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alth] 소변도 안나오고 ‘밤일’도 안되는데…만성 전립선염 의심을

    입력 : 2012.04.25 14:11:55

  • 사진설명
    사진설명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있는 생식기관으로, 항문과 음낭 사이의 회음부 깊숙이 위치하고 골반의 혈관, 신경, 근육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배뇨와 섹스를 비롯한 여러 골반기능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전립선 건강이 남성 건강을 의미할 정도로 중요한 장기이다. 오후 5시 ㈜OO, 19층 사무실…

    마케팅부 김수홍 과장은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잡고 씨름을 하고 있다. 기획안 마감이 오늘까지라 중간에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다.

    [삐~~~]

    “김 과장, 기획안 다 되어가? 잠깐 이리 좀 오지…”

    (“으이그~~ 웬일이야?”)

    평소 큰 소리를 치지는 않지만, 오늘 같은 마감일에 본부장의 호출은 언제나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그러지 않아도 오래 앉아있어서 불편하던 참이었는데, 일어서는 순간 항문 주위 회음부에 찌릿한 경련이 느껴진다. 본부장과의 면담이 끝나고 다시 돌아와 의자에 앉았는데, 회음부의 찌릿함이 가시지 않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신경을 쓰다보니까 요도와 한쪽 고환까지 묵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앉아있거나,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자주 받으면 골반이 긴장하게 되어 골반근육이 조여져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전립선에 염증이 생긴다. 이를 ‘만성전립선염’ 혹은 ‘만성골반통증후군’이라 하는데, 남성의 반이 평생에 한번은 경험할 정도의 숙명적인 질환으로, 생활을 망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곤혹스러운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으로, ‘찌릿함’ ‘불쾌감’ ‘묵직함’ ‘이상감각’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아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주로 회음부나 아랫배, 서혜부에서 통증을 느끼지만 음경이나 고환, 허리, 허벅지 등 여러 부위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소변 보는 불편함도 동반되며, 성기능장애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오래 참았다가 왔는데 왜 이러지?”

    화장실에 간 김 과장은 소변을 보려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 옆에서 같이 시작한 박대리는 이미 마무리를 하는 것 같은데, 그제야 시작된 소변줄기가 졸졸 영 시원치가 않다. 간신히 끝낸 후 지퍼를 올리고 화장실을 나오는데, 몇 방울이 주르륵 떨어지면서 허벅지를 타고 흐른다. 불쾌한 느낌으로 책상 앞에 다시 앉아 업무를 마무리하며 생각해보니, 몇 개월 전부터 소변줄기가 가늘어지고 밤에 자다가도 몇 번씩 일어나 소변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잠을 설쳐서인지 최근에는 집중력도 떨어지고 피로감이 하루 종일 가시지 않는 것 같다.

    대부분 만성전립선염의 원인은 과음, 흡연, 과로, 스트레스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사무직이나 운전직, 회음부에 압박을 받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많이 타는 직업군에서도 위험도가 높다. 이럴 경우 전립선이 직접적으로 자극을 받게 되고 골반의 혈액순환이 원활치 못해 전립선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전립선질환에서의 배뇨증상은 한참 뜸을 들여야 소변이 나오거나 줄기가 약하고, 자주 소변을 보며 밤에도 몇 번씩 일어나야 하는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충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오니 좀 전까지 불편했던 회음부의 뻐근함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쑥스러워 누구에게 얘기하기도 그랬었는데, 괜찮아져 잘 됐다 싶었다.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증상이었나?

    그럼, 괜찮아진 기념으로 한잔 해야겠다.ㅋㅋ”

    직장 동료들과 함께 소주 두어 병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 김 과장은 갑자기 걱정이 앞섰다. 술을 자주 마시긴 했지만 특별히 지은 죄(?)도 없는데,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요도염이면 어쩌지? 오늘 의무방어전도 치러야 하는데…”

    만성전립선염의 전형적인 증상인 통증은 일순간 격렬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불쾌감이나 그저 뻐근한 느낌 또는 배뇨장애가 수주 혹은 수개월간 지속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세균성 감염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전염의 위험성은 없다. 성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실제 대부분의 환자는 성욕도 줄고 성기능의 장애가 생기며, 사정할 때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날 밤을 간신히(?) 넘긴 김 과장은, 다음날 퇴근 후 큰맘을 먹고 회사 앞에 있는 비뇨기과의원을 찾았다. 김 과장의 얘기를 들은 비뇨기과 의사는 전립선마사지 등 몇 가지 검사를 한 후 만성전립선염으로 진단을 내렸다.

    “김수홍 님이 가진 만성전립선염은 장기 치료가 필요합니다.” “예? 며칠 약 먹으면 되는 건 아니고요?”

    “그럼요, 더구나 약만 가지고는 치료가 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생활습관 교정을 함께 하셔야 합니다.” “?!?!”

    만성전립선염의 발병이 생활 형태와 관련 있기 때문에, 치료 목표를 질병의 완치가 아니라 골반기능 회복과 증상의 완화에 두고, 꾸준히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평생 증상이 반복되기도 하는데, 1~2주 치료로 증상이 완화되었다가 과음이나 과로하게 되면 바로 재발된다.

    불건전한 생활습관 즉 과로, 과음, 스트레스를 피하고, 오래 앉아있거나 운전을 하는 경우 1시간에 5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통증이 있는 부위에 따뜻한 찜질이 도움이 되는데, 너무 뜨거울 경우 오히려 통증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든 김 과장은 열심히 약도 복용하고 물도 넉넉하게 마시며, 병원에서 얘기해준 주의사항을 지키려고 노력하였다. 2~3주가 지나자 불편함은 사라지기 시작하였고, 직장에서도 활기가 생겼으며 집에서는 더 이상 밤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6개월 후 김 과장은 처음 전립선으로 불편하던 때를 기억하면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에휴~ 이렇게 편하고 좋은 걸 가지고, 그때 왜 그렇게 고생했는지 모르겠네요.”

    [심봉석 이화여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