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ne]칠레 100년 포도나무의 중후함 `산타 헬레나`

    입력 : 2012.11.12 1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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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자동차로 남쪽을 향해 150km가량 달리면 유명 와인산지인 콜차구아 밸리가 나타난다. 전체적으로는 온화한 서안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곳이지만 동쪽에 거대한 안데스 산맥이 장벽처럼 버티고 있고 서쪽으론 서늘한 남태평양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중심 도시인 산 페르난도 교외에는 이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와이너리로 꼽히는 산타 헬레나가 자리 잡고 있다. 334헥타르나 되는 넓은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는 산타 헬레나는 ‘칠레 최고의 와인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것을 모토로 설립된 글로벌 지향의 와이너리이다. 이 회사의 모기업 산 페드로 타라파카(Vino San Pedro Tarapaca·VSPT)는 칠레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인 그룹으로 산타 헬레나를 비롯해 비냐 산 페드로(Vina San Pedro) 핀카 라 셀리아(Finca La Celia) 알타이르(Altair) 비냐 따발리(Vina Tabali) 등 10개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다. 또 VSPT는 하이네켄 NV와 제휴한 칠레 최대의 음료 회사 CCU그룹에 속해 있다. 그룹의 구조만 보아도 어떤 수준의 와인을 생산할지 짐작이 간다.

    그리스어로 ‘태양처럼 반짝이는 빛’이라는 의미를 가진 ‘산타 헬레나’는 글로벌 마켓을 지향하고 있는 VSPT그룹 내에서도 세계 시장을 겨냥해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로 소문이 나 있다. VSPT그룹에 편입된 것은 지난 1994년이지만 현재 수출 규모로 칠레에서 톱5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942년에 설립됐으니 오랜 역사의 세계 유수 와이너리에 비하면 연륜이 아주 길다고 할 수 없지만 산타 헬레나엔 숨은 매력이 있다. 다름 아니라 칠레 최대의 올드 바인 빈야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산타 헬레나는 안데스 산맥에서 태평양 연안에 이르기까지 콜차구아 밸리 모든 지역에 골고루 포도원을 갖추고 있다. 콜차구아 밸리의 연안지역을 발견하고 처음으로 그곳에 포도원을 개척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와이너리가 안데스 산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에 30헥타르에 달하는 오랜 수령의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 포도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그중 10헥타르의 포도나무는 1910년에 심어져 10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고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현대 와인의 가장 중요한 포도 품종으로 꼽히고 있는데 수령이 오래될수록 진한 수액과 미네랄의 느낌이 살아 있는 아로마와 맛을 보여준다.

    특히 이들 포도가 자라는 지역은 험준한 안데스 산맥이 병풍처럼 버티고 있는 산자락이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과 저녁에 안데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포도 품질을 더욱 뛰어나게 만들어주는 환경이다. 산타 헬레나는 콜차구아 밸리의 가장 따뜻한 중심부에선 와인의 우아한 느낌을 살려주는 쁘띠 베르도나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는 까르미네르와 시라 등을 재배한다.

    시간이 만들어낸 최고 품질 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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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칠레에서 올해의 와인 메이커 상을 받은 마티어스 리베라 수석 와인메이커가 이끄는 와인제조 팀은 소위 ‘4시즌 프로젝트’로 프리미엄급부터 하이프리미엄 아이콘 와인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돈(Don) 노타스 데 구아르다, 베르누스 등 다양한 브랜드가 여기에 속해 있다. 산타 헬레나는 이들 와인에 공통적으로 ‘Time makes it Work(베르누스에는 스페인어로 ‘El Tiempo Hace su Obra’라고 표기)’라고 레이블에 적었다. 프리미엄 와인들이 인위적 힘을 통해 얻은 게 아니라 콜차구아 밸리의 자연이 선사한 최고의 선물이자 시간의 흐름에 의해 자연적으로 변화한 최고의 와인들을 만나게 해준다는 것이다. 산타 헬레나는 시그니처 레인지 와인인 베르누스(Vernus)를 ‘땅의 시작(The Beginning of Earth)’이라고 부른다. 태양의 신이 지구를 지탱하면서 새벽과 황혼 사이에서 빛과 따스함으로 지구를 밝게 비추는 모습을 담고 있는 것. 와인은 신비롭게 되풀이되는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자연으로부터 생명을 얻고 성숙되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베르누스 카베르네 소비뇽 베르누스는 라틴어로 ‘봄과 관련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레이블엔 태양의 신이 지구를 지탱하면서 새벽과 황혼 사이에서 빛과 따스함으로 지구를 밝게 비추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붉은 색이 살짝 도는 진한 자색으로 검은 체리와 블랙 커런트 산초 후추 등의 아로마와 함께 바닐라 아로마가 살짝 풍겨 나온다.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진한 풀 바디 와인의 강렬함이 온몸을 짜릿하게 한다. 부드럽게 녹아든 탄닌은 입안의 잡냄새를 싹 가셔주는 느낌이다. 오래 지속되는 풍미가 와인의 수준을 말해준다.

    베르누스 블렌드 :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축으로 해서 시라와 까르미네르, 쁘띠 베르도를 블렌딩한 보르도 스타일의 우아함을 강조한 와인이다. 담배 향과 계피 등의 약간 달콤한 향신료 향이 복합적인 아로마를 자아낸다.

    베르누스 시라 : 윤이 나는 붉은 빛깔과 자두나 체리와 같은 잘 익은 과일에서 풍기는 풍부한 향미와 살짝 그을린 듯한 복합적인 느낌의 아로마가 조화를 이룬다. 부드럽게 녹아든 가벼운 탄닌이 단조로움을 없애주는 균형을 갖춘 미디엄 바디의 와인으로 여운도 긴 편이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6호(201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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