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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 류현우…‘다승’ 행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입력 : 2013.07.15 09: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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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한다. 우승한 기분이 어떤가 지난 2009년 우승한 신한동해대회도 큰 규모였지만 메이저는 첫 우승이다. 특히 늘 꿈꿔왔던 대회라서 기분이 남다른 것 같다. 지난해 일본에서 우승을 거둬서 그런지 많이 떨리지는 않았다.
3년 7개월 만의 국내 우승이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일본 투어 위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국내는 쉬어가는 무대(?)로 생각했다. 고향에 온다는 느낌이라 큰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운이 좋게 우승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우승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갤러리들의 셔터 소리조차 기분이 좋았다는 멘트는 갤러리들의 매너를 비꼰 것인가 아니다. 진심으로 좋았다. 일본 투어에서 경기를 뛰면 응원해주는 갤러리가 별로 없다. 자국 선수들을 위주로 성원을 보내기 때문에 국내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보면 적(?) 같은 느낌이 있다. 한국에 오니까 반대로 응원과 박수를 받는 것이 어색하면서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셔터 소리나 갤러리들의 말소리도 나쁘게 들리지 않더라. 전부 성원이고 관심이니까. 반면 일본 갤러리가 소음을 내면 시기나 질투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서운하기도 했다.
아내에게 고마운 것이 많은 것 같더라. 평소 무심한 타입인가 해외 투어에서 활동하다보니 1년 중 반 이상을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투어에서 뛰면서도 항상 생각하던 것은 ‘가족들이 과연 이해해줄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특히 내 위주로 결혼생활이 돌아간다는 것이 항상 미안하고 고마웠다.
캐디가 아내의 오빠라고 들었다. 어려운 사이인데 불편함은 없었는지 형님도 레슨 프로 골퍼다. 항상 파이팅이 넘치는 응원을 해준다. 내게 힘이 되어주려 노력하고 실제로 의지도 많이 하게 된다. 올해로 4년째 함께 하다보니 함께 희로애락을 전부 겪었다. 우승 직후 포옹을 하던 때에 그런 것들이 떠올랐는지 우시더라. 나보다 더욱 기뻐해주셨다.
아들 이름이 ‘다승’이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 아내와 아이 이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승리를 거두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잘 되라는 의미가 컸다. 다승만 보자면 어색하지만 성까지 붙여 ‘류다승’으로 불러보니 어감이 좋았다.
아들도 골프를 시킬 생각이 있는 것인가 아니다. 다른 선수들보다 잘하면 좋지만 너무 힘들고 그 과정의 고통을 내가 알고 있으니까 시키고 싶지 않다. 나처럼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도 아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프로 데뷔 6년차에 국내와 일본에서 3승을 거뒀다. 초라한 성적표는 아니지만 대중에겐 여전히 낯설다. 박상현이나 김대섭 등 또래 골퍼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보면서 부럽다거나 섭섭한 마음은 없었는지? 함께 연습한 친구들이 잘되는 것을 보면서 ‘배가 아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 나보다 못하는 사람도 없고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다. 저 선수에겐 숏게임을, 이 친구에겐 비거리를 이런 식으로 장점들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동갑내기 친구인 김대섭 프로의 경우에도 숏게임을 워낙 잘하니까 게임을 할 때 많이 배운다. ‘내게도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라는 마음이었다.
골프 인생에 가치관이나 모토가 있다면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면 노력은 항상 보답을 한다.
닮고 싶은 골퍼나 롤모델이 있나? 코스에 따라 바뀌는 것 같다. 와일드하고 전장이 긴 코스에서는 장타나 스윙스피드가 빠른 선수들을 닮으려고 한다. 스윙 이미지라든지 헤드 스피드가 빠른 이유를 유심히 지켜보고 본받으려 한다. 계속 공부해야 한다.
공부는 어떤 식으로 하나? 스윙이 좋은 선수들의 동영상을 체크한다. 프레임별로 꼼꼼히 나눠보고 분석한다. 남서울 CC의 경우 숏게임이 중요해서 몇 년 동안 준비를 착실히 했다. 김경태 선수나 김대현 선수들이 우승했을 당시를 유심히 보고 전략을 짰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라운드였다. 지켜보던 갤러리들은 ‘피가 마른다’는 표현을 쓰더라 기분 좋게 플레이를 했던 것 같다. 연장전을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냥 내 플레이를 유지했다.
큰 무대에 강한 편인가? 마지막 후반 라운드에 비슷한 스코어였던 김형성 프로나 김도훈 프로는 압박감에 흔들렸던 반면 침착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더라. 상위권 선수들 중 표정이 가장 좋았다 지난해 일본에서 우승을 거뒀을 때 느낀 것이 있다.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내 것이 아니면 결국 되지 않더라. 만약 내 것이라면 후반에 무엇인가 터질 것이라는 마음으로 플레이에 집중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압박감에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원래 멘탈이 강한 편인가? 그렇지 않다. 지난 2011년 이상희 선수가 농협 오픈 우승컵을 차지했을 때 짜증이 많이 났다. 꼭 우승을 하고 싶었고 잡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욕심이 너무 과했던 것 같다.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기록해 1타 차이로 2등을 했다. 그때 느꼈다.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한국과 일본 투어가 가장 다른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일본은 국내에 비해 선수를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연습장에 가도 연습 볼에 묻은 흙을 일일이 물로 씻고 닦아서 준다. 매너도 좋고, 그런 세심한 부분에 감동받았다.
요새 양국 사이가 심상치 않다. 선수들 사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안 좋거나 민감하지 않다. 이번 매경오픈 우승 직후 일본에 갔을 때에도 많은 일본 선수들이 축하해줬다.
류현우와 같은 부류라는 것은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 유망주나 국가대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루키들과 다르다. 나는 바닥부터 한 계단씩 올라가고 있다.
프로 데뷔 6년차다.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때를 꼽는다면 지난 2008년 시드 대기로 올라와서 3만원 차이로 시드에 떨어졌을 때. 당시 상황이나 기분이 피를 말렸던 것 같다. 또 결혼했던 1년차 시기.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욕심을 부렸지만 잘 안 됐었다. 그때 느낀 압박감이나 좌절감들이 지금의 밑거름이 된 것 같다.
프로 생활에서 자신을 일으켜주거나 힘이 되는 조언이 있다면? 예전 최경주 프로가 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컷 오프가 기회다’라는 말이다. 열심히 했어도 예선에 자주 탈락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때 분석하고 노력하고 보충을 하다보면 기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최근 배상문이 PGA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미국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내 선수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욕심이 날 것 같다 Q스쿨이 폐지되면서 월드랭킹 100위권 이내 선수들에게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177등이지만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로 5년째 매년 겨울이면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등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미국 투어를 준비했다. 현재까지 준비 상태는 40% 남짓이지만 조금 더 노력한다면 언젠가 미국 투어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재국 매일경제 골프포위민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4호(2013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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