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효성 기자의 나인틴홀] ⑭ 올해도 타수가 안 줄었다고요?

    입력 : 2012.12.07 15:56:00

  • 사진설명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조효성 기자입니다. 골프장에는 벌써 찬바람이 불고 아침 그린에는 서리가 내려 라운드가 힘들어졌습니다. 그래도 여러분들은 꿋꿋하게 라운드를 하고 계시죠?

    이렇게 겨울을 맞기에는 너무 아쉽잖아요. 저도 올해 초에는 내심 80대 초반을 목표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여전히 나아진 게 없네요. 그런데 주위에 많은 분들도 저와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타수가 줄지 않는 습관’을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사실은 제 ‘골프 반성 리스트’라고 해야겠죠? 공감되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제 얘기를 하기에는 부끄러우니 스스로도 ‘골프에 미쳤다’고 말하는 ‘골프광’ 씨를 예로 들겠습니다.

    골프광 씨는 대화의 주제는 물론 골프고 거실 한편에도 퍼팅매트를 깔아놓고 매일 연습을 합니다. 퇴근길에 골프연습장에 들르는 것은 절대 잊지 않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골프광 씨는 필드에만 가면 영락없는 주말골퍼가 됩니다. 게다가 내기에서는 사람들이 ‘도시락’ ‘보험’이라고 부르는 하수가 됩니다. 골프광 씨가 하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한번 살펴볼까요?

    일반적으로 골프 고수들은 티업시간 1시간 전에는 골프장에 도착해 식사를 하고 퍼팅연습과 스트레칭을 하며 여유 있게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골프광 씨는 꼭 30분 전에 도착합니다. ‘시간을 최대한 아끼자’는 생각에서죠. 그런 골프광 씨가 여유 있게 식사하고 몸 푸는 것은 상상도 못하겠죠? 허둥지둥 첫 티샷을 날리고 나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힘들다는 것은 다 아실 겁니다.

    게다가 골프광 씨는 성질도 급합니다. 골프 이론과 스윙에 대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늘 마음이 급하죠.

    샷 순서를 어기는 것은 기본입니다. 티 박스에서야 할 수 없이 순서대로 치지만 두 번째 샷부터는 동반자의 여유 있는 플레이를 보지 못하고 “먼저 칠게요”하고는 샷을 합니다. 그런 그에게 늘 동반자들은 너무 슬로우 플레이를 한다며 불평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렇게 마음이 급하니 퍼팅을 할 때에도 동반자들이 이리저리 그린을 살피면 마음이 급해져 대충 퍼팅을 할 때도 많습니다. 물론 쉬운 퍼팅을 놓치면 마음속으로는 동반자들 원망을 하겠죠? 칩샷과 어프로치 때에도 그린을 살펴보고 전략적으로 하는 것은 골프광 씨에게는 ‘슬로우 플레이’일 뿐입니다. 그린 경사를 충분히 파악해야 좋은 어프로치샷이 나온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죠. 이렇게 너무 자신의 골프만을 생각하고 라운드를 하다 보니 정작 필드에서는 ‘하수’가 되는 것을 골프광 씨는 모르고 있습니다.

    캐디에게 말을 거는 것도 ‘그린까지 거리’ 밖에 없습니다. 홀 전체 길이와 주요한 벙커, 페어웨이 꺾이는 지점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묻지도 않고 그냥 보이는 대로 티샷을 합니다. 그러니 세컨샷을 홀 공략이 좋은 곳으로 할 기회가 줄어들겠죠.

    게다가 골프광 씨는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의 잘못된 생각인 ‘잘 맞았을 때’ 거리를 자신의 샷 거리라고 생각하고 있죠. 그린으로 샷을 한 뒤 짧으면 캐디에게 “내가 7번 아이언으로 연습장에서 160미터를 치는데 거리를 잘못 불러준 거 아니에요?”라며 타박을 하죠. 이런 캐디와의 신경전은 대부분 홀에서 이어집니다.

    한번 둘러보니 어떠세요. 설마 여러분도 ‘골프광’ 씨는 아니죠? 라운드를 할 때 여유 있게 전략적으로 스마트한 플레이 하는 것이 몸에 밴다면 주말 골퍼분들 모두 내년에는 5타 이상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조효성 매일경제 스포츠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7호(2012년 1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