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작가가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 관객과의 상호 대화를 통해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드는 것이 내 작품의 감수성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작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작품들이 처음으로 국내를 찾았다.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아니쉬 카푸어는 동서양의 사상과 문화를 아우르는 아름답고 명상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1990년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 작가로 선정된 후 올해 런던올림픽 기념 조형물인 <궤도 Orbit> 등 다양한 작품들로 최고의 작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 최초로 전시되는 이번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에는 그의 초창기 작품인 보이드(Void) 작업, 붉은 왁스 시리즈, 대형 스테인리스 조각 등 총 18점이 전시된다. 특히 삼성미술관 리움의 바닥을 실제로 뚫은 Void 시리즈 중 중요작인 <땅 The Earth>(1991)이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시되며, 건물의 전체 벽면을 이용한 <노랑 Yellow>(1999)과 <내가 임신했을 때 When I am Pregnant>(1992)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런던 로얄아카데미와 빌바오 구겐하임에서 소개됐던 <큰 나무와 눈 Tall Tree & the Eye>(2009)이 리움 야외정원에 설치됐다. 15미터 높이에 73개의 스테인리스 스틸공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빛의 방향과 시간, 관람객들이 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로 변신해 어느 순간 관람객들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 같은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미술계에서는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세계에 대해 “동서양 문화의 만남”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단순히 이질적인 두 문화의 만남을 넘어 보편적이고 신비로운 우주의 세계를 지향하며, 그것이 인간과 자연의 진리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장을 남긴 달력이 새 것으로 바뀌기 전에 카푸어의 작품을 통해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은 어떨까.
작가 아니쉬 카푸어
아니쉬 카푸어는 1954년 인도 봄베이(현재의 뭄바이)에서 유태인 어머니와 인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19세인 1973년 영국으로 이주, 혼지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첼시미술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학업을 마친 카푸어는 3주간 모국인 인도를 여행하며 삶과 철학, 종교가 어우러진 인도인들을 통해 ‘시적이고 철학적인 기원’으로 부르는 근원적 세계에 눈을 뜬다. 자신만의 예술세계의 뿌리를 찾은 셈이다.
여행을 마친 그는 강렬한 색상의 안료 작업을 시작한다. 이 명상적이고 고요한 안료 작업을 통해 그는 1980년대 세계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고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그의 대표작인 보이드(Void) 작업을 시작했다. 내부가 텅 빈 보이드 작품은 마치 동양의 음양이론이 형상화된 듯 안과 밖이 공존하고 비움과 채움이 역설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후 1990년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 작가에 선정되며 영국의 대표 작가가 됐다. 그는 여러 건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올해에는 런던올림픽 기념 조형물인 <궤도 Orbit>로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전시일정전시명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장 소 삼성미술관 Leeum 기획전시장, 야외정원
일 시 2012년 10월 25일(목)~2013년 1월 27일(일)
출품작 초기 데뷔작 포함 18점
[서종열 기자 자료제공 삼성미술관 Le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