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ge] 뮤지컬 ‘엘리자벳’…달콤한 죽음과 사랑에 빠진 여왕

    입력 : 2012.03.26 16:02:34

  • 사진설명
    외줄타기를 즐기며 아버지의 자유로운 삶을 동경하던 천방지축 소녀는 뜻하지 않게 황후의 자리에 오른다. 황실의 엄격한 규율 속에서 빼앗긴 자유와 보수적인 시어머니의 괴롭힘에 고뇌하는 엘리자벳. 그녀의 삶을 지켜보며 불행에서 해방시켜 주겠노라고 ‘죽음’은 끊임없이 구애한다. 결국 죽음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비극적으로 황후 엘리자벳은 엘리자벳은 세상과 작별한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의 황제였던 프란츠 요제프 1세의 부인 엘리자베트 여왕을 실제 모델로 했다. 황후가 돼서도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가는 곳마다 화제를 뿌리고 나이가 들어서는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스스로도 살해당하고 마는 비극적인 삶을 그렸다. 극은 그녀를 살해한 무정부주의자 루케니에 의해 흘러간다. 해설자로, 때론 실존 인물로 등장하며 극의 중심에 선다. 황실에서 불행한 나날을 보내는 엘리자벳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죽음’은 원작에 없던 팬터지적인 캐릭터다.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엘리자벳의 개인적인 고통을 더욱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공연에서 배가시킨다.

    이미 전 세계 10개국에서 900만명이 넘게 관람한 명작 <엘리자벳>은 한국에서는 이번에 처음 소개됐다. 명실 공히 한국 뮤지컬 사상 최고의 캐스팅으로 꼽히고 있는 <엘리자벳>은 뛰어난 연기는 물론 화려한 무대 연출을 자랑한다. 화려한 합스부르크 황가를 재현한 무대나 이중 회전무대와 리프트 등의 완성도 높은 무대는 극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무엇보다 백미는 음악이다. 최고의 뮤지컬 작곡가로 칭송받는 실베스터 르베이와 작사가 미하엘 쿤체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음악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오랜 시간 여운과 감동을 준다. 특히 엘리자벳이 부르는 ‘나는 나만의 것’은 소름 끼치는 가창력을, 왕 토드가 부르는 ‘엘리자벳 문을 열어주오’는 부드러운 감성을, 죽음이 부르는 ‘마지막 춤’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뮤지컬 마니아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엘리자벳>은 확실히 올봄 놓치기 아까운 공연임에 틀림없다. 한 달 좀 넘게 남은 시간 소중한 사람과 함께 공연장을 찾는다면 분명 글로 표현하지 못한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는 5월13일까지 삼성전자블루스퀘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지훈 기자 parkjh@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