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x]가볍게 또는 화끈하게, 섹스로 여름나기

    입력 : 2012.08.06 09: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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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말에 ‘춘삼 하육 추일 동무(春三 夏六 秋一 冬無)’라고 했다. 봄에는 3일에 한 번, 여름엔 6일에 한 번, 가을엔 하루걸러 한 번, 겨울엔 섹스를 피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여름철 섹스가 겨울철 섹스보다 안 좋으니 적게 하라는 것. 가만히 있어도 땀이 속옷까지 적시는 여름. 옴짝달싹 하지 않고 시원한 그늘 밑에서 가만히 누워만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아무리 사랑하는 상대와 같이 있다 해도 땀으로 끈적끈적한 몸과 뿜어내는 열기로 스킨십은커녕 가까이 붙어서 걷기조차 싫다. 저명한 의사들이 매스컴에 나와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여름날 섹스로 심장쇼크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여름철 섹스의 위험성을 경고하니 은근히 겁도 난다.

    여름철에 섹스를 하면 다른 계절보다 체온이 쉽게 오른다. 외부의 기온이 높으면 신체는 섹스를 할 때 생성된 열을 밖으로 내보낼 수 없는 데다 습도가 높기라도 하면 증발하지 않은 땀 때문에 체온이 계속 상승하기 때문이다. 체온 상승으로 피부 온도가 높아지면 우리 몸은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말초 피부로 가는 혈액량을 증가시키는 대신 근육으로 가야 하는 혈액 공급량을 감소시키는데 이 때문에 근육의 피로가 쌓이게 된다. 그러니 흐르는 땀에 모든 것이 귀찮기만 한 여름 특별한 심장질환이 없는 사람도 자연스레 부부관계가 소홀해지기 쉽다.

    부부금실이 좋아 항상 이를 과시하는 커플들은 여름에 입은 게 없어 벗기도 쉽고 더 자극적인 섹스를 하게 된다고 주변에 염장질이다. 뭐 요즘 세상엔 집에 난방이 잘 돼 있어 춥다고 옷 벗기 힘들게 보온메리 삼중메리 챙겨 입는 것도 아니니 겨울 섹스가 어려운 세상은 아니지 않느냐고 누군가 반박이라도 해볼라치면 금실 좋은 염장 커플들은 그럼 에어컨 냉방이 안 되는 세상도 아닌데 여름이라고 또 부부관계를 못하고 피할 이유는 무엇이냐고 되묻는다. 여름에 약해진 보통 커플들은 한층 기가 죽을 수밖에.

    성욕은 봄과 가을에 왕성하다. 체력소모가 많은 여름과 겨울은 성관계가 위축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워서 식욕이 없더라고 밥 굶는 일이 없어야 체력소모가 많은 여름을 잘 날수 있듯이 덥고 지치고 힘들어도 섹스는 유지해야 한다. 자칫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삐걱거리기 십상이다. 아이를 하나 둘 출산하고 인생 희로애락을 함께 겪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부부간 섹스는 시들해지는 권태기가 고개를 들기 마련이다. 섹스가 없는 부부관계. 이것도 익숙해지면 그런대로 살 만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기합리화를 하는 이도 있지만 솔직히 섹스 없는 부부는 앙꼬 없는 찐빵이요 국물 없는 동치미다.권태기를 당연시하며 뜨거운 여름날 서로 소 닭쳐다 보듯 하는 현상을 무감각하게 겪지 말지어다.

    여름에 상담을 하다 보면 무더운 열대야에 남편의 살이 닿는 것조차 짜증이 나서 애들을 안 재우고 남편과의 잠자리를 최대한 피하는 여성들을 종종 본다. 또한 끈적끈적한 땀이 싫어 오르가슴은 고사하고 최대한 신체접촉을 줄이는 후배위나 여성상위로 섹스를 빨리 끝내 불쾌감을 줄인다는 여성들도 있다. 땀이 무서워 몸이 닿지 않도록 한다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자세로 어찌 오르가슴에 도달할 것인가. 에어컨에 건강에 안 좋다고 후끈한 섹스로 떠죽을 듯 땀을 바가지로 쏟아낸다면 또 이런 섹스를 어찌 즐거운 부부간 대화라고 할 수 있으랴. ‘섹스가 부부 사이를 확인시켜 주는 제일 확실한 행위’라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맞다. 그러니 여름철이라고 피하지 말고 짧고 강렬한 파트너를 배려하는 섹스로 위기의 계절을 극복하는 게 어떨까.

    여름섹스의 수칙은 몸이 힘들 땐 섹스도 캐주얼하게 하라는 것. 격렬하고 죽을 듯한 섹스가 아니라 성적 욕망을 일으키는 신체접촉과 애무만으로도 상대의 욕망을 유지시키고 만족시킬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소프트한 섹스야말로 여름을 나는 부부전의 최고 지략이 아닐까. 아무리 더워도 섹스 욕구는 한결 같이 유지하자.

    여름철 섹스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수다. 더운 날씨에 격렬한 섹스를 하면 땀이 많이 흐른다. 따라서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섹스 후 1시간 내에 가능한 많은 물을 마시는 게 탈수 예방에 좋다.

    또 하나 고수의 팁. 여름 섹스는 양보다 질이다. 춥지 않으니 밖에서 못할게 없다. 야외건 자동차건 과감하게 아웃도어 섹스에 도전해보라. 입은 옷도 가벼워 응용하기 쉽다. 지지부진한 여름섹스도 휴가기간 바캉스를 떠나서는 강렬해지고 짜릿해짐을 경험한다. 휴가 가서 나눈 섹스 횟수가 여름 한철 전체 섹스 횟수를 앞서는 사람들도 많다. 권태기 남편과 새로움을 찾는 재미를 올여름에 계획해 봄은 어떨지.

    남성을 위한 조언 하나. 기온이 높을 때 음낭을 시원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정자 생산 능력이나 성욕이 현저히 떨어진다. 삼각팬티보다는 헐렁한 사각팬티가 좋고 이보다는 아예 벗고 지내는 게 좋다. 선조들은 대부분 이렇게 여름을 지냈고 늙어서도 지치지 않았다.

    뉴욕주립의대(SUNY) 마이클 로이젠 교수는 지난해 <내 몸 사용설명서(YOU, THE OWNER’S MANUEL)라는 책을 통해 의학 통계와 수십 년 임상 경험을 담아 섹스가 사람을 젊게 만든다는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섹스를 자주할수록 더 젊어진다. 55세 나이에 1년에 38번 섹스를 하는 사람이 116회로 횟수를 늘리면 신체 연령이 1.8년 젊어진다고 했다. 활발한 성생활을 위해선 땀을 흘리는 운동이 좋다. 남성이 하루 200㎉ 이상을 운동으로 소모하면 발기부전이 크게 줄어든다고 한다. 더워서 기력이 떨어진다고 피하지 말고 더울수록 영리하게 하는 섹스로 건강한 여름나기에 도전해보자

    [김경희 미즈러브 여성비뇨기과 원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3호(2012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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