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Story] 뱀띠시라고요?

    입력 : 2012.12.27 13: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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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검은색을 의미하는 천간 계(癸)와 뱀 사(巳)가 만난 해로 검은 뱀의 해, 즉 흑사년(黑巳年)이라고도 부릅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된 후 맞는 첫해인 뱀띠 해는 시작이라는 단어와 잘 맞는 듯합니다. 새로운 21세기를 맞은 2001년 역시 뱀의 해였으니까 말이죠. 뱀띠 생들은 직관력이 뛰어나고 인기가 많아 카리스마 있는 리더로 발전할 기질이 많다고 합니다.

    허나 사실 뱀 하면 사랑스럽지 않은 외모로 징그러운 동물로 치부되거나 차가운 사람을 빗대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양에서는 지혜가 있고 교활한 짐승이라고 해서 뱀을 흔히 ‘악마의 사자(Satan)’라고 부르기도 한다더군요.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뱀은 분명 혐오나 기피 대상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뱀은 용과 함께 풍요와 다산을 의미하는 신성한 영물로 추앙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구렁이가 오랜 세월이 지나면 용(龍)이 된다고 믿고 또 집을 지켜 주는 수호신이라여겨 신앙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또한 뱀을 ‘업구렁이’라 해서 집에 서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재물을 내려준다는 길조라 믿었습니다. 들어온 뱀을 죽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오히려 집에서 나갈까 걱정을 했다죠. 이렇게 들어온 뱀은 ‘지킴’ 또는 ‘지킴님’이라고 높여 부르고 ‘구렁이’라고 칭하는 것은 금기(禁忌)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일본인들 역시 뱀 자체를 시조신으로 신성시 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일본을 건국한 천조대신(天照大神)의 동생 소전명존(素箋鳴尊)은 머리가 여덟개 달린 뱀의 몸에서 칼을 꺼내 나라를 지키는 보검으로 삼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 3대 국보의 하나로 전해지고 있는 천총운검(天叢雲劒)입니다. 뱀은 중국에서도 신성시 됐습니다. 특히 물의 신(河神) 모습이 뱀의 형상이라고 믿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뱀이 꿈에 나타나면 태몽과 재물 또는 성공을 상징하는 길몽인 경우가 많습니다. 구렁이에 물리는 꿈, 여자의 몸에 구렁이가 감기는 꿈, 뱀이 대문에 들어오는 꿈, 구렁이가 구멍으로 들어가는 꿈 등은 비범한 인물의 탄생과 관련이 있는 태몽으로 알려졌습니다. 삼국유사 후백제 편에는 지렁이(뱀)와 교접한 처녀가 낳은 아이가 견훤이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계사년 한 해는 어깨가 무거운 비즈니스맨에게 아주 행복한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비밀은 바로 2013년 달력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새해 법정공휴일 116일은 대부분 평일에 자리해 주말과 공휴일을 공유하는 찝찝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불운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제 주위에는 이 사실을 알고 벌써부터 행복한 휴가계획을 짜는 분들도 보이네요.

    믿거나 말거나 한 해몽일 뿐이지만 아무쪼록 이글을 읽으신 독자 여러분 모두 길한 뱀 꿈 꾸시고 만사형통한 한 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8호(2013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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