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현석 원장의 한방클리닉]⑤ 여름철 불청객 ‘습열성 피부염’

    입력 : 2012.08.06 09: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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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 남성인 P씨는 늘 피부가 좋지 않았다. 마흔이 넘은 나이지만 얼굴엔 여드름처럼 무언가 나고 몸에도 자주 피부염이 생기곤 했다. 게다가 여름이 되면 온몸이 가렵고 뾰루지처럼 발진이 돋았다. 연고를 바르며 버텼지만 증세가 너무 심해진 P씨는 결국 한의원을 찾았다. 그는 특히 허리와 다리, 등 부위에 가려움증이 심했고 만성피로 지방간 고지혈증 같은 문제도 함께 갖고 있었다. 진찰 결과 P씨는 열이 많은 체질적 원인과 좋지 못한 생활습관으로 습열성 피부염에 걸린 것으로 진단되어 한약 투여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가렵지 않은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수온주가 올라가는 계절이 되면 피부에 무언가 나거나 가려움증이 생겨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몸 안에 열, 특히 ‘습열(濕熱)’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여름철 습기가 많고 더워질 때 몸에 습열이 많은 사람은 발진과 가려움증이 생기는 피부염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런 피부병을 한의학에서 ‘습열성 피부염’이라고 한다.

    습열이란 습기를 머금은 끈적거리는 열을 말한다. 비유하자면 장마철의 눅눅한 열이 습열에 해당한다. 자연계에서는 기후변화에 의해 습열이 생기지만 우리 몸 안에서는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생긴다. 즉 잦은 음주,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습관, 운동부족과 과식으로 습열이 체내에 쌓인다.

    습열성 피부염의 증세로는 가려움증, 발진, 피부가 붉어지는 증상 혹은 모기 물린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들 수 있다. 그 밖에도 종기가 잘 생기고 심해지면 진물이 흐르기도 하고 긁으면 붉게 일어나거나 화끈거리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혹은 피부가 몹시 건조해져서 딱지가 앉기도 한다. 술이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고 덥거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악화된다. 습열성 피부염은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점점 더 많이 발생하고 있고 여름철에 심해지지만 계절을 가리지 않고 생긴다.

    끈적이는 열이 몸 안에 가득 쌓이면 피부염뿐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땀이 많아지거나 얼굴이 붉어지고 푸석푸석해진다. 몸이 무겁고 피로를 느끼며 대변이 무르거나 소변이 시원치 않고 뿌옇게 되기도 한다. 허리, 어깨의 통증이나 근육 뭉침에 시달리기도 하고 머리가 무겁고 맑지 않을 때도 있다. 또한 속이 더부룩하고 배에 가스가 차기도 하며 두피가 좋지 않아 머리카락이 잘 빠지거나 기름이 쉽게 생긴다. 따라서 이런 증세가 있으면서 가려움증이나 피부발진에 시달린다면 습열성 피부염을 의심해야 한다.

    습열성 피부염의 원인으로는 앞에서 말한 생활습관 외에도 체질적인 원인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환경적인 문제도 들 수 있다. 생활습관적인 문제로 음주나 잘못된 식생활이 문제가 된다면 체질적인 요인으로는 선천적으로 몸에 열이 많거나 열이 잘 배출되지 않는 사람들이 특히 문제가 된다. 이런 사람들은 주로 피부가 거칠고 검거나 어두운색을 띠는 수가 많다. 또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기(氣)의 흐름이 나빠져서 몸속의 습기가 뭉치고 열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그리고 지하실처럼 습기가 많고 환기가 잘 안 되는 곳에서 근무하는 경우 등 환경적인 영향도 습열성 피부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 피부는 온몸의 건강상태를 반영해주는 거울이라고 한다. 따라서 여름철에 피부가 가렵고 좋지 않다면 생활습관을 고치고 한방치료법으로 습열을 없애는 것이 피부염을 치료할 뿐 아니라 정신건강을 다스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습열성 피부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음주를 삼가고 저녁식사를 가볍게 하며 식후에 30분 정도 가볍게 걷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기름진 음식섭취를 줄이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적게 먹는 것이 좋다.

    피부를 깨끗이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너무 잦은 샤워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 바르는 피부연고는 습관성이 될 수 있으므로 오래 바르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한방치료를 통해 습열이 생기는 정확한 원인을 없애주면 심한 피부염도 잘 개선될 수 있다. 천지가 모두 눅눅하고 뜨거운 여름, 몸 안에 습열이 쌓이는 것을 예방해 피부의 건강을 지키도록 하자.

    [안현석 안영한의원장·한의학박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3호(2012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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