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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 스기모토 `사유하는 사진展` | 시간과 열정이 만들어낸 한 컷
입력 : 2014.01.06 09: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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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장시간 노출을 통해 한 편의 영화를 사진에 담은 것처럼 여겨지는 <극장(Theaters)> (1975-2001)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찍은 추상적인 바다의 모습인 <바다풍경(Seascapes)>(1980-2002), 사진의 한계를 넘어 재현의 역사를 보여 주는 <초상(Portraits)>(1999), 실험을 통해 만든 인공번개로 연출한 <번개 치는 들판(Lightning Fields)>(2006~) 등 대표 흑백사진 연작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가속하는 불상(Accelerated Buddha)> (1995-2013) 연작은 미술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품이다. 사진으로 이뤄진 <부처의 바다(Sea of Buddha)>(1995), 3채널 영상인 <가속하는 불상>(1997·2013), 17점의 조각 설치 작품인 <5원소(Five Elements)>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작업으로 소멸을 향해 가속해 가는 현대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의식의 기원을 찾는다. 이는 정신적 깨달음에 도달하고자 하는 염원을 히로시 스기모토만의 방식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역설적이게도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진다. 익숙한 모습에 시간과 열정을 담아 정지된 한 컷을 선보임으로써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새로운 영감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시간을 거슬러, 보이지 않는 기억을 더듬는 데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느리고 깊게 사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0호(2014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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