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x] 여성도 권력으로 성을 취하는 세상

    입력 : 2012.02.27 13: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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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의 성추문 사건을 계기로 영국의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가 세기의 성추문 사건 TOP10을 뽑았다. 1위는 2006년 10명의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모셰 카차브 전 이스라엘 대통령, 2위는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으로 탄핵안이 하원에서 통과됐으나 상원에서 부결돼 체면을 유지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3위는 최근 호텔 여종업원을 성추행한 혐의와 과거 성추행 스캔들로 이슈화된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그의 별명은 ‘발정난 침팬지’다), 4위는 1963년 러시아 스파이와 연결된 여성과의 혼외정사로 시끄러웠던 존 프러퓨모 전 영국 국방장관, 5위는 당시 59세의 나이로 19세의 커크 매캠블리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아이리스 로빈슨 전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총리의 부인, 6위는 2007년부터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존 에드워즈 전 미국 상원의원이다.

    7위는 2008년 사법당국이 적발한 고급 매춘조직의 VIP 고객이었던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 주지사, 8위는 미성년 성매매 혐의로 재판을 받고 그 외 부적절한 성적 발언으로 많은 파문을 일으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현 이탈리아 총리, 9위는 동성애로 이슈화되었던 짐 맥그리비 전 미국 뉴저지 주지사, 10위는 남자 성추행 혐의로 체포된 래리 크레이그 전 미국 상원의원이다.

    성추문 사건의 주인공으로 ‘부와 명예’는 ‘보다 많은 성관계’라는 공식이라도 있는 것처럼 예부터 돈 있고 권력이 있는 남자들은 여성을 보다 많이 취해왔던 게 사실이다. 여자는 생식을, 남자는 돈과 지위를 교환하는 것이라며 권력과 섹스에 대해 진화론적으로 설명하는 이도 있지만, 권력을 가진 남자들이 권력을 이용해 절제되지 않은 욕정으로 자손을 번식시키고 여성을 차지함으로써 권력을 과시하던 역사를 단순히 진화론적 설명만으로 이해하기는 무리다.

    영국 잡지사가 뽑은 순위라 아시아권 성추문들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고래로 모든 권력형 성추문의 주인공이 남성들이었던 데 반해 위의 사건들 중 9, 10위가 동성애 사건이고, 5위에 여성이 올랐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권력에 복종하는 사람의 성마저 소유하려는 가진 자의 오만함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건들에 권력을 쥔 여성들이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보듯이 여성에게도 감추어진 공격성이 있다. 권력만 주어진다면 말이다.

    물론 과거에도 권력을 지닌 여성들의 문란한 성생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측천무후와 예카테리나 2세, 그리고 엘리자베스 1세 등은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말년에는 사생활이 복잡했다고 한다. 권력은 곧 지배의 힘이다.

    중국의 서태후는 권력을 휘둘렀어도 왕후일 뿐이었으나 측천무후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측천무후는 맨바닥에서 출발해 정점에 올랐다는 점에서 신분을 승계한 다른 여성권력자들과는 뼈대부터가 달랐다. 열세 살 때 당태종의 후궁으로 입궐하여 일약 고종의 황후로 부상하는데(고종은 태종의 아들), 권력욕이 아주 강했던 그녀는 급기야 나이 65살에 아들들을 폐위시키고 자신이 그 자리에 올랐다. 강력한 중앙집권체제 구축을 통해 새로운 통일제국을 건립하고 필요한 사회개혁을 단행했다는 호평과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숙청하며 공포정치를 자행했다는 악평이 공존하는 그녀는 화려한 남성편력으로도 많은 일화를 남겼다.

    여성 지위 상승 위축되는 남성들 요즈음 창업이나 직장 내 승진을 위해 맹렬히 나서는 열혈 여성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엔 돈과 지위를 가지고 다른 섹스파트너를 가지거나 가정 이외의 욕구배출 통로를 찾는 여성들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다. 힘과 섹스라는 역학관계를 대변하는 것으로서, 이성으로 본능 통제가 안 되고 그 행동에 권력을 이용하는 것이 이제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앞으로 결혼제도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언이 나온 지도 오래됐다.

    지난 연말 가정에서 아내가 남편보다 더 큰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면 부부의 섹스횟수가 줄어든다는 이색적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실태 조사를 위해 고안된 특수 연구가 아니라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인구통계 건강조사(Demographic and Health Surveys)에서 우연히 도출된 결과다. 일반화해서 우리나라도 그러하리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공감은 간다. 연구를 위해 가나와 말리, 말라위, 르완다, 우간다,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6개국의 통계를 분석했으니 좀 지엽적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이 최근 부부 중 누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지가 부부의 잠자리 빈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결과이다.

    이 조사에서는 대상자들에게 “가장 최근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 언제냐”라는 질문과 “가정에서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을 따로 했다. 여기서 ‘중요한 일’의 사례로는 병원에 가는 것, 비싼 물건을 사는 것, 일상용품을 사는 것, 친구들이나 친지를 방문하는 것 등이 제시됐다.

    그 결과 중요한 문제에 대한 결정권이 주로 여성에게 있는 가정은 반대의 경우보다 부부가 잠자리를 가진 시기가 3배에서 무려 100배까지 더 오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가정에서 여성의 파워가 세면 셀수록 부부의 잠자리 횟수가 훨씬 뜸했다는 것을 뜻한다.(반대로 남자가 결정권을 가진 것과 부부 잠자리 빈도는 별다른 통계적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고 하니 의미가 있다.)

    가정에서 여성의 파워에 따라 잠자리 횟수가 달라진다는 사실은 남성은 물론 여성 스스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돈과 지위로 성욕을 해결하는 사건이 남자에만 국한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가정에서 꺼져버린 성욕의 방향을 바깥으로 돌리면 그로 인해 자신이 점점 배우자의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른다. 적당히 다른 데서 욕구를 해소하고 섹스에 그다지 만족하지 않는 파트너와 그럭저럭 한 집에서 지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생겨난 정서적 공허감은 점점 더 서로에게 성욕을 느끼기 어렵게 만들고, 또 사랑의 불씨가 다시 붙기 어렵게 한다. 멋진 섹스를 하려면 두 사람 사이가 원만하여야겠지만, 멋진 섹스를 나눔으로써 두 사람 사이가 원만히 유지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자.

    [김경희 / 미즈러브 여성비뇨기과 원장 www.mizlove.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7호(2012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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