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N 다큐 드라마 `대한민국 정치비사`…격동의 대한민국 역사를 다시 본다
입력 : 2013.06.07 14:27:42
-
1980년 5월 어느 날, 전두환은 계엄사령관 이희성을 만난다. 그리고 이희성에게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계엄령 전국 확대’ 안건을 낼 것이며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이후 진행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안종훈 군수사령관의 반대에도 전두환은 백지서명을 받고, 최규하 대통령에게도 재가를 요청한다. 그리고 반대하는 최규하 대통령에게 비상국무회의를 소집해 달라고 한다. 비상 국무회의에서는 찬반 토론 없이 계엄령 전국 확대를 가결했다. 이는 한국 현대사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계기였다. 보안사령관 겸 중앙정보부장 서리, 두 정보부처를 장악한 전두환 장군은 이 힘을 바탕으로 다시 최규하 대통령과 힘겨루기에 들어간다. 광주에서 계엄 확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5월 19일, 전두환은 최광수 비서실장을 만난다. 그리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대통령 긴급조치에 의한 비상기구 설치가 시급하다고 최광수를 설득한다. 이 사실을 최광수로부터 전해들은 최규하는 이희성 계엄사령관을 불러 전두환의 계획을 흘린다. 그리고 이희성은 전두환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하지만 전두환은 그런 이희성에게 협조를 가장한 협박을 한다. 12·12 직후, 이희성을 계엄사령관으로 추대한 장본인이 바로 전두환이었던 것이다. 결국 최규하 대통령은 비상기구 설치에 동의한다. 전두환은 국보위 상임위원장에 오르고 군 인사들로 자리를 채운다. 마침내 1980년 5월 27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설치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전두환에게는 마지막 꿈이 남아있었다. 바로 청와대 입성, 대통령이었다. 전두환 상임위원장은 국보위를 통해 국정 전반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유신헌법 개정에 들어갔다. 전두환은 대통령을 단임으로 하고 임기를 7년으로 정한다. 그러나 최규하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평화적으로 정권을 넘기겠다는 마지막 결심을 실행한 것이다. 바로 정치일정이었다. 놀란 전두환은 최규하의 오랜 친구인 김정렬을 부른다. 그리고 최규하에게 하야를 권할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7월 31일, 최규하 대통령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불러 오랜 침묵 끝에 자신이 대통령직을 내려놓기로 했다는 결심을 전한다.
제3화 지하경제의 메이퀸, 장영자 1982년 5월 4일, 언론과 방송은 일제히 한 부부에 집중했다. 39세 미모의 여성 장영자, 그리고 그의 남편 이철희였다. 이들 부부가 사채시장을 끼고 어음을 할인해 7111억원의 자금을 굴렸고, 그 과정에서 건실한 기업들을 맥없이 쓰러뜨렸기 때문. 당시 탄탄했던 공영토건과 일신제강이 연이어 부도 처리되며 근로자들은 길거리로 나앉았고, 소액주주 1만여명의 주식은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그 가운데는 한 할머니가 식모살이, 콩기름 장수로 모은 900만원도 들어 있었다. 대기업부터 서민까지 모두가 피해자였다. 장영자는 남편 이철희나 형부이자 대통령 처삼촌인 이규광이란 권력 실세를 뒤에 내세워 어음사기를 가능케 했다.
먼저 자금이 달리는 기업에 돈을 빌려주어 생명을 연장시킨 후 어음을 몇 배로 받아서 사채시장에 돌린 다음 현금을 챙기는 방식이었다. 공영토건과 일신제강이 부도처리된 5월 11일, 이종남 대검 중앙수사부장의 중간수사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세상에서는 장영자가 권정달 민정당 사무총장의 돈줄이었다거나 대통령 처가의 비호를 받으며 사채업을 해왔다는 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민심으로 인해 청와대는 사건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마침내 사건 보름 만에 전두환의 처삼촌이자 장영자의 형부인 이규광이 구속됐다.
당시 권력 핵심부의 관심은 실체적 진실규명보다는 빠른 해결에 있었을지 모른다.
마침내 장영자 사건으로 11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단행되고, 여당인 민정당 사무총장 경질을 비롯한 당직개편으로까지 이어졌다. 건국 이래 최대금융사기의 주범 장영자. 그녀는 끝까지 정치권 연루를 주장했지만 이 사건은 결국 금융실명제 실시도 유야무야됐고 사채업을 중심으로 한 지하경제의 실상을 밝히는 데서 봉합되고 말았다.
[안재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