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avel] 해발 4000m 산장의 새벽, 5일간의 스위스 여행

    입력 : 2012.01.26 15:03:37

  • 스위스 발레주 북동부에 있는 알레치 빙하
    스위스 발레주 북동부에 있는 알레치 빙하
    우뚝 솟은 산허리가 알록달록 다채롭다. 살짝 위를 올려다보면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는 하이얀 눈발에 눈이 시리다. 빠알간 파노라마 기차로 이동한 산 중턱 너머엔 온천을 품은 작은 마을이 객을 반긴다. 수려한 산세에 호연지기 충만해진 아침은 또 어떤가. 낙엽송 울창한 숲길을 걷다 어느 순간 탁 트인 공간에 서면 스스로 울어 존재를 알리는 빙하지대의 웅장함에 턱 밑까지 숨이 차오른다. 떠나기 아쉬워 산봉우리에 걸린 해를 배웅하고 도심에 들어서면 사연 깊은 카페가 절로 사색을 부르는 곳…. 스위스의 겨울은 깊은 심연마냥 고요하고 여유롭다. Day 1. 세계적인 VIP 휴양지 생모리츠 취리히에서 기차로 약 3시간15분 정도 떨어진 이곳은 한없이 청명하고 쾌적하다. 숲과 호수, 알프스의 명봉으로 둘러싸인 생모리츠(St. Moritz). 고급 호텔과 글로벌 브랜드숍이 즐비해 세계적인 부호들이 즐겨 찾는 알프스의 산악리조트다.

    1890년에 무너진 12세기 교회 건물 중 옆으로 기울어진 탑(Leaning Tower)은 스위스 관광 엽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명물이다. 일조량이 높아 1년 중 322일이 온화하며 TV드라마로 유명한 하이디의 오두막(Heidihutte)에선 약 100종의 알프스 야생화 감상과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1.슈쿠올의 온천 2.파노라마 관광열차로 알려진 빙하특급 3.스위스 향토 음식 퐁뒤
    1.슈쿠올의 온천 2.파노라마 관광열차로 알려진 빙하특급 3.스위스 향토 음식 퐁뒤
    스파 마을 슈쿠올 엥가딘(Engadin) 지역의 스파 마을, 슈쿠올(Scuol)은 고품격 스파 리조트다. 전통가옥 사이사이에 자리한 마을 분수대에선 광천수가 흘러나온다. 예로부터 온천 마을로 유명해 효능이 다른 아홉 종류의 광천수를 경험할 수 있다. 마을에 수영장만 8개. 그중 특히 티펜카스텔(Tiefencastel) 성 근처의 바드 알바네우(Bad Alvaneu) 스파는 작지만 우아한 분위기가 단연 돋보인다. 마을의 온천은 유황 성분이 포함된 샘물에서 물을 공급 받는다. 이 밖에도 바드 슈쿠올에선 실내 풀장과 온천 자쿠지, 해수 풀장 등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하늘로 우뚝 솟은 산세를 바라보며 노천에서 즐기는 온천욕은 꼭 한번 경험해야 할 버킷리스트 중 하나. 생모리츠에서 슈쿠올까지 이동시간은 기차로 약 1시간20분이 소요된다. 스파 패키지 열차로 이동하면 슈쿠올 스파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래티슈 철도(Rhatische Bahn; RhB)의 스파 콤비 티켓을 이용하면 스파 이용료 20%를 할인 받을 수 있다.

    Day 2. 파노라마 관광열차 빙하특급 파노라마 관광열차로 알려진 빙하특급(Glacier Express)은 스위스 동부와 생모리츠, 마터호른(Matterhorn) 등으로 알려진 체르마트(Zermatt)의핏줄이다. 7개의 계곡과 291개의 다리, 91개의 터널을 지나 약 7시간30분 동안 운행된다. 특급이란 이름에 걸맞게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그대로 작품이요, 캘린더다.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알프스 봉우리와 시골풍경, 울창한 삼림과 초록이 시린 목초지, 비탈진 계곡과 급류가 쉼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하이라이트는 아찔하게 놓인 돌다리 란트바써 비아둑트(Landwasser Viaduct). 그 외에 해발 2000m 이상인 오버알프 고개(Operalp Pass), 라인슐루흐트 계곡(Rheinschlucht Gorge), 푸르카 터널(Furka Tunnel)을 지나며 기막힌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식당 차량이나 좌석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친환경 마을의 선두주자 체르마트 체르마트(Zermatt)는 청정지대로 손꼽히는 발레 주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다. 가솔린 차량은 전면 출입금지. 간간이 전기자동차가 운행되고 태양에너지를 사용한 친환경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코끝이 찡하게 전해지는 맑은 기운(공기)은 체르마트의 전매특허다. 400km가 넘는 하이킹로와 20km에 달하는 스위스 최장 스키 슬로프를 갖춰 청정자연을 가장 스릴 있게 즐길 수 있다.

    다섯 개의 호수 그리고 고르너그라트 해발 2571m의 블라우헤르드(Blauherd)부터 3개의 호수를 지나 리펠알프까지 이어진 걷기 코스는 스위스 산악지방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 수넥가(Sunnega) 파라다이스까지 케이블 철도로 이동해 곤돌라를 타면 블라우헤르드에 도착한다.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슈텔리 호수(Stellisee), 그린드예 호수(Grindjesee), 그뤼엔 호수(Gruensee), 핀델렌(Findelen) 빙하 빙퇴석을 지나 리펠알프에 이르는 길이 약 9km(2시간30분) 이어진다. 리펠알프에 도착하면 기차를 타고 체르마트로 돌아갈 수 있다.

    체르마트에는 곤돌라와 케이블카, 또는 케이블 철도로 갈 수 있는 4개의 파라다이스 봉우리와 산악기차로 오를 수 있는 산 정상이 있다. 마터호른 글라시어 파라다이스(Matterhorn Glacier Paradise)에선 스키와 보드, 수넥가 파라다이스(Sunnega Paradise)에선 하이킹이 안성맞춤이다. 로트호른 파라다이스(Rothorn Paradise)는 수넥가 파라다이스 위쪽에 자리해 근사한 전망이 일품이다. 4000m 급 봉우리 29개가 병풍처럼 펼쳐진 고르너그라트 (Gornergrat)는 기차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체르마트 여행의 팁 하나! 이곳은 퐁뒤와 라클렛 등 치즈 요리와 말린 고기류가 유명하다. 수넥가 파라다이스에서 곤돌라로 올라갈 수 있는 핀델른(Findeln)의 쉐 브로니(Chez Vrony) 레스토랑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물론 맛도 일품이다.

    Day 3. 빙하와 숲의 조화 알레치 체르마트에서 기차를 타고 브리그(Brig)에서 환승, 뫼렐(Morel)에 하차한 후 케이블카로 이동하면 리더알프(Riederalp)에 도착한다.

    이곳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알레치 빙하가 숨 쉬고 있다. 빙하를 보호하듯 둘러싼 알레치 숲은 울창한 낙엽송과 소나무가 장관이다. 간혹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에 고개를 숙인 노루가 눈에 띈다.

    리더알프도 체르마트처럼 가솔린 차량 진입이 금지된 곳이다. 교통수단인 전기자동차는 놀이동산의 코끼리 열차를 닮았다. 리더알프 케이블카 승선지에서 도보로 약 40분 가량 떨어져 있는(도보로 이동하기엔 목적지가 너무 높다) 리더 푸어카(Riederfurka)는 알레치 빙하 하이킹의 출발점이다.

    객들의 밤을 챙기는 리더 푸어카 산장은 말 그대로 그림 같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 숙소의 창을 열면 탁 트인 풍경과 4000m 고지의 맑은 공기가 몸 안을 정화시킨다. 한밤중에 산장을 나서면 어느 곳이 땅이요 하늘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산장을 제외하곤 불빛을 찾아볼 수 없다. 산장 옆 벤치에서 맞는 새벽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 보던 알프스 빙하와 산장에서의 하루는 분명 색다른 경험이다.

    Day 4. 자연이 선사한 설레임 쉴트호른 쉴트호른(Schilthorn)으로 향하는 여정은 낭만이 물씬 풍기는 산골짜기 마을, 뮈렌(Murren)에서 시작된다. 리더알프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기차로 약 2시간30분 이동하면 알프스의 전형적인 목조 가옥 샬레가 산등성이 곳곳에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이 작은 마을엔 바위산과 커다란 스위스 워낭을 목에 건 소떼, 웅장한 폭포가 풍경을 이룬다. 이곳 역시 가솔린 차량의 출입이 금지돼 있어 자연스럽게 하이킹을 유도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약 30분 이동하면 파노라마 전망이 근사한 쉴트호른에 오를 수 있다. 해발 2970m에 200개가 넘는 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다.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등 세 개의 알프스 명봉이 장관을 연출한다. 이곳은 알프스 봉우리 위로 길게 드리워진 석양이 유명하다. 천천히 회전하는 레스토랑에 앉아 붉은 노을 바라보며 즐기는 알프스식 정찬은 오감만족 그 이상이다.

    Day 5. 중세와 현대의 만남 취리히 뮈렌에서 기차를 타고 약 3시간 쯤 창밖을 바라보면 취리히에 도착한다. 허니문으로 스위스를 택한 커플 중 열이면 열이 꼭 들른다는 이곳은 고풍스런 중세도시의 고즈넉함과 현대 예술의 흔적이 공존한다.

    중앙역에서 이어지는 쇼핑 천국 반호프슈트라세(Bahnhofstrasse) 거리는 그 유명세답게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디스플레이가 다채롭다. 취리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소는 프라우뮌스터(Fraumunster) 수도원의 스테인드글라스. 샤갈의 작품 앞에 꼼짝 않고 선 관광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단 9분
    ·인천공항 ~ 스위스 취리히공항 항공편은 대한항공을 포함해 루프트한자 등 유럽 국적기 카타르·터키·에미레이트항공
    ·직항편은 11~12시간, 경유편은 14~17시간이 소요
    ·시차 8시간, 서머타임 시기엔 7시간
    ·취리히공항과 기차역 연결 시내까지 9분 소요 취리히 관광 Tip
    아인슈타인 & 오데온 카페
    오데온 카페 바(Cafe Bar Odeon)는 1911년 문을 열자마자 취리히 지역의 보헤미안이 몰려들며 인기를 독차지했다. 취리히 공과대학을 다닌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아침마다 들러 커피를 마시던 단골 카페였다. 당시 독재자였던 베니토 무솔리니를 비롯해 슈테판 츠바이크, 제임스 조이스, 레닌도 드나들던 곳이다. 쇼핑이 즐거운 거리
    취리히는 곳곳을 거닐며 쇼핑을 즐기기에 최적의 도시다. 반호프슈트라세는 각종 명품 숍과 주얼리, 시계 상점, 초콜릿 상점이 밀집해 있다. 성 피터 교회 근처의 구시가는 지역적인 감각이 묻어나는 부티크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젊은 감각의 개성 넘치는 상점은 구시가인 니더도르프(Niederdorf)에 가득하다. 실버 주얼리, 디자인 및 건축 전문 서점, 고서점, 펑키한 의류와 신발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안재형 기자 ssalo@mk.co.kr│자료 = 스위스 정부 관광청(www.MySwitzerland.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6호(2012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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