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ttractive Golf Club] ① 남자의 심장을 시험하는 코스, 힐드로사이CC

    입력 : 2012.03.26 16: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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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퍼의 천국인 미국에는 다양한 골프 코스가 있다.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편하고 아기자기한 코스가 있는가 하면 남성적인 분위기를 넘어 야성적 이미지의 거칠고 황량한 코스도 있다. 각각의 코스들은 나름의 매력으로 골퍼들을 끌어들인다. 한국의 골프장들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대체로 아기자기하고 여성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 많다. 그런데 오랜만에 이지적이면서도 여운이 남는 코스를 만났다. KLPGA 대회 개최지로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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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문을 연 힐드로사이CC는 큰 계곡 안에 자리 잡고 있어 첫 느낌은 아늑하고 포근해 보이는데 일단 코스에 서면 심장을 뛰게 하는 홀들이 연이어 있다. 특히 협곡을 건너고 도열한 샌드벙커와 그라스벙커, 워터해저드에 교목 장애물 등을 피해 정곡을 찌르듯 파고들어야 하는 도전적인 홀들은 라운딩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설계자는 강원도 산의 자연지형을 최대한 살려 코스를 구성했다. 그래서 라운딩 내내 상당히 멋진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자연지형을 살렸다니 경사가 심해서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쇼트홀을 제외하고는 티박스에서 그린까지 경사는 대체로 완만하다. 다만 원래 지형을 살리다보니 페어웨이 중간에 계류가 가로질러 흐르기도 하고 때로는 협곡을 건너야 페어웨이가 이어지기도 한다.

    김용수 힐드로사이CC 총지배인은 “인위적이지 않기에 더욱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코스다. 다만 포기해야 할 땐 포기해야 더 큰 손실을 막는 전략적 마인드가 요구되는 곳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정의돈 고객서비스팀장은 “오는 8월 KLPGA 넵스 마스터피스 대회를 연다. 3년 동안 대회를 열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KLPGA가 개장 1년차 골프장에서 대회를 여는 데는 그만한 타당성이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코스로 나섰다.

    클럽하우스를 나오니 계곡을 중심으로 왼쪽에 버치(birch·자작나무)코스와 오른쪽에 파인(Pine·소나무)코스가 길게 뻗어 있다. 계곡 안쪽으로 다섯 개 호수가 연달아 있어서 마치 바다에서 배를 타고 좁은 만으로 들어서는 느낌을 준다.버치코스 1번 홀부터 나섰다. 티 박스에 서니 계곡이 아니라 산 아래 평지에 선 듯 평탄한 코스다. 블랙 티(356m)라면 조금 힘이 들어가겠지만 화이트 티(326m)에선 편안하게 티샷을 날려도 파온이 가능하다. 2번 홀에 서면 왜 이 코스를 버치코스라고 하는지 알게 된다. 정비석이 ‘낙랑공주의 섬섬옥수’로 묘사한 예쁜 자작나무들이 반긴다.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 새도 없이 부담을 주는 코스가 기다린다. 블랙 티 기준 511m, 화이트 티에서도 487m나 되는 롱홀이다. 코스 좌측 바위 위엔 낙엽송이 도열해 있고 우측은 해저드로 이어지는 꽤나 높은 낭떠러지가 버티고 있다. 계곡을 건너서 샷을 날리는 재미가 쏠쏠한데 배포가 클수록 그 재미가 더할 것 같다.

    3번 홀은 약간 내리막이긴 하지만 역시 거리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우측엔 커다란 해저드가 이어져 있다. 페어웨이는 상당히 넓으니 편안하게 티샷을 날리면 된다. 공이 떨어질 것 같은 곳에 페어웨이 벙커가 있으나 엄청난 장타가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 대부분은 벙커에 미치지 못한다. 4번 홀 역시 해저드로 연결되는 계곡을 넘기는 티샷을 해야 한다. 세컨드 샷에선 그린까지 길게 이어지는 벙커가 또 다른 부담을 준다. 앞의 장애물에 눈을 감고 오직 그린만을 노리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5번은 아일랜드 홀이다. 그린의 3면이 해저드에 둘러싸여 있다. 혹시 빠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 거리를 보면 7~8번 아이언으로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그린도 상당히 넓다. 자신을 믿고 샷을 하면 되는데 그래도 떨린다. 당신의 배포를 시험하는 곳이라고나 할까.

    6번 홀은 계류를 두 번이나 건너는 파4인데 거리도 만만치 않다. 도전할 것이냐, 안전을 택할 것이냐 선택해야 한다. 카트가 자작나무 터널을 지나는 운치 있는 홀이지만 클럽 선택만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앞 홀에서 긴장한 데 대한 보상이라고나 할까. 멋진 클럽하우스를 바라보며 언덕을 올라 7번 홀에 서면 하늘로 이어지는 그린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아름다운 풍광에 취하려면 롱 아이언이나 우드 실력을 갖춰야 한다. 블랙 티 기준 218m나 되는 파3홀이다. 특히 커다란 계곡을 가로질러 티샷을 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거리보다 정교함이 요구되는 홀이다. 힘을 빼는 것은 필수. 8번 홀은 잠시 긴장을 풀라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거리도 짧은 데다 평탄하다. 계곡 가장 깊은 곳에서 빠져 나오는 느낌의 9번 홀은 힐드로사이에서 가장 긴 홀. 내리막이긴 하지만 화이트 티에서도 560m나 된다. 게다가 좌우로 도열한 나무들 사이로 티샷을 날려야 해 또 다른 부담을 준다. 그러나 공이 낙하하는 자리는 꽤나 넓어 심리적 부담을 접어두고 편하게 티샷하면 된다. 역시 남자의 심장을 시험하는 느낌을 준다. 파인코스는 해저드와 함께 시작된다. 10번 홀 좌측에 페어웨이 벙커가 보이지만 아마추어들은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될 듯. 편하게 마칠 수 있는 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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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 두 번째인 11번 홀에선 다시 긴장하게 된다. ‘코스 설계자가 고약하기도 하지. 페어웨이에 웬 벙커를 저리 많이 만들어놨담.’ 그런데 벙커는 골퍼의 눈길을 끄는 속임수인 것 같다. 실제 위험은 벙커를 보느라 간과하기 쉬운 계류이기 때문이다. 12번 홀은 내리막에다 시원하고 거리 부담도 적다. 양쪽 해저드가 부담을 주지만 낙착점은 의외로 넓다. 그린 앞 계류가 거슬리지만 의식하지 않고 공략하는 게 파온을 하는 길이다. 13번은 짧은 파3 홀. 약간 오르막이다. 그린 우측에 벙커가 있고 좌측엔 나무들이 버티고 서 있다. 그러나 7~8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올릴 수 있는 거리다. 심리적 압박감만 벗어던지면 아주 편하게 마칠 수 있다. 14번에서 다시 계곡을 건너는 파5 홀을 만난다. 거리도 만만치 않은데 우측으로 벙커가 길게 이어진다. 세컨드 샷을 길게 보낼 수 없다면 끊어서 네 번에 간다는 작전으로 나가야 한다. 개미허리 구간을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고비를 넘으면 전망대처럼 설치된 15번 홀로 간다. 그곳 그늘집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멋진 경관의 뒤로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내리막 쇼트 홀이 기다린다. 티 박스에서 그린까지 크고 작은 나무와 조각들이 운치가 있지만 사실은 심리적 부담도 된다. 그린 뒤 좌측엔 커다란 나무들이 버티고 서 있고 우측엔 벙커가 입을 딱 벌리고 있다. 그런데 사실 눈속임이다. 거리는 130m인데 내리막을 감안하면 120m에 불과하다. 익숙한 거리가 아닌가.

    16번 홀로 넘어가는 길엔 껍질의 색이 고운 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약으로 쓰는 벌나무라고 한다. 16번은 거리보다 정교함이 요구되는 홀. 왼쪽엔 낭떠러지가 도사리고 있다. 17번 홀은 넓고 편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그린을 지나치면 그라스 벙커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17번 홀에서 잠시 풀었던 긴장감을 마지막에 불러내야 한다. 18번 홀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 파4인데 길이가 꽤나 길다. 티샷한 공이 떨어지는 자리엔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게다가 그린은 비치벙커와 해저드에 둘러싸여 있다. 180m 정도를 정교하게 보내야 한다면 누구도 마음을 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내기라면 마지막으로 승부를 걸 만한 홀이다.

    두세 홀을 빼고는 마음을 졸이는 코스다. 게다가 클럽 14개를 놓고 어느 채를 쓸지 고민해야 한다. 한 주 동안 업무에 시달린 리더들을 주말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게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코스에 집중하다 보면 언제 스트레스가 있었느냐는 듯 머리가 맑아진다. 새로운 한 주를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나 할까.

    ■ 힐드로사이CC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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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니클라우스의 수석 디자이너 브래드 J 켄달이 처음부터 끝까지 조형과 감리를 담당했다. 그만큼 수준을 보장한다. 유럽 고성의 이미지를 딴 오페라하우스 양식의 클럽하우스는 내부는 대리석, 외벽은 화강암으로 마감해 격조가 돋보인다. 수시로 판단을 해야 하는 리더들을 위해 비즈니스 공간까지 마련해두고 있다. 강원도 홍천이라고 하지만 힐드로사이는 사실 경기도와 산 하나를 경계로 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인가와 멀고 차의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대명비발디가 지척으로 지금은 홍천군 남면에서 들어간다. 강남에서 1시간10분 정도 소요되나 현재 공사 중인 중부내륙고속도로 연장구간과 백양치터널이 완공되면 50분 정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힐드로사이CC 측의 설명이다. 비회원을 받지 않아 여유가 있는 편. 티업은 7~8분 간격이다.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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