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Trend Map] VFX 전문가가 만든 AI 플랫폼 ― 영상 작업에 최적화, ‘에이크론’

    입력 : 2026.06.12 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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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제작에 최적화된 ‘에이크론’

    매년, 아니 매달 새로운 AI 모델들이 쏟아져 나온다. AI 영상 제작자들은 챗GPT나 클로드로 프롬프트를 짜고, 미드저니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런웨이에서 영상을 생성한다. 음악과 편집은 또 다른 툴로 옮긴다. 평균 두세 개, 많게는 대여섯 개의 AI 서비스를 중복 구독하며 결과물을 다운로드와 업로드로 옮겨 다니는 일이 일상이다.

    국내 기업 모피어스 스튜디오가 출시한 ‘에이크론(Acron)’은 바로 이 분산된 워크플로를 하나의 무한 캔버스로 통합한 AI 창작 플랫폼이다. VFX 프로듀서로 약 100편의 영화 작업에 참여해 온 이수영 대표는 “지금의 AI 응용 서비스 대부분은 기술자가 만든 것이지, 실무 작업자가 만든 것이 아니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에이크론은 처음부터 영상 실무자의 손에 익은 ‘노드(node) 기반 워크플로’를 채택했다.

    노드와 무한 캔버스라는 작업 방식

    ‘캔버스’는 말 그대로 도화지란 뜻이며, 작업공간을 말한다. 웹상에서 화면을 오른쪽으로 끌면 오른쪽이 계속 펼쳐지고, 아래로 끌면 아래가 계속 생긴다. 이렇게 작업이 늘어날수록 캔버스가 확장되는 화면을 ‘무한 캔버스’라고 부른다.

    ‘노드’는 이 도화지 위에 올려놓는 작은 점이다. 노드를 생성하고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악 등 AI 모델을 선택한다. 그 뒤 점과 점을 선으로 연결하면, 작업의 순서를 지정할 수 있다. 또한 노드마다 명령어를 입력하여 작업을 완료한다. 일례로 이미지 생성 노드에서 나온 선을 다시 영상 생성 노드에 연결하면, 그 그림이 움직이는 영상이 된다. 이렇게 노드와 노드로 이어진 흐름 전체를 ‘워크플로’라고 부른다.

    이는 영화의 시각효과(VFX)를 만드는 사람들은 지난 30년 동안 써온 방식이다. 누크(Nuke), 다빈치 리졸브의 퓨전, 후디니 같은 업계 표준 소프트웨어가 모두 노드와 노드를 연결해 결과물을 만드는 구조를 갖고 있다. 컷 하나에 수십 개의 노드가 얽히는 영화 후반 작업의 복잡성을 다루기 위해 자리 잡은 방식이다. 이수영 에이크론 대표가 “영상 실무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UI”라고 말하는 이유다.

    AI 어시스턴트와 타임라인 편집기

    에이크론의 가장 큰 장점은 영상 작업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프롬프트 엔지니어 역할에 최적화된 어시스턴트를 탑재했다. 머릿속의 막연한 아이디어를 몇 단어로 던지면, 어시스턴트가 질문을 통해 점차 구체적인 프롬프트로 발전시킨다. 더 나아가 “이 프롬프트는 어떤 모델로 만드는 게 좋을까”라고 물으면 적합한 이미지·영상 생성 모델까지 제안해 준다. 완성된 프롬프트는 클릭 한 번에 텍스트 노드로 캔버스에 떨어지고, 그대로 다음 워크플로에 연결할 수 있다.

    생성된 영상 클립을 이어 붙이거나 편집할 수 있는 편집기도 탑재됐다. 뷰어의 ‘추가’ 버튼만 누르면 캔버스 하단의 타임라인 편집기로 곧장 들어간다. 클립의 길이를 다듬고 순서를 바꾸고 사운드를 입히는 모든 편집 작업을 별도의 플랫폼으로 옮기지 않고 끝낼 수 있다. 타임라인은 접고 펼 수 있어 생성과 편집을 오가며 작업할 수 있다.

    편집이 끝나면 해상도와 품질을 설정해 최종 결과물을 내보낸다. 이 대표는 “이 통합 타임라인이 다른 플랫폼에는 없는 독보적인 기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자인 이스라엘의 위비, 미국의 플로라가 비슷한 노드 캔버스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영상 실무자가 직접 기획한 흐름과 프로그래머가 만든 흐름은 써보면 결이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애니메이션부터 뮤직비디오까지

    이 대표는 지자체 축제 홍보 영상부터,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쇼트폼 드라마, 영화 후반 작업까지 다양한 작업에 에이크론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작업 중인 6분짜리 뮤직비디오는 노래 한 곡과 멤버들의 재킷 사진만 받아 캐릭터 시트를 만들고, 의상을 디자인하고, 사막 배경의 컷들을 한 캔버스 안에서 이어 붙였다. 한 컷도 실사 촬영 없이 완성됐다.

    공공기관에서 지역 축제를 홍보할 때 행사 정보가 담긴 텍스트만 붙여 넣고 “이걸로 포스터 디자인해 줘”라고 입력하자 곧바로 홍보용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GPT 이미지 2의 등장 이후 텍스트 구현력이 크게 올라가면서, 디자이너가 아닌 행정·마케팅 담당자도 브로슈어와 콘티, 짧은 영상까지 10~15분 안에 이어서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이다.

    최근에는 드라마 제작 과정에 참여해 “5회차 분량을 통째로 AI로 제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는 단순히 VFX 비용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로케이션·물류·장비 렌트·배우 회차 비용 전체를 묶어 대체하는 방식이다. 제작 일정에 쫓기는 회차나 셋업이 어려운 장면을 AI로 풀어내는 새로운 프로덕션 접근법인 셈이다.

    [박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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