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병일의 一日不讀書]앞으로 10년 ‘경제 겨울’ 온다

    입력 : 2012.12.27 11:43:02

  •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해리 덴트 지음 |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펴냄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해리 덴트 지음 |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펴냄
    ‘경제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우리 모두의 관심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11월 6일 한국은행이 ‘2012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발표했다. 한국 경제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1%. 마이너스가 아니었던 것이 다행일 정도로 불황의 늪은 깊어 보인다. 한국 경제는, 그리고 세계 경제는 언제쯤 이번 경제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이달에는 경제전망과 관련해 ‘비관론자’의 생각을 소개하려 한다. 이 책의 저자는 해리 덴트. 하버드 MBA를 마치고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했던 경제 예측 전문가다. 그는 1980년대 말 전성기를 구가했던 일본 경제의 장기불황 돌입을 정확히 예측해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덴트는 비관론자다. 앞으로 10년 정도 세계 경제에는 디플레이션이 동반된 ‘경제의 겨울’이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향후 10년간의 흐름은 분명하다. 우리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깊은 경기하강과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경험할 것이다. 나는 이를 계절에 비유해 ‘경제의 겨울’이라 부른다. 이 같은 경제의 겨울은 일생에 한 번, 현재로선 80년마다 한 번씩 찾아온다.”(13p)

    구체적인 수치들도 제시한다. 미국의 경우 급격한 경기하강으로 몇년 내에 다우지수가 3800포인트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전망을 했다.

    “나는 코스피 지수가 2015년 말 즈음에 다시 50퍼센트 가량 추락하며 950포인트 부근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향후 수년간 적게는 43퍼센트, 많게는 57퍼센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에 대한 것이건 한국에 대한 것이건, 덴트의 전망은 듣기만 해도 으스스하다. 그의 주장을 몇 개 더 살펴보자.

    “역사상 가장 많은 인구가 퇴직을 맞이하면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는 디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는 지금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역사상 최대의 신용 버블과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부채 축소 과정이 이어질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는 지난 2008년 말부터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채를 늘리고 최대 수준의 부양책을 써왔다. 이러한 부양책은 2012년 초에서 2013년 말 사이에는 완벽한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1930~1933년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모든 투자자산의 가치가 나락에 떨어지면서 극한의 디플레이션이 찾아올 것이다. 기업과 금융산업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일자리를 줄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붕괴는 향후 60년 이내에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덴트는 무조건적인 비관론자는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새로운 호황이 펼쳐질 것이라는 낙관론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금의 경기하강 국면은 2020~2023년 무렵 끝이 나며, 이때부터 2035~2036년까지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경기 부흥이 이어지고, 이 호황주기는 전 세계 인구가 정점을 치는 2065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자연에서도 겨울에 번성하는 것이 있듯 경제의 겨울에서도 번영하는 분야가 있을 것이라고 ‘불황속의 기회’를 이야기한다.

    이번에 찾아온 경제의 겨울이 낙관론자들의 예상처럼 머지않아 풀릴지, 아니면 덴트 같은 비관론자의 전망처럼 디플레이션을 동반한 강추위가 10년쯤이나 지속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신이 아닌 이상 누구도 경제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니까. 덴트의 비관론도 수많은 예상 중 하나일 뿐이다. 덴트가 ‘인구구조의 변화’를 예측의 근거로 삼고 있듯이, 다른 많은 낙관론적 전망들도 나름의 논리적 근거들이 있다. 결국 우리는 이런 낙관론과 비관론 모두를 참고해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8호(2013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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