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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쉽고 재밌는 돈 공부 기본서
입력 : 2020.03.05 1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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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월런 지음/ 김화정 옮김/ 부키/ 1만8000원
다트머스대 록펠러센터 공공정책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쓴 ‘돈 공부 기본서’.
저자는 경제 관련 골치 아픈 주제들을 다루기 전에 먼저 용어를 직관적인 표현으로 쉽게 정의하고 역사, 정치, 경제, 문화, 심리 등 여러 분야의 배경지식을 제시함으로써 주의 깊게 기초를 닦는다.
책은 1원이 구화폐 100원 가치를 지니는 신화폐를 발행하면서 신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구화폐 양을 제한함으로써 구화폐를 많이 보유한 사람의 재산을 휴짓조각으로 만들어버린 북한의 화폐개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약 6년간 거의 3조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한 사례를 대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렇듯 돈은 정부에 의해 한순간 휴짓조각이 되기도 하고, 없던 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금, 은 같은 실물화폐가 아니라 명목화폐여서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명목화폐의 근본적인 취약성 탓에 현대 금융 시스템은 끊임없이 재앙에 휩싸였다. ‘1929년 미국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 등 모든 금융패닉에서 ‘거품’이 생기고 꺼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대공항으로 미국은 불과 4년 만에 경제 규모가 약 4분의 1로 줄었고, 금융위기 때에는 한해에만 미국 순자산의 18%에 달하는 11조 달러의 자산이 증발했다.
그렇다면 국가의 존폐를 가르는 통화정책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바로 중앙은행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통화공급을 조절하고 안정된 금융시스템을 유지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금융패닉으로 인해 경제 전체가 궤도를 이탈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통화정책으로 오히려 경제를 교란시킬 수도 있다. 너무 많은 돈을 찍어 내 경제를 파탄 낸 짐바브웨 중앙은행과 급격한 통화 공급 축소를 허용해 일반적인 경기침체를 대공황으로 만든 미 연준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는 돈의 본질과 유용성, 위력, 운용 방법 등을 실감나게 설명한다. 화폐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가치를 얻었는지, 겉으로 보기에는 종잇조각에 불과한 이것과 실제 물건을 맞바꾸는 괴상한 관습이 어떻게 현대 경제의 근간을 이루게 됐는지 등이다.
인플레이션은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 금리는 ‘대출받은 돈의 가격’ 또는 ‘신용대출의 가격’, 통화 평가절하는 ‘나라 전체를 다른 나라에 할인 판매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온갖 돈 이야기에 명쾌한 답을 제시하며 금융 시스템의 작동 원리는 물론 신용거래, 물가, 금리, 환율 등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알려준다. 지갑 속 종이들과 은행 계좌 속 숫자들 뒤에 숨은 별나고 흥미로운 세상의 비밀이다. 저자인 찰스 월런은 <벌거벗은 경제학> <벌거벗은 통계학> 등 경제 분야를 알기 쉽게 설명한 ‘벌거벗은 시리즈’를 써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책도 원제는 <벌거벗은 돈(Naked Money)>이다.
최강석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1만5000원
동물 전염병 국제 전문가이자 수의 바이러스 학자인 저자가 최근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바이러스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해주는 책이다. 미생물의 역사,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의 역사부터 근래 자주 출현한 박쥐 바이러스의 정체까지 상세히 담았다. 나아가 위험 상황에서 국제사회나 보건당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개인은 무슨 조치를 해야 하는지 올바른 대응법을 알려준다.
신종 바이러스는 예고도 없이 습격해 큰 충격을 준다. 우리의 삶이 세계화되면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범위와 속도도 지구촌화되었다. 전조증상을 알아차리고 대비하는 방법, 바이러스의 쇼크를 진정시키고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것이 전 인류의 과제다. 저자는 대중 또한 평소에 바이러스 전염병에 대한 기본적인 교양을 쌓아두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지나친 우려 대신 이러한 부분에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마크 슈워츠 지음/ 김연수 옮김/ 에이콘출판/ 1만9000원
아마존 웹 서비스에서 CIO로 일했던 마크 슈워츠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리더와 IT가 성공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시한다.
저자는 그가 만났던 수많은 경영자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고자 하는 열망에 차 있었으나 번번이 그 과정에서 긴장과 갈등에 가로막혔다는 이야기를 하며, 전통적인 IT와 비IT 간의 관계에 진짜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다. 기술자가 기업의 잠재된 디지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기업이 IT 부서를 계약자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현실을 지적한다. IT 역시 마케팅·회계·운영 담당자만큼이나 비즈니스에 관여해야 하고, 요구받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이상으로 비즈니스에 관련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책은 1부 ‘원칙’, 2부 ‘사실’, 3부 ‘처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IT를 기업의 전략 요소로 활용하여 성과를 거두는 방법을 실제 사례들과 함께 소개한다.
노가영, 조형석, 김정현 지음 / 미래의창/ 1만6000원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를 넘어 콘텐츠가 전부인 시대가 왔다. 동영상 미디어 플랫폼 외에도 음악·게임·소셜미디어 사업자들까지 콘텐츠 전문가들을 기꺼이 모셔가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구하고 제작하는 데 집중하는 ‘콘텐츠 독점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소수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가입자를 유치하고 이탈을 방지하며, 주가를 올리고 콘텐츠 제작비용 회수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플랫폼을 뒤흔드는 일이 가능한 시대다.
책은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해석하기 위해 동영상·음악·게임·팟캐스트 등 각 분야의 다양한 예를 들어 디지털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 전략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짚어보는 동시에 이를 도외시할 때 얼마나 도태하게 될지를 경고한다. 또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AI와 콘텐츠가 만나 어떻게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낼지,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할지도 생각해보게끔 한다.
대니얼 스탤더 지음/ 정지인 옮김/ 동녘/ 1만9800원
책의 제목 ‘판단하지 않는 힘’은 판단을 멈춰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인식이 여러모로 편향되어 있기 때문에 성급한 판단 내리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맥락을 잘라 먹고 눈앞에 보이는 극소량의 정보만으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판단이 사실과 다름을 인지하더라도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독자들에게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과 불확실한 상태를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에게 편향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개방된 태도를 갖는 것이 편향을 줄이는 첫 단계다. 판단을 끊임없이 회의하는 태도와 확신을 멈추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편향이 때로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다루는 부분도 흥미로운데, 책의 가장 마지막에서는 정확한 판단을 하면서도 우울함의 위험을 최소화시킬 방법들을 알려준다.
[김병수·김유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4호 (2020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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