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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석 원장의 한방클리닉] ⑥ 찬바람에 심해지는 천식 폐·위·신장을 다스려야
입력 : 2012.09.07 17: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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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초반의 김 모씨는 오래전부터 천식을 앓고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 부쩍 증상이 심해졌다. 전에는 감기가 걸릴 때만 숨이 차곤 했는데 요새는 밤에 심한 천식발작으로 숨이 차면서 가슴이 답답해 응급실을 찾기도 했다. 여러 치료에도 좋아지지 않자 김씨는 한의원을 찾았다.
진맥을 하고 상담을 받은 결과 김씨는 기관지와 함께 위(胃)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몇 달간의 한방치료를 받은 후에야 그는 고통스러운 천식발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환절기가 다가오면 천식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천식은 기관지가 좁아져서 숨이 차고 기침이 나는 병이다. 기침과 호흡곤란 외에도 숨을 쉴 때 목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고 가슴이 답답하다. 이런 증세가 찬바람을 맞거나 좋지 못한 냄새를 맡을 때 심해지기도 한다. 밤중이나 새벽에 더할 때도 있고 환절기에 자주 생기지만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심장이 나빠서 생기는 심장성 천식도 있지만 기관지 천식이 더 흔하다.
한의학에서는 천식을 효천(哮喘)이라고도 하는데 효(哮)란 목안에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을 말하고 천(喘)이란 숨이 급해 헐떡이는 증세를 일컫는 말이다.
보통 천식을 치료할 때 기관지를 넓히는 약이나 염증과 가래를 없애는 약을 써서 증상을 가라앉힌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폐나 위(胃) 혹은 신장이 약하거나 기혈이 잘 순환되지 않을 때나 체질적인 약점이 있을 때 천식이 생긴다고 보고 그 원인을 없애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쓴다.
예를 들어 평소 폐의 기능이 약한 사람은 찬바람을 쐬거나 환절기에 감기에 걸리면 폐렴이나 천식으로 악화되기 쉽다. 이런 사람들은 주로 얼굴이 희고 추위를 타며 비염 등의 질환에도 걸리기 쉽다. 따라서 폐의 기운을 북돋아야 천식을 치료할 수 있다.
위가 좋지 않아도 천식에 걸릴 수 있다. 위가 약해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면 폐와 기관지에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므로 천식에 잘 걸릴 수 있다. 또한 폐위에 열이 많으면 그 열로 인해 천식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기침하거나 숨이 찰 때 얼굴이 붉어지고 갈증이 많다. 이런 경우는 위의 문제를 다스려야 천식이 근본적으로 개선된다.
신장(腎臟)이 약해도 천식이 생길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이 기(氣)를 아래로 끌어 내려서 호흡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래서 신장이 약해지면 기가 거슬러 올라 기침하거나 가래가 많고 숨이 차게 된다. 평소 허리와 어깨가 자주 아프고 피로감을 잘 느끼는 사람들(특히 남자)이 천식이 심하다면 기관지와 함께 신장의 기운을 다스려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몸에 담음(痰飮)이 많아도 천식이 생길 수 있다. 담음이란 기(氣)의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일종의 묵은 가래를 말한다. 담음으로 인한 천식을 담천(痰喘)이라고 하는데 가래가 많이 끓고 가슴이 답답할 때 가래를 뱉어내면 숨쉬기가 편해지는 증세를 보인다.
칠정(七情), 즉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숨이 찰 수 있다. 마음을 많이 쓰면 기가 뭉쳐서 숨이 차거나 혹은 기존에 앓고 있던 천식이 악화될 수 있다. 담음과 스트레스로 천식이 생겼다면 기의 흐름을 좋게 하는 순기(順氣)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이처럼 천식의 원인도 여러 가지이므로 자세한 진찰을 통해 원인을 알아내 그에 맞는 치료법으로 다스려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생활습관이다. 담배를 끊고 술을 줄여야 한다. 저녁식사를 적게 하고 식후에는 배를 문지르면서 가볍게 걸어 위장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환절기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찬 음식을 삼간다. 한의학에서 등과 어깨는 폐의 기능과 관련이 많으므로 항상 어깨와 등을 펴고 바른 자세를 갖도록 한다.
환경문제와 서구화된 생활습관으로 천식환자가 늘고 있는 요즘 올바른 생활습관과 적절한 치료로 기관지의 건강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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