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효성 기자의 나인틴홀] ⑥ “OK” 달콤한 외침이 독배가 될 줄이야

    입력 : 2012.03.23 11: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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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GA투어 데뷔 8년, 163번만의 도전 끝에 절호의 우승 기회를 잡은 위창수. 2위와 3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위창수는 1번홀에서 네 번이나 퍼팅을 하며 더블보기를 범한 뒤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1m도 채 되지 않은 거리에서의 3퍼팅은 뼈아팠다. 이후 자신감을 잃은 위창수는 필 미켈슨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2. 하루 앞서 열린 LPGA투어 개막전 호주여자오픈에서도 1타차 선두로 나선 서희경과 유소연은 18번홀에서 파만 잡아도 같이 연장전을 벌여 한국 선수가 시즌 첫 우승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뭔가에 홀린 듯 둘 다 1m 남짓 파 퍼팅을 실패하고 결국 연장전에서 패하고 말았다.

    시즌 초부터 프로세계에서도 종종 벌어지는 ‘1m 쇼트퍼팅의 저주’가 유독 한국 선수들을 괴롭혔네요. 주말 골퍼들이 OK를 받을 수 있는 거리지만, 프로선수들이 실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해하셨을 겁니다. 그만큼 쇼트퍼팅은 ‘넣으면 본전, 실패하면 지옥’입니다. 주말 골퍼은 쇼트퍼팅이 쉬워 보이고 연습 때는 백발백중 다 넣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 쇼트퍼팅이란 녀석은 상황에 따라서 악마로 변하기도 합니다. 바로 뭔가 내기가 걸리거나 중요한 순간이죠. 대충 쳐도 들어갈 거리라는 생각은 들지만, 심장이 뛰고 손발이 바들바들 떨려 종종 실패를 하고 맙니다. 주말 골퍼들이 라운드 하는 모습을 한번 살펴볼까요. 옆 홀에서 “나이스 퍼팅, 아깝네요, OK!”라는 말이 들리면 분명 조금 높은 분과 라운드를 하고 있을 겁니다. OK를 받은 분은 아쉽다며 50cm~1m정도 남은 거리의 볼을 집어 들죠. ‘좀 더 잘 쳤으면 들어갔을 텐데’ 하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요. 그런데 정말 이분은 짧은 거리 퍼팅을 넣을 수 있을까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보고 퍼팅을 성공하면 쌓여있는 스킨을 다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확신이 안 서실 겁니다.

    자신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정말 ‘독사’ 같은 고수들과 제대로 스트로크 플레이를 한번 해 보면 자신의 타수와 실력 부족을 뼈저리게 알 겁니다. 평소에 80대 타수를 치지만 ‘끝장 승부’를 하고 나면 평소보다 몇 타는 더 나오고 만약 멘털이 무너졌다면 100타를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고수들은 OK를 내기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전반에는 후하게 OK를 주면서 쇼트퍼팅을 할 기회를 주지 않다가 중요한 순간에 아주 짧은 거리의 퍼팅 때 OK를 주지 않는 거죠. 당황한 골퍼는 아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면서 퍼팅을 합니다. 하지만 ‘100%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하죠. 이때 실패하면 남은 홀도 끝납니다. 평정심을 잃은 데다 쇼트퍼팅을 한번 실수한 탓에 남은 홀에서도 제대로 퍼팅을 할 수가 없는 거죠. 이래서 주말 골퍼들에게는 ‘OK’가 독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짧은 거리라 해도 반드시 홀인하는 습관을 갖는 게 좋습니다. 동반자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잠시 접으세요. 당장은 달콤하게 들리는 OK라는 한마디가 오히려 자신의 골프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조효성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 기자 hscho58@gmail.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8호(2012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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