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프로듀서, 관객 모두 부담이 컸을 것이다. 국내에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뮤지컬임과 동시에 조승우, 류정한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스타들이 무대에 올라 거뒀던 이전 공연들의 성과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강렬했던 조승우의 ‘지금 이 순간’을 추억하는 많은 관객들의 머릿속에도 ‘더 이상의 무대가 있을까?’란 의문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기우에 불과했다. 지난 1월 8일부터 ‘최고의 무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막을 올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번 공연은 특히 조승우나 김선영 등 최고의 배우들이 보이지 않는다. 뮤지컬계에서 검증을 받은 실력파 배우들과 신예들이 어우러져 극을 이끌어 나간다. ‘튀는 인물’이 없으니 극에 대한 몰입도는 더욱 높아졌다.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평가할 만하다.
지킬·하이드역을 소화한 양준모는 상당한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클라이맥스 부분인 지킬과 하이드 두 인격이 내면에서 부딪히는 장면에선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준다.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거친 카리스마에 비해 부드러움이 다소 부족했다. 조곤조곤 관객들의 마음을 동하게 할 ‘지금 이 순간’의 감미로움은 조금 아쉬웠다.
지킬의 연인 ‘엠마’를 연기한 정명은 역시 청명한 목소리와 애달픈 연기력으로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잡아줬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배우는 거리의 여인 ‘루시’를 연기한 신의정이었다. 비교적 신인 축에 속하는 신의정은 ‘Someone Like You’ ‘A new life’에서 풍성한 감성과 성량으로 관객들에게 전율을 선사한다.
한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한류열풍을 타고 지난해 10월 샌디에이고에서 시작된 전미투어를 마치고 다가오는 4월 브로드웨이에 입성할 예정이다.
퀄리티 높은 무대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2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