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김재수(소속 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 대장이 지난 12월15일 과천 코오롱빌딩 별관에서 히말라야의 8000m급 14좌 완등을 설명하는 보고회를 열었다. 그런데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산악계 인사들과 지인들은 그로부터 엄청난 선물을 받았다. 생사를 가르는 어려운 등반을 하는 와중에 틈틈이 카메라로 담은 히말라야 14좌의 장엄한 모습을 짤막짤막한 글과 곁들여 소개한 책 '신의 거처 8000m×14(21세기북스)'를 이날 선보인 것이다.
일반인들은 오르기조차 어려운 곳에서 담은 사진들은 하나하나가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곁들인 글에선 가쁜 호흡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김 대장은 14좌를 오르면서 세계 등반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히말라야 14좌를 4년 4개월 8일 만에 오른 것이다. 이전 최단기간 등정 기록은 고 박영석 씨가 세웠던 8년 2개월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남들은 한 번도 오르기 어렵다는 히말라야의 8000m급 고봉을 열아홉 번이나 올랐다. 1990년 처음으로 올랐던 에베레스트는 이후 두 번이나 더 올랐다. 1995년 남서벽 루트로 다시 올랐고 나중에 동반자였던 고미영 씨를 안내해 또 갔다. 시샤팡마와 로체 초오유도 두 번씩이나 오른 곳이다.
대부분의 14좌 완등자가 그랬듯이 그 역시 고난의 와중에 여러 동료를 히말라야에서 잃었다. 함께 열 개 고봉을 올랐던 고미영 씨를 낭가파르바트에서 보내야 했고 K2에서는 살붙이 같던 후배들을 가슴속에 묻어야 했다.
그렇게 그는 죽음의 그림자와 이웃하며 버텨 왔다. 거기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운명보다 강한 것은 열정이었다.”
김재수 대장은
1961년 부산 생. 현 백산실업 대표 경남산악연맹 부회장
등반일지 1990 에베레스트 2007년 5월15일 에베레스트(8848m) 2007년 7월12일 브로드피크(8047m) 2007년 10월5일 시샤팡마(8027m) 2008년 5월17일 로체(8516m) 2008년 8월1일 K2(8611m) 2008년 10월14일 마나슬루(8163m) 2009년 5월1일 마칼루(8463m) 2009년 5월18일 칸첸충카(8586m) 2009년 6월9일 다울라기리(8167m) 2009년 7월11일 낭가파르바트(8125m) 2010년 7월18일 가셔브롬 2봉(8035m) 2010년 8월4일 가셔브롬 1봉(8068m) 2011년 4월26일 안나푸르나(8091m) 2011년 9월23일 초오유(8201m)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사진 = 김재수]