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estro’s Exhibition] 샤넬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展’…패션의 거장 사진으로 만난다

    입력 : 2012.02.29 10:06:54

  • 사진설명
    사진설명
    세계 패션계의 거장 칼 라거펠트 샤넬 수석 디자이너 사진전이 최근 내방객 5만명을 돌파했다고 대림미술관이 밝혔다. 국내 사설 갤러리 전시로는 보기 드문 대성황이다. 무엇이 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을까. 명성인가, 예술성인가. 독일 출신인 칼 라거펠트는 28년간 샤넬의 수장을 맡았고 50여 년간 펜디의 수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패션계의 전설 같은 인물이다. 올해 75세이니 한국 같으면 은퇴를 했어도 벌써 했을 법도 하건만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나와 경복궁 담장을 끼고 청와대로 올라가는 길 왼쪽에 자리 잡은 대림미술관 1층에 들어서면 먼저 샤넬 모델들의 대형 브로마이드 사진들이 손님을 맞는다. 모두가 화려해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모두가 구식 즉석사진기 앞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평범한 배경에서 그런 사진을 찾는다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다.
    사진설명
    사진설명
    2층에 올라서면 이번 전시와 관련한 라거펠트의 인터뷰가 끊임없이 나오고 옆방에는 장쯔이를 모델로 한 대형 팝아트 작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최근 패션 사진들이 눈을 둥그렇게 만드는데 화려한 펜디의 최근 컬렉션 사진들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빛바랜 톤의 사진들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3층 전시실에선 라거펠트의 예술적 감각을 한껏 드러낸 사진들이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자극적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깨어나게 만든다. 특히 벗겨놓고 찍은 남녀 모델들의 다양한 사진들은 한편으로는 라거펠트의 예술성을 생각하게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히 도발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가, 라거펠트는 ‘폭력의 미(beauty of violence)’라는 제목의 작품 설명을 통해 이렇게 얘기했다. ‘미는 때로는 폭력 안에서 존재할 수도 있다(Beauty can also exist in violence)’. 그는 또 이런 얘기도 했다. ‘개성은 비교가 끝나는 데서 시작된다(Personality begins where comparison ends).’

    누군가의 예술작품을 범인이 글로 설명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대가의 작품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분명한 게 하나 있다. 적어도 라거펠트는 이 전시를 통해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게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다.

    ‘변화는 살아남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Change is the healthiest way to survive)’ 라는 라거펠트의 말이 길게 여운을 남기는 전시회다.

    칼 라거펠트전은 3월18일까지 이어진다. 3월10일(토) 오후 6시엔 재즈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다. 02-720-0667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 /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8호(2012년 03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