 사업들을 정리해오면서 쌓인 카카오 구성원들의 불만과 우려가 있다.
2024년 정신아 대표 취임 이후 카카오는 선택과 집중을 내걸고 비핵심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왔다. 카카오 계열사 수는 2024년 2월 137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94개까지 줄었다. 2년 새 30% 이상이 사라진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포털 다음 운영사를 지난해 자회사로 분리한 데 이어 올해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매각한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포털 다음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을 에이엑스지(AXZ) 법인으로 분사했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2014년 이후 11년 만에 별도 기업이 된 것이다.
카카오가 다음 CIC 분사 계획을 공유할 당시에도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분사 후 매각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절차의 시작이라고 비판하며 노조는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단식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올해 카카오는 포털 다음 지분을 업스테이지에 매각하면서, 이때 노조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또한 카카오는 올해 한때 주력 계열사 중 한 곳이었던 카카오게임즈를 일본 라인야후에 매각했다.
한때 그룹의 캐시카우로 꼽히던 카카오게임즈는 라인야후가 출자한 투자목적법인 ‘LAAA 인베스트먼트’에 지분이 넘어갔고, 지난 6월 19일 인수 절차가 마무리됐다.
카카오 사 측의 논리는 분명하다. 성장이 정체된 사업과 적자 계열사를 정리하고,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전력을 쏟겠다는 것이다.
다만 카카오 구성원 측면에서는 이처럼 비주류 계열사 정리와 매각이 이어지면서 고용 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 누적되어온 셈이다.
견조한 실적 vs 저조한 주가카카오는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효과를 거두면서 지난해 창사 첫 연 매출 8조 시대를 열었다. 매출은 8조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 48% 뛰었다.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인 플랫폼 경쟁력으로 광고, 쇼핑 등의 사업이 지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에도 카카오는 분기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조942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66% 늘어난 2114억원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 중 최대치다. 다만 카카오를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연초 6만원 초반대에서 머물던 카카오 주가는 큰 반등 없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까지 기록했다. 6월 26일에는 종가 기준 3만3150원을 기록했고, 장중에는 3만22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코스피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동안 카카오만 연초 대비 35% 이상 빠진 것이다.
증권가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5월 카카오에 대해 AI 에이전트 수익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목표 주가를 7만원에서 6만원으로 내렸고, BNK투자증권 또한 7만원에서 6만1000원으로 목표 주가를 하향했다.
역대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카카오의 다음 성장 동력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중심의 카카오 플랫폼 경쟁력은 이미 시장이 알고 있는 영역이지만, 카카오가 추진하는 AI 전략이 어느 정도의 성공으로 이어질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또한 노조 파업도 카카오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지만, 노사 갈등 장기화가 카카오의 AI 전환 실행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지목된다. 이종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AI 서비스의 화제성 부족, 노사 이슈, 카카오게임즈 및 다음 사업 재편에 따른 일회성 회계 처리, 콘텐츠 부문의 성장 둔화가 부담으로 남아 있다”라며 “전 사적인 실적 개선은 지속됐지만, 시장이 다시 높은 멀티플을 부여하려면 AI와 커머스의 수익화 증거가 더 필요한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의 승부수는?카카오가 꺼내 든 돌파구는 결국 본업인 카카오톡이다. 5000만 이용자를 보유한 국민 메신저를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내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AI를 기반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쇼핑하는 슈퍼앱으로 카카오톡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카카오가 자체 AI 모델인 ‘카나나’ 개발도 진행하면서 오픈AI와 손을 잡은 것도 플랫폼 경쟁력 강화 목적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텍스트, 음성, 이미지를 동시에 처리하는 카나나 모델을 통해 카카오톡 내 다양한 AI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AI 에이전트에 최적화된 차세대 모델인 ‘카나나 2.5’ 또한 개발하고 있다.
오픈AI와는 협업을 통해 ‘챗GPT 포 카카오’를 선보였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AI 서비스인 챗GPT를 카카오톡을 벗어나지 않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카카오에 따르면 챗GPT 포 카카오 누적 가입자 수는 1100만 명을 넘어섰다. 6월에는 친구와의 채팅방 내에서도 챗GPT 챗봇을 추가해 대화할 수 있는 챗봇 기능까지 도입했다. 이 같은 방향성은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생성형 AI를 이용하기 위해 다른 앱으로 이탈하려는 이용자를 카카오톡에 붙잡아둠으로써 이용자의 체류를 늘리고, 이를 통해 광고, 쇼핑 등 연계 서비스 수익의 시너지를 노리는 것이다.
챗GPT뿐만 아니라 카카오는 다양한 내외부 파트너사들과 협력하며 카카오톡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다른 서비스와 연동되는 AI 에이전트 ‘카카오툴즈’가 대표적이다. 올리브영, 무신사, 현대백화점 등 외부 서비스와 함께 멜론, 카카오T,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 서비스들이 연동되어 있는 에이전트로, 이용자가 “건성 피부에 바르기 좋은 선크림 추천해줘”라고 질문하면 올리브영 등 연동된 파트너사 서비스가 적절한 답변을 제공하는 식이다.
카카오의 에이전트 서비스 구상은 아직 진행 중으로, 카카오는 이용자들이 채팅방에서 상품 추천부터 결제까지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 예정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또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카카오의 중장기 AI 비전은 카카오톡 5000만 이용자 모두가 개인화된 에이전트를 보유하는 것”이라며 “하반기부터는 실제로 이용자들이 톡 내 대화에서 시작해 결제까지 완료되는 에이전트를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카카오는 올해 기존 프로덕트 조직 또한 ‘카카오톡’과 ‘비즈니스’ 조직으로 이원화하면서 사업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카카오가 본원 경쟁력 강화와 AI 서비스 고도화에 힘을 싣는 가운데, 파업까지 치달은 노사 갈등이 갈 길 바쁜 카카오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카카오가 노사 문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결하는지가 올해 카카오의 사업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