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2 | INTERVIEW] 김지현 한국딥러닝 대표 | 반짝 트렌드가 아니라 방향성을 제시
입력 : 2026.03.25 15:57:48
-
▶김지현 한국딥러닝 대표
1997년생. 경희대학교 응용소프트웨어학과를 졸업하고 22살에 문서 AI 스타트업 ‘한국딥러닝’을 창업했다. 외부 투자 없이 6년간 흑자 경영을 유지하며 기술력을 쌓아온 그는, 2025년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Q 22살, 대학 졸업 전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부모님, 집안 어른들도 전부 사업을 하셨어요.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사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롱패딩이 유행할 때 학교 마크를 붙여 유통하거나, 미국에서 에어팟이 출시 되었을 때 에어팟 케이스를 판매해 큰 수익을 내기도 했습니다. 취업보다 사업에 더 큰 뜻이 있었고요. 경희대학교 응용소프트웨어학을 전공하나 보니 딥러닝 기술을 접하게 됐습니다. 딥러닝은 메타버스 같은 반짝 트렌드가 아니라, IT 업계의 방향성을 전환할 기술이라고 확신했어요.
Q 대학생이 기업 기관이 문서 AI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사업모델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요?
A 창업 전 스타트업에 취업한 적이 있는데, 문서를 안 쓰는 기관이나 기업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딥러닝’이라는 키워드를 선점하고 공공기관에 신뢰감을 주기 위해 ‘한국딥러닝’이라는 사명을 지었어요. 직관적인 브랜딩 덕분에 매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Q 6년간 외부 투자 없이 흑자를 유지한 건 의도적인 선택이었나요?
A 재무 목표라기보다 기술 전략이었습니다. 문서 AI는 시간이 필요한 기술입니다. 연구실 성적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투자를 받았다면 빠르게 성장했겠지만, 현장 데이터를 축적하고 기술력을 검증하는데 집중했습니다. 6년간 쌓아온 데이터와 기술을 수십 개의 모듈로 준비해두고 필요에 따라 조합합니다.
Q 경쟁사들과 비교해 한국딥러닝만의 기술적 차별점은 뭔가요.
A 6년간 쌓아온 현장 데이터와 각 프로젝트 사례에서 사용한 기술력을 모듈화했습니다. 수십 개의 모듈을 준비해놓고 필요에 따라 조합할 수 있는 거죠. 필기체를 인식해야 한다면, 왜곡이 있는 데이터를 인식하는 OCR 모듈을 접목하는 겁니다. 이제는 고객 데이터를 보자마자 어떤 모듈을 켜야 할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특히 2025년에 상용화한 VLM(시각언어모델, Visual Language Model) OCR이 핵심입니다. 또한 복잡한 문서를 구조화하는 ‘파서(Parser)’ 기술을 통해 경기도청 등 대규모 공공사업의 데이터 전처리 표준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문서 파싱(구문분석) 단계에서 불필요한 데이터를 걸러서 언어모델 성능을 최적화합니다.
Q 2026년 한국 딥러닝의 목표는 뭔가요?
A 우선 ‘VLM OCR’을 금융 물류 공공 등 주력 영역에서 성과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사실 문서를 사용하는 분야라면 어떤 분야로든 확장할 수 있고요. 의료 행정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각 영역에서 사용하는 문서들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고 데이터를 축적할 시간이 필요한 거죠. 또한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공공 문서는 OCR 난이도가 매우 높아요. 이런 환경에서 기술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영어권, 동남아 문서들은 언어는 다를지언정, 구조적 복잡성은 한국보다 단순한 편입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검증된 문서 AI 기술은 해외에서 더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겠죠.
Q 아직 20대인데도 불구하고, 경험이 많은 사업가처럼 판단하고 회사를 성장시켜온 것 같습니다. 혹시 주변에 사업적인 조언을 해주는 멘토가 있나요?
A 사업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들이 있습니다. 그때 다른 기업인들, 대표님들께 조언을 구해요. 링크드인을 통해서 무작정 자기소개를 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요. 열심히 하는 청년 대표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부족한 경험은 많은 멘토들의 조언을 통해 극복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경험치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Q 여성 창업자로서, 특히 20대 대표로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어떤가요?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안타깝게도 여성 리더가 느끼는 불이익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도 신뢰감을 주기 위해 말투와 외모를 의도적으로 조절할 때가 있어요. 명쾌한 답을 드리고 싶지만, 저 역시 찾아가는 중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10번 부딪힐 것을 100번 부딪히겠다는 각오로 뛰어야 한다는 것. 끈질긴 태도와 실력은 성별과 무관합니다. 결국 스스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Q 스타트업 창업 후 지금까지 경영인으로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오셨을 것 같은데요. 대표님만의 채용 원칙, 조직관리 철학이 있나요?
A 저도 창업 5년차에 조직관리에 위기가 왔었는데요. 그 후로 ‘리더 간의 소통은 무조건 투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C레벨 임원들끼리는 소위 ‘쿠션어(돌려 말하기)’를 빼고 직설적으로 피드백을 줘요.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명확하게 말해야 오해가 없습니다. 정확한 목표치를 제시하고 진실되게 소통하는 것이 결국 장기적인 신뢰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Q 대표님처럼 AI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시겠어요?
A 기술에만 너무 매몰되지 않고 시장과 고객을 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저희가 내부에서 “‘엔지니어틱’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표현을 쓸 때가 있어요. 경각심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쓰는 단어죠. 기술보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를 생각해야 매출 성과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수진 기자 ·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6호 (2026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