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alth for CEO] ‘수면장애의 경고’ 치매·파킨슨병 위험 32% 높았다
입력 : 2026.06.12 10:31:30
-
아침 7시, 휴대전화 알람이 세 번째 울린다. 분명 충분히 잔 것 같은데 몸은 침대에 붙어 있고, 출근길 지하철 손잡이를 잡은 채 눈이 감긴다. 점심 뒤 20분만 눈을 붙이려 했던 낮잠은 한 시간이 되고, 밤에는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이를 피곤한 직장인의 평범한 일상으로 넘긴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이 장면을 조금 다르게 읽는다. 뇌가 보내는 신호가 불면증에서 이어지는 낮의 졸림, 낮잠, 기상 곤란으로 먼저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면장애는 뇌의 ‘야간 정비’를 흔든다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은 한 번 발병하면 회복이 쉽지 않은 대표적 신경퇴행성질환이다. 그래서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하다고 알려졌다. 수면은 예방 전략의 중심에 있다. 잠자는 동안 뇌는 하루 동안 쌓인 노폐물을 처리하고 신경세포를 회복시키는 정비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이 반복적으로 흔들리면 뇌 건강의 방어선도 약해질 수 있다.
연세대 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김태원 강사,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 교수,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박유랑 교수, 인공지능융합대학 정다은 연구원 연구팀은 영국 UK Biobank 자료를 바탕으로 수면장애 진단군 약 3만 명과 비진단군 약 14만 명을 최대 30년 추적했다. 그 결과 수면장애군의 신경퇴행성질환 발생 위험은 비수면장애군보다 32% 높았다. 파킨슨병은 1.31배, 알츠하이머치매는 1.33배, 혈관성 신경퇴행성질환은 1.38배였다.
수면장애 유형별로도 차이가 컸다. 몽유병 등을 포함한 비렘수면 사건수면은 위험비가 3.46으로 가장 높았고, 과수면증 2.79배, 수면무호흡증 1.44배, 하지불안증후군 1.32배, 불면증 1.21배가 뒤를 이었다. 박유랑 교수는 이번 연구가 “수면장애 아형 정보의 예측적 가치를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진짜 경고등은 밤보다 낮에 켜졌다이번 연구의 흥미로운 대목은 위험 신호가 밤보다 낮에 선명했다는 점이다. 수면장애 환자 중 낮잠을 자주 자는 사람은 신경퇴행성질환 위험이 1.53배, 주간 졸림이 잦은 사람은 1.6배, 아침 기상이 어려운 사람은 1.81배 높았다. 특히 불면증 환자가 잦은 낮잠을 자는 경우 위험도는 2.85배까지 올라갔고,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주간 졸림을 호소할 때도 위험이 1.9배 높았다.
이는 수면 건강을 단순히 “몇 시간 잤는가”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밤잠이 짧거나 길다는 정보보다 낮 동안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더 실용적인 조기 경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팀은 연령, 성별, 동반 질환에 수면장애아형 정보를 더한 예측 모델을 세브란스병원 수면다원검사 환자 7077명에 적용했고, 기존 모델보다 판별력과 임상적 유용성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해외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25년 BMC Medicine에 실린 UK Biobank 연구는 50세 이상 31만 3248명을 분석해 수면 건강이 가장 나쁜 군의 전체 치매 위험이 가장 좋은 군보다 1.76배 높다고 보고했다. 혈관성 치매는 2.13배, 알츠하이머병은 1.55배였다. 수면 시간, 불면, 비회복성 수면, 코골이, 주간 졸림, 낮잠, 아침형·저녁형 성향을 함께 봐야 위험이 더 잘 드러난다는 진단이다.
낮잠도 ‘언제, 얼마나, 규칙적으로’가 문제낮잠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필요는 없다. 문제는 낮잠이 밤잠 붕괴를 보상하는 방식으로 길어지고 불규칙해질 때다. 2025년 Communications Medicine 연구는 고령자 936명을 최대 17년 추적하고 일부 사망자의 뇌 병리까지 분석했다. 오전 9~11시 낮잠 비중이 높을수록 알츠하이머치매 위험이 높았고, 오후 1~3시 낮잠은 낮은 아밀로이드 베타 수준과 관련됐다. 낮잠 시간의 개인 내 변동성이 클수록 아밀로이드 베타와 ‘신경섬유 엉킴 부담’도 커졌다. 파킨슨병 영역에서는 수면무호흡증이 주목된다. 2026년 JAMA Neurology에 실린 미국 재향군인 1131만여 명 전자의무기록 기반 연구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파킨슨병 발생과 관련됐고, 양압기 치료를 받은 경우 그 위험이 낮아지는 방향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 연구 역시 관찰연구여서 진단 편향, 역인과 가능성, 치료 순응도 차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메시지는 단순하다. 낮잠을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낮잠이 늘어난 이유를 보라는 것이다. 밤에 자주 깨는지, 코골이와 숨 멎음이 있는지, 아침 두통이나 집중력 저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필휴 교수는 “수면장애를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향후 신경퇴행성질환 예방 전략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방은 생활 습관에서 시작뇌 건강을 위한 수면 처방은 침대 위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조용하고 서늘한 침실 만들기, 잠들기 30분 전 전자기기 끄기, 취침 전 과식과 음주 피하기, 오후·저녁 카페인 제한, 규칙적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권고한다.
수면과 생활 습관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운동 부족, 심혈관 위험, 사회적 고립,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은 서로 맞물려 뇌 건강을 흔든다. 2025년 JAMA에 발표된 U.S. POINTER 임상시험은 운동, MIND 식단, 인지·사회 활동, 심혈관 건강관리를 결합한 구조화 개입이 고령 고위험군의 전반적 인지기능 개선에 더 큰 효과를 냈다고 보고했다. 결국 수면장애는 개인의 피로나 습관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뇌 건강을 읽는 데이터가 되고 있다. 치매와 파킨슨병 예방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치료가 아니라, 오늘 밤 잠들기 전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작은 선택에서 출발할 수 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