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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의 추억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입력 : 2014.01.07 15: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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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7인> <데드위시>시리즈에서 원조 터프가이로 각인된 찰스 브론슨은 81세의 나이에 눈을 감았다. 주치의가 공식적으로 밝힌 사인은 폐렴. 하지만 그도 사망 2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으로 심하게 고통 받고 있었다. 영화 <철의 여인>으로 다시금 대중에게 회자된 영국 최초의 여성총리 마가렛 대처, 미국의 40번째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도 은퇴 후 알츠하이머병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 배우 잭 니콜슨이 이들과 같은 증상으로 은퇴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며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잭 니콜슨 측에선 루머라고 일축했다지만 안타까움은 쉬 가시지 않는다. 기억이 사라진다고 알려진 알츠하이머병, 과연 무엇일까.
(왼쪽)영국 최초의 여성총리 마가렛 대처, (오른쪽)영화배우 찰스브론슨
국내 치매 환자의 약 70%가 알츠하이머병일 만큼 가장 흔한 퇴행성 질환이다. 소리 소문 없이 서서히 발병해 진행된다.
‘치매에 효자없다’는 말은 이러한 병의 특징에서 비롯됐다. 발병 초기에는 최근 일에 대해 기억력 감퇴 증상을 보이다 언어나 판단력 등의 기능이 무너지며 결국 모든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초기증상에 대해 캐나다 몬트리올대학 스펜 조우버트 교수팀은 유명 인사의 이름과 업적을 잘 기억하는지 여부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름, 단어, 상징에 대한 ‘의미적 기억력’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우선 60~91세까지 건강한 노인 117명에게 유명인사 30명의 얼굴을 보여주고 그들의 이름, 직업, 국적, 구체적인 일생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몇 주 후 다시 동일한 30명의 이름을 묻고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조사 결과 연구에 참가한 이들은 유명인의 얼굴보다 이름을 듣고 기억을 더듬었다. 얼굴에 대한 기억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지만 이름을 통해 각인된 정보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에 있던 노인들은 의미적 기억력에 문제를 보였다. 특히 경도인지장애를 보인 이들의 50~80%는 몇 년 후 알츠하이머로 발전했다.
유전적인 요인도 발병에 한몫하고 있다. 직계 가족 중 이 병을 앓았다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위험 유전자는 아포지단백 E ε4(APOE ε4). 연구결과 이 유전자형을 1개 갖고 있을 땐 약 2.7배, 2개일 땐 약 17.4배나 발병 위험이 높았다. 물론 고령의 나이도 무시할 수 없다. 65세 이후에는 5년마다 유병률이 2배나 증가하는 추세다. 아쉽지만 확실한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세계적인 치매 권위자이자 프랑스 폴 사바티에 대학 내과·노인학과 교수인 브뤼노 벨라스(Bruno Vellas) 박사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치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진행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기 이상 병이 진행되면 뇌세포가 완전히 파괴되기 때문에 치료약이 있어도 정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벨라스 박사가 권한 예방법은 적절한 영양 섭취와 식습관 개선. 그는 “등 푸른 생선과 함께 당근, 브로콜리, 오렌지, 사과 등을 꾸준히 먹으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기름진 음식과 과식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전했다. 운동은 필수. 격렬한 운동보다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걷는 것만으로도 예방효과를 볼 수 있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은 뇌가 아니라 목 정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0호(2014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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