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얀 아지랑이가 피는 봄이 되면 가장 먼저 차가운 대지를 녹이듯 들녘에 초록빛을 선물하는 보리. 강인한 생명력과 봄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보리는 그야말로 예술가들에게 있어서는 찬미의 대상이다.
이런 보리를 지난 40년간 한국적 감성으로 풀어낸 이숙자 작가가 국내 대표 갤러리인 가나아트에서 오는 3월9일(금)부터 4월1일(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이 작가는 한국 채색화 기법으로 그린 보리밭을 통해 질긴 생명력과 전통적인 굴레에 저항하는 듯한 ‘이브’의 이미지를 표현, 한국적 삶의 근성과 에로티시즘에 대한 문학적 변주로 특유의 작품세계를 형성해온 국내 최정상급 화백이다. 특히 이번 개인전은 2008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옛 여인들의 체취가 배어있는 민예품과 장터나 논밭에서 힘든 노동을 하는 여인 등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담은 1970~80년대 작품에서부터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생명력을 보리 낱알 하나하나를 통해 감각적으로 드러낸 보리밭 시리즈, 그리고 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계속되는 보리밭의 이브 시리즈 등 50여 점에 이르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가나아트 관계자는 “이숙자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개인의 고뇌와 삶이 한국 채색화의 전통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밭 사계 I,왕고들빼기, 130.3x162.1cm, 순지5배접, 암채, 2008
■ 이숙자 작가 Profile·학력 1967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1971 홍익대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1993~2007 고려대 조형학부 교수 역임
·수상 경력 1980 제29회 국전 대상 제3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1994 제5회 석주 미술상 2011 제5회 대한민국미술인상 여성작가상 2012 춘추회 춘추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