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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좋아할 식당] ③ 미술관 속 레스토랑…눈까지 즐거운 둘만의 만찬
입력 : 2012.03.26 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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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다쓰오 셰프.
TV 화면을 통해 눈으로만 즐기던 사람들이 실제 이 달콤한 장면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찾아 나서며 새로운 조어가 생겨났다. 프라이빗 다이닝(Private Dining).
조용하고 개인적인 공간에서 식사와 디저트를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질투와 시기’(?)로 분노하던 남성들, 둘만의 로맨틱한 다이닝을 꿈꾸던 여성들을 위해 프라이빗 다이닝 콘셉트를 살린 레스토랑이 많이 생겨났다. 대중에게 익숙해진 원-테이블(One-Table) 레스토랑이 그 중의 하나다.
갤러리에서 즐기는 고풍스러운 식사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하는 둘만의 식사도 괜찮겠지만 무엇인가 조금 아쉽다면 색다른 콘셉트의 장소를 찾는 것도 좋다. 레스토랑 안에 전시된 다양한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오룸다이닝(Oroom Dining)이 대표적이다. 오룸갤러리(Oroom Gallery)에서 운영하는 오룸다이닝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 이브 클라인(Yves Klein) 등의 작품을 전시했고 현재도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레스토랑의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다.
오룸다이닝은 개관 초기에는 제주도 우리들리조트의 회원들만을 위해 운영되는 멤버십 공간이었다. 이후 일반 대중에게 개방되면서도 100%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프라이빗 다이닝 레스토랑이었다. 음식 역시 13만원에 달하는 오마카세 코스(셰프가 당일 음식을 선택해 구성하는 코스) 한 가지였다.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지만 뛰어난 맛으로 입소문이 퍼져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명성이 자자한 곳이었다.
개관 때부터 이곳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고바야시 다쓰오 씨는 15세 때 프렌치요리의 길에 들어서 일본 프랑스요리의 거장인 이시나베 유타카에게 배운 명망 높은 셰프다. 전통적인 프랑스요리는 물론이고 일본의 다양한 수산물과 한국의 독특한 재료를 사용해 안정감 있으면서도 모던한 스타일의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 오룸다이닝의 특색이다.
대표적인 요리 중 하나는 ‘푸아그라 다이콘’. 한국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얼리지 않은 거위 간과 무를 사용해 완성한 요리로 일본에서 문화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 요리에 얽힌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 고바야시 셰프에 의하면 이 요리는 그의 스승인 이시나베 유타카가 개발한 것으로 일본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요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이시나베 셰프의 레스토랑에서만 연간 1t이 넘는 거위 간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거위 간의 높은 수입관세 탓에 요리 가격이 비싸서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진 결과 일본 당국 차원에서 특별히 수입관세를 낮춰줬다는 것. 요리의 맛이 재료의 관세율을 움직였다는, 쉽게 믿기 힘든 에피소드의 진위와 맛의 평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착한 가격 독특한 신 메뉴도 등장백남준의 "star is not actor". 최정화 作.
방문한 날 맛볼 수 있었던 신 메뉴 ‘치킨 포자흐스키(Chicken Pojarski)’ 역시 독특했다. 닭가슴살을 재료로 족발과 버섯 등이 들어간 향긋한 드레싱과 위에 얹어진 비스킷이 어우러져 기지가 넘치고 향과 맛이 조화를 이룬 정갈한 건강 메뉴였다.
파티·연회 공간으로도 좋아 2층에 위치한 갤러리는 연회와 모임, 또는 프라이빗 다이닝을 위한 공간이다. 오룸갤러리가 보유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는 이 공간에는 현재 백남준의 ‘TV리페어맨’, ‘Drama is not theater’ 등의 설치미술 및 최정화의 조각상, 김중만의 꽃 사진, 박수미의 ‘Swing Skirt’등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레스토랑이라는 느낌보다는 갤러리에 와 있다는 착각을 준다. 다른 한쪽에 고급스럽게 장식된 테이블을 발견한 후에야 이곳이 프라이빗 다이닝을 위한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4명에서 최대 20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다양한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시설과 음향시스템도 갖춰져 있어 오룸다이닝 관계자는 기품 있는 파티나 연회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parkjh@mk.co.kr / 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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