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효성 기자의 나인틴홀] ⑫ 싱글 원하면 ‘나쁜 골퍼’ 되세요

    입력 : 2012.10.05 17: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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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신문 ‘장타’ 조효성 기자입니다. 최근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일교차가 있긴 하지만 무더위보다는 조금만 걸으면 살짝 땀이 나는 날씨가 라운드에는 최고죠. 저도 들뜬 마음에 최근 조금이라도 타수를 줄이고자 연습도 하고 레슨 서적도 많이 보곤 합니다. 특히 프로골퍼들을 자주 만나기 때문에 그들에게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죠.

    그런데 생각보다 골프가 잘 늘지 않더군요. 잘 생각해봤더니 제가 골프를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나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었고 골프업계에 있다 보니 ‘빨리 진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라운드를 할 때 제 플레이 보다는 타인의 플레이에 더 신경 쓰고, 공을 함께 찾고, 동반자가 OB를 냈다면 표정을 살피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할 때가 많았죠. 숏게임이나 그린에서도 충분히 그린을 살펴보고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진행을 빨리 하려고 그냥 손에 들려있는 클럽으로 대충대충 칠 때도 많았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골프가 잘 안 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올 가을에는 ‘나쁜 골퍼’가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매너가 좋지 않은 나쁜 골퍼 말고 제 골프를 위해 충분하게 제한된 시간을 사용하는 골퍼라는 말입니다. 제 말에 공감하신다면 함께 ‘나쁜 골퍼’가 되어보시죠.

    먼저 슬로 플레이 대신 ‘신중한 플레이’를 하세요. 당연한 말이지만 대부분 ‘신중한’과 ‘슬로’라는 개념을 혼동하시던데요. 동반자들이 짜증을 내지 않는 선까지 충분하게 라이를 살피고 연습스윙을 하는 것이 ‘신중한’ 골프죠.

    가끔은 상승세에 있는 상대방의 흐름을 끊기 위한 의도적인 슬로 플레이도 필요합니다. 현역 시절 닉 팔도는 슬로 플레이어로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와 같은 조에 편성되는 날이면 대부분 골퍼들이 좋은 성적 내기를 포기했을 정도죠.

    다음은 ‘화나면 화내기’ 입니다. 플레이 도중 ‘배드샷’이 나왔다면 참지 말고 풀어버리세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최나연 선수나 신지애 선수 등에게 물어보면 “외국 선수들은 나쁜 샷이 나왔을 때 순간 화를 한번 팍 내고 다시 평정심을 찾는데, 한국 선수들은 속에 담아두기 때문에 오히려 다음 샷에 영향을 준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리고 라운드 전날이나 그늘집에서 과감하게 술을 거부하는 ‘나쁜 골퍼’가 되어보세요. 물론 주위 사람들로부터 ‘싱글 해라’ ‘돈 따려고 별짓 다한다’는 말을 들으며 ‘나쁜 골퍼’로 낙인찍힐 수 있습니다. 이때는 분위기를 맞출 멘트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준비해서 위기를 모면하면 됩니다. 뭐 보약을 먹고 있다던가 하는 위트 있는 멘트가 좋은 핑계 거리죠.

    제 주위에 1년 만에 탄탄한 80대 초반 고수가 되신 분이 있습니다. 술을 엄청 좋아하던 분인데 1년 전부터 골프약속이 잡힌 전날은 과감하게 1차에만 참석한 뒤 귀가를 하고, 1박2일로 골프여행을 갔을 때에도 밤 11시가 되자 칼같이 방으로 들어가 취침을 했죠. 그 순간은 정말 ‘분위기 깨는 나쁜 사람이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음날 오전 라운드 할 때 펄펄 나는 모습을 보면 부러워지더라고요.

    공을 터치하거나 너무 슬로 플레이를 하고 캐디를 탓하는 나쁜 골퍼는 미움을 받지만 라운드를 위해 자신만의 기준을 정하고 관리를 통해 신중한 모습으로 샷을 하는 모습을 보면 욕할 동반자는 없을 겁니다.

    그럼 이제 필드로 나가기 전 ‘고수’가 될 준비는 되셨나요. 올 가을 친구들에게는 조금 ‘나쁜 골퍼’가 되어보세요. 골프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고 집중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조효성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제25호(201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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